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소아뇌전증 항경련제 사용, 간질뇌파 호전 늦춘다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입력 : 2018-09-10 09:23:52 수정 : 2018-09-10 09:24:01
며칠 전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신경과팀이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측과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은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보고했다. ‘Spike persistence and normalization in benign epilepsy with centrotemporal spikes’라는 영문 제목의 논문으로 국제 학술지 <Brain & Development> 최신호에 게재됐다.  양성간질로 알려진 롤란딕간질에서 간질파라고 알려진 극서파의 소실이 언제쯤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연구보고 논문이었다.
 
논문에 의하면 양성 롤란딕 뇌전증 환자의 간질 뇌파가 사라지고 정상파가 되는 평균나이는 11.9세라고 보고하였으며 아주 늦은 경우라도 만 17세 이전에는 뇌파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즉 롤란딕 간질은 자연호전 경과가 100%로 명확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다.
연구팀은 한발 더 나가 뇌파가 정상화 되지 않은 환자도 1~2년 가량 경련 없이 유지된다면 항경련제 사용을 중지하고 생활해도 안전하다고 밝혔다. 이는 소아뇌전증에서 뇌파 이상만 있다면 항경련제를 장기복용시키는 현행 의료관행이 심각하게 반성적인 성찰이 필요함을 보여주었다.
필자가 아주 흥미롭게 주목한 부분은 다음의 내용이다. 항경련제 약물치료를 받지 않은 그룹에서 비정상 뇌파가 지속되는 시간이 약물치료를 받은 그룹에 비해 짧은 것을 확인했다는 보고 내용이다.
  
논문에 의하면 항경련제를 사용하지 않은 채 뇌파가 정상화되는 자연호전된 그룹이 평균 2.9년이 걸린 반면 항경련제를 사용한 그룹은 평균 4.1년이 경과했다고 한다. 즉 항경련제를 복용한 환자의 뇌파상 간질파가 소멸되고 정상파가 되는데 14개월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놓고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반드시 뇌파를 정상화시키는 것은 아님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뇌파 정상화를 위해 항경련제를 복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우리는 한발 더 나아가 상식적인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왜 항경련제를 복용한 환자들의 뇌파가 좋아지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일까?' 연구팀은 경련의 강도나 빈도수가 많은 중증 환자들에게 항경련제를 투약했기 때문에 뇌파호전에도 시간이 더 걸린 것이라 추정했다. 그러나 이 역시 근거가 부족한 가설일 뿐이다. 오히려 직관적으로 드는 의심은 항경련제의 사용에 의하여 뇌발달이 지연 또는 억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롤란딕 간질은 마치 성장통 같이 아동의 뇌성장 시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뇌전증이다. 뇌가 성숙해질수록 빠르게 소실되는 양상을 보인다. 간질 뇌파의 정상화 지연은 결국 뇌성장 발달의 지연을 추정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의 연구자료 만으로 섣부른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연구자료를 통해 명백해지는 것은 항경련제에 노출되는 롤란딕 뇌전증은 뇌파 정상화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리고 롤란딕 간질에서 항경련제를 사용해야할 필연적인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필자는 10년도 전부터 롤란딕 간질에서 항경련제 사용을 자제할 것을 주장해왔다. 그동안 많은 오해와 논란이 있었지만 이번 연구논문을 통해 필자 주장의 타당성이 입증되는 듯 하여 반가운 마음이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플로어타임센터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 (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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