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 외길' 현정은, 마침내 웃다
남북 정상, 평양선언 통해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 확약
입력 : 2018-09-19 16:00:54 수정 : 2018-09-19 16:00:54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마침내 웃었다. 9·19 평양공동선언을 계기로 10년간 중단됐던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남북 경협을 포기하지 않았던 현대의 끈기가 결실을 맺게 됐다. 개성공단도 재가동을 눈 앞에 두게 되면서, 현 회장은 평양을 찾은 경제계 인사 가운데 가장 큰 성과를 올린 인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의 정상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남북 정상이 공동선언문에 '비핵화'를 분명히 한 만큼 미국 주도의 UN 대북 경제제재 조치도 완화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시작은 남북 간 철도 및 도로 연결을 비롯해 남북 경색으로 중단됐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의 재개다.  
 
소식을 접한 현대그룹은 언론에 배포한 입장을 통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정상화라는 담대한 결정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우리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라면서 “사업 정상화를 위한 환경이 조속하게 마련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기존 사업 정상화 뿐 아니라 현대가 보유한 북측 사회간접자본(SOC) 사업권을 기반으로 중장기적으로 남북 경협사업을 확대 발전시키기 위해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룹 내 대북사업을 전담하는 현대아산은 지난 2000년 8월 전력·통신·철도·통천비행장·임진강댐·금강산 수자원·명승지 관광 등 7개 SOC 사업을 최소 30년간 운영할 권리를 얻었다. 이른바 7대 사업권이다.
  
18일 북한을 방문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리용남 내각 부총리의 발언을 경청하는 모습이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 대형 화면에 중계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 회장은 지난달 3일 남편인 정몽헌 전 회장 15주기 추모식을 위해 금강산에 다녀온 지 47일 만인 지난 18일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북한 땅을 다시 밟았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남북 경협의 상징으로, 현대에게는 창업주인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훈과도 같다. 현대는 정몽헌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운 속에서도 남북 경협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지난 2008년 7월11일 관광객 고 박왕자씨 피격 사건을 계기로 10년째 중단됐다. 설상가상으로 개성공단도 2016년 가동을 멈췄다. 양대 대북사업이 중단되면서 현대아산은 실적이 악화돼 생존을 걱정해야 했고, 그룹은 유동성 위기에 빠져 현대상선을 포기하며 외형이 대폭 축소됐다. 과거 재계 1위 현대의 정통성을 이어받았지만 30대그룹에서도 빠지는 극심한 부침을 겪어야 했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주위에서 대북사업 포기를 권유했지만 현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올해 들어 연이은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가 대격변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면서 현대의 희망도 커졌다. 현 회장은 대북사업 재개를 위해 지난 7월 그룹 내 '남북경협사업 TFT'를 가동하고 자신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회사를 떠났던 대북사업 전문가들도 복귀시키는 등 언제라도 사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변함없는 신뢰도 현 회장에게는 큰 힘이다. 지난 18일 평양시 중구역 인민문화궁전에서 남측 기업인들과 만난 리룡남 북한 내각부총리는 “남북 관계가 안 좋으면 늘 마음이 아팠다”며 “빨리 (금강산 관광이)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현 회장의 바람에 “현 회장의 일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해, 남북 경협에 있어 최선의 파트너는 현대임을 재확인했다.
 
현 회장은 정 전 회장 15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돌아오는 길에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제는 절망이 아닌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올해 안으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이 이제 현실에서 그려지게 됐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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