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의 재계시각)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원조 '대우 간판'
옛 대우맨들 “안타깝다” 탄식…브랜드 사업 이관 재요청할 듯
입력 : 2018-11-09 17:12:13 수정 : 2018-11-12 08:48:46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포스코가 계열사이자 종합무역상사인 ‘포스코대우’의 사명에서 ‘대우’를 떼어낼 것이 확실해 보인다. 지난 2010년 회사 우선인수협상자로 선정된 직후 “대우 사명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으나, 8년여 만에 결국 대우 브랜드와 작별을 고하게 된다. 시간만 남았다.
 
포스코와 포스코대우 측에 따르면, 사명 변경은 최정우 회장 취임 100일에 발표한 개혁과제와 이를 추진하기 위한 계열사 업무 조정, 조직개편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 ‘원 포스코’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한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조직개편안이 발표되는 12월께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바뀌는 사명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유력하다. 기존 대우인터내셔널에서 2016년 현 사명으로 변경한 지 2년 만이다.
 
(왼쪽부터)로렌조 시모넬리 베이커휴즈(BHGE) 회장,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 데이비드 딕슨 먹더멋(McDermott) 사장이 지난 6월27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미얀마 가스전 2단계 사업을 위한 EPCIC(설계·구매·제작·설치·시운전)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대우
 
대우(大宇)는 창업자인 김우중 회장이 지난 1967년 대우실업주식회사를 설립할 당시 직접 지은 사명이다. 동업자였던 도재환이 운영하던 대도직물의 ‘대’자와 김 회장의 이름 ‘우’자를 따서 지었다. 세간에서 ‘큰집’ 또는 ‘대우주’라는 뜻으로 풀이하긴 했으나 탄생 배경은 큰 의미가 없었다. 설립 이후 수출에 주력하는 한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단기간에 사세를 키우면서 대우 브랜드는 ‘세계경영’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으며, 베트남과 동유럽 등지에서는 국민 브랜드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대우 브랜드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포스코대우다.
 
지난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이 포스코에 인수된 직후, 전직 대우맨들의 모임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 사업권을 이관받기 위해 포스코와 접촉했다. 지금도 포스코대우와 관련한 그룹의 정책이 변경될 경우 브랜드 사업권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
 
포스코대우는 지난 1974년 국내를 비롯해 1977년 미국 등 해외 160여개 국에 대우 상표를 출원, 등록하고 이를 사용하고 있다. 대우 브랜드의 효율적인 유지·관리·확보·가치 제고 등을 위해 브랜드관리 내규를 규정하고 브랜드관리위원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사업을 적극 전개하기보다 과거 그룹 계열사들로 받아온 로열티 수입에 그치고 있다.
 
포스코대우의 대우 브랜드 로열티 수익은 지난해 약 90억원(동부대우전자 71억원·대우어플라이언스 2억원·대우전자부품 2억원 등)이었으며, 올해는 약 40억원(동부대우전자 28억원, 대우어플라이언스 2억원, 대우전자부품 2억원 등)으로 예상된다. ‘현대’ 브랜드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코퍼레이션 그룹의 현대코퍼레이션 홀딩스가 적극적으로 사업을 벌여 지난해 약 212억원의 매출과 약 10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과 대비된다.
 
옛 대우맨들은 포스코그룹에 속한 포스코대우가 대우 브랜드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사명에서조차 빠질 경우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했다. 그들은 포스코대우가 그룹의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1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세계 시장에서 대우 브랜드가 더 빨리 잊혀져 가고 있다고 탄식했다.
 
포스코대우 전신인 (주)대우 출신 고위 임원은 “그룹의 태동이었던 포스코대우가 대우를 떼어낸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많은 이들의 상실감이 클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한 회원은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글로벌 인재 육성과 중소기업 지원 등 핵심 사업은 대우라는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포스코대우가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맡는 게 현실적이지 않느냐”면서 “포스코대우 측에 관련 내용을 알아보고 브랜드 사업 인수를 위한 회원들의 의견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한편, 포스코대우 측은 사명 변경안은 검토되고 있으나, 대우 브랜드 사업을 중단하거나 외부에 이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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