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외환 불안에 위기감 ‘고조’
지난달 헤알화 7.9%·리라화 34.3%·루피화 3.4% 하락
선진국 통화 긴축이 주요 원인…전문가들 “국내 경제에도 부정적”
입력 : 2018-09-04 06:00:00 수정 : 2018-09-04 06: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브라질의 헤알화, 터키의 리라화, 인도의 루피화가 급락하면서 신흥국 외환시장의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고 있어 신흥국의 위기가 장기화 될 우려가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헤알화, 리라화, 루피화 등 신흥국의 통화가치는 하락세를 시현됐다.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은 7.93% 상승했고, 리라화 환율은 34.25%, 루피화 환율은 3.39% 올랐다. 이는 통화가치가 그만큼 하락한 것을 의미한다.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은 선진국의 통화 긴축에 따른 것이다. 미국이 진행 중인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보유자산 축소가 신흥국 시장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보유자산 축소는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긴축 효과가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도 유지되고 있어 달러화 강세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조달러를 넘게 풀었던 미국이 회수에 들어갔기 때문에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과정”이라며 “기축통화인 달러는 상관은 없지만 그렇지 못한 통화들은 달러 수급이 안 맞으면 바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유입됐던 달러 자금들이 다시 돌아가는 모습이 나오자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며 “경상수지 적자, 재정적자 규모가 크거나 달러 부채의 규모에 비해 외환보유고가 적은 국가 등 경제가 취약한 곳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여기에 정치적 불안감이 더해져 통화가치 하락이 커지고 있다.
 
터키는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을 석방하지 않고 있어 미국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임에도 러시아제 방공미사일 구매에 나서 미국과의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브라질의 경우, 오는 10월 열리는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헤알화 급락으로 이어졌다. 대선을 앞두고 나온 여론조사에서 부패혐의로 수감 중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금융시장의 지지를 받는 중도 브라질사회민주당(PSDP) 제라우두 아우키민 후보는 낮은 지지율을 기록해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은 아직까지 이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과의 금리차가 커질 경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연준은 오는 9월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 시장은 9월 25bp 인상 가능성을98.4% 반영했다.
 
이번 인상으로 미국과 한국의 금리 격차는 75bp가 되며, 만약 오는 12월 미 연준이 한 차례 더 인상할 경우에는 100bp까지 벌어지게 된다.
 
고태봉 센터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3% 이상으로 올릴 전망인데, 투자자 입장에선 이자가 많은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아무리 국내 경제가 탄탄해도 최대 100bp의 금리가 차이나게 될 경우, 미국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이 다른 신흥국으로 전파될 가능성도 나온다. 인도의 루피화는 경제적 요인 및 정치적 불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39% 하락졌고, 터키 관련 자산 비중이 높은 중동의 카타르까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타르 국립은행의 터키 관련 자산 비중은 15%에 이른다.
 
최석원 센터장은 “터키와 사이가 좋았던 카타르의 경우 터키 관련 자산 비중이 높아 우려가 있고, 국내기업들에게도 수출 고객인 신흥국들의 경기침체로 교역량이 감소할 수 있다”면서 “국내 경제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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