디벨로퍼그룹 “아마존 고 넘어서는 최고 무인기업 목표”
창업 반년 만에 무인기기 납품 매장 60호 돌파
국내 최초 QR코드방식 무인기기 개발···이용자 편의성 증가
무인스터디카페, 무인편의점 등 사업영역 확대
입력 : 2018-08-09 11:42:37 수정 : 2018-08-09 11:42:37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최저임금 인상, 주 52근무시간 제도 시행 등의 영향으로 한국에도 무인점포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창업 반 년 밖에 안 된 스타트업이 직접 개발한 무인기기를 60개 매장에 공급해 주목받고 있다.
 
대전광역시에 소재한 디벨로퍼그룹이 주인공이다. 커스텀 무인 키오스크 개발전문 기업을 지향하는 디벨로퍼그룹은 무인기기(키오스크), 무인결제 무인매장운영과 관련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개발한다. 이승호 대표를 비롯한 8명 직원 전원이 개발자이며, 사명을 개발자 모임으로 내걸었을 만큼 독자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와 자부심이 강하다.
 
컴퓨터공학 전공자인 이 대표는 골프존 뉴딘에서 IT인프라 및 시스템 관리를 담당하다가 올해 초 퇴사해 회사를 설립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소프트웨어 업체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취약했다”면서 “골프존에 근무하면서 회사의 수익구조를 살펴본 결과 답은 제조업에 있었다. 제조업은 제품 판매 매출과 유지·보수 등 명확한 수익구조를 갖출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창업을 결심했지만 어떤 아이템을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동지’들과 모여 끝장 토론을 벌인 끝에 무인기기를 결정했다. 마침 무인카페 사업을 추진하려는 한 사업가로부터 무인기기를 개발해 달라는 제의도 받았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제품 설계, 제작까지 모두 직접해낸 프로토타입 무인기기 1호를 납품한 결과 사업가가 아주 만족해했고, 그렇게 주문이 이어져 60개 매장에 공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분당, 수원등 수도권에만 48개의 매장에 납품했다. 최근 소상공인 및 신규창업자를 중심으로 무인기기 사용에 대한 관심이 늘어남에 따라 대전, 대구, 부산 등 광역시 위주로 납품 매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디벨로퍼그룹이 납품한 출입통제형 무인 기기. 사진/디벨로퍼그룹
 
자체 기술 통한 플랫폼 경쟁 치열
무인기기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으로써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아마존이 올해 1월 미국 시애틀 본가 건물 1층에 문을 연 ‘아마존 고(AMAZON GO)’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5월 세븐일레븐이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무인편의점을 설치했고, 한 달 뒤 이마트24도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정확한 시장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증권가에서 분석한 지난해 국내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2500여억원이었다. 올해는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무인 상점은 플랫폼 경쟁이다. 점포 운영 알고리즘을 개발해 고객들이 편하게 쇼핑하거나 시설을 이용하고, 사업주는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해 수익을 극대화시켜주는 것이 목표다. 초기 단계라 결제와 보안 등에 한정되어 있지만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고부가가치 기술이 접목되면서 무인기기의 활용 분야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기술의 창의성보다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무인기기가 관심의 대상이다. 이러다 보니, 사업이 커질수록 실업자를 양산시킨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 대표도 이 점이 가장 염려스러웠다고 한다. 그는 “최근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잠정 결정됨에 따라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사업주들의 관심이 무인기기로 쏠리면서 우리도 관심을 받은 건 사실”이라면서 그렇지만 단순히 사람을 교체하기 위해 무인기기가 쓰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무인매장 확산은 시대적 흐름으로 보는 게 더 맞다는 것이다.
 
사람 없어도 매장 수익 오히려 증가
디벨로퍼그룹은 기존 식당 및 커피숍 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식권발매기 형식의 1세대 무인기기에 ‘모바일 바코드 인식 기능’과 ‘원격출입통제 기능’을 결합시킨 2세대 모델을 개발했다. 2세대 모델은 올해부터 창업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는 무인매장 사업에 적용되어 사업자들이 최소의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사업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업계에서는 무인기기 1대의 비용가치를 사람 직원 3명 임금지급분과 비교를 하는데, 디벨로퍼그룹의 제품을 운용하면 빠르면 6개월, 늦어도 10개월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인기기 설치가 사람을 고용했을 때에 비해 수익을 올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지과 관심사다. 이는 디벨로퍼그룹의 궁금증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우리 제품을 운용하는 매장의 수익 내역을 관찰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얻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무인기기로 대체했을 때 수익이 떨어지지 않았고, 일부 매장에서는 사람이 일할 때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무인매장에 대한 고객들의 거부감이 줄었고, 사람과 만나는 것을 기피하는 젊은층들은 오히려 더 좋아했다고 한다.
 
디벨로퍼그룹이 무인기기를 납품하는 대표적인 업종인 ‘스터디까페’는 젊은이들의 취향을 반영해 생겨난 창업 아이템이다. 지정좌석 형태로 운영되는 이 까페는 소비자가 입구에 설치된 무인 기기에서 좌석을 지정하고 결제하면, 카카오톡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MS) 등으로 출입 시 사용되는 바코드를 부여 받는다. 소비자는 이를 문 옆에 부착된 바코드 리더기에 인식시켜 매장에 들어갈 수 있다. 국내 최초로 QR코드 방식을 접목한 기기를 사용해 이용자 편의성을 증가시켰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대전시 서구 월평동에서 무인스터디 까페를 오픈한 홍진(35)씨는 “과거 PC방을 운영하면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해도 인건비 상승이 부담스러워 결정이 쉽지 않았다”며 “무인기기를 사용해보니 사업주가 혼자서도 대형 매장을 관리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대표(왼쪽)과 디벨로퍼그룹 직원들이 셀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디벨로퍼그룹
 
한국기업들이 시장 주도···SW 기술우위
무인기기 산업이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되면서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점은 저가를 내세운 중국 기업들의 공세였다. 다행히도 현재까지는 한국기업이 경쟁우위를 앞세워 시장을 지켜내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우리가 만든 제품을 비롯해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무인기기 대부분은 ‘한국산’이라고 보면 된다. 기술적 우위로 중국산 제품은 낄 수 없다”고 말했다. 무인기기의 핵심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있으니,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단,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대량생산이 가능한 중국공장에 맡겨야 하는 관계로, 이럴 경우 기술 유출의 문제는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는 개발·제조보다는 판매에 의존하는 일부 기업들이 기술 개발 대신 보통의 소프트웨어를 채용한 제품을 다량 생산해 가격을 낮춰 파는 판매 위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시장을 혼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무인기기 고객이 대기업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건비를 걱정하는 영세 사업자들이다. 당연히 판매가격을 신중하게 잡아야 한다”면서 “판매만 하는 기업들의 제품을 쓰다보면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제품보다 비싼 대신 사업주가 원하는 방식의 무인기기를 손쉽게 개발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양산형 무인기기는 사업주가 기능을 추가하거나 형태를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나 디벨로퍼그룹은 모든 제품을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
 
투자유치 안해··· “우리의 방향으로 나간다”
디벨로퍼그룹은 다른 초기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직원들이 솔루션을 개발하고, 철판케이스 등 부분품을 모두 외주를 받아 제품도 만든다. 사람, 돈 등 많은게 부족하다. 이 대표만 해도 개발과 더불어 영업, 배송 등의 업무를 맡아 전국을 직접 돌아다닌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이라면 다 하는 투자유치 활동은 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투자를 받아 자금 걱정 안하고 사업을 하면 좋지만, 대신 투자자들에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조금 어렵지만 직원들에게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자하며, 스스로 자생력을 키우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 산하기관으로부터 약간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 대표는 R&D 예산은 대부분 인건비로 사용되는데, 개발인력의 연봉을 100% 맞춰줄 수 없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앞으로 이런 분야로 지원이 확대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많은 분들의 도움도 힘이 되어주고 있다. 실력을 믿고 제품 공급을 의뢰한 기업가와 더불어 무인기기 철판 케이스를 납품하는 업체 대표는 공장 한 켠에 자리를 마련, 직원들이 제품을 조립할 수 있게 배려해줬다. 덕분에 디벨로퍼그룹은 주문을 받으면 2주 내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했다.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은 디벨로퍼그룹은 가슴에 품었둔 꿈을 착실히 키워나가고 있다. 이 대표는 “무인기기 시장은 4차 산업혁명에 따라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라며, “지속적인 R&D투자를 통해 아마존고와 같은 무인편의점 모델을 개발해 프렌차이즈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국내에서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 진출도 노린다는 각오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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