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외환위기 21년)거시건전성 키웠으나 실물경제 '먹구름'
외환보유액 100배 늘고 경상수지 흑자행진…그럼에도 저성장에 경기하강 압력
입력 : 2018-11-21 18:00:00 수정 : 2018-11-21 18:01:58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지 21년이 지났다. 21년 전인 19971121일은 IMF의 구제금융협정을 서명하고 나라에서 쓸 수 있는 달러가 39억달러밖에 남지 않은 긴박한 상황이었다.
 
외환위기 후 한국경제의 외환건전성은 탄탄해졌다. 여기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정책 방향이 국내 경제의 취약 고리인 외환건전성 개선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건전성 부담금 부과,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투자 과세 등 '거시건전성 3종 세트'를 도입해 외자 차입 의존성을 대폭 낮췄다. 실제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유럽 재정위기, 신흥국 위기 등 금융리스크가 확대될 때마다 국내 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수치로도 확인된다. 외환위기 당시 적자였던 경상수지는 올 9월 기준 108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IMF 때보다 100배 가까이 늘어 10월 말 현재 40275000만달러까지 치솟았다. 질적으로도 향상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1년 미만) 비율이 1997년 말 286.1%에 달했는데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30.4%로 떨어졌다.
 
 
문제는 거시건전성 강화에도 한국경제 회복세는 둔화되고 있으며, 장기침체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는데 있다.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5%대에 이르던 국내 경제성장률은 2010년대 들어 3%대로 떨어졌다. 올해는 3% 달성이 어렵다는 게 대내외 연구기관의 중론이다. 게다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생산성 증가세 둔화로 잠재성장률까지 떨어지고 있다
 
글로벌 저성장 국면을 감안할 때 더욱 심각한 건 실물지표다. 실제 생산·고용·투자·소비 등 발표되는 경제지표마다 외환위기 이후 최저,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악이란 꼬리표가 붙는다. 지난달 실업자는 973000명으로 10월 기준 1999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제조업 공장 가동률도 IMF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제조업 가동률은 생산능력 대비 생산량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올 19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8%에 그쳤다. 1998(66.8%)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추정하는 한국 경기선행지수는 999.0718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9~20014(당시 20개월 연속 하락) 이후 최장 기간 하락이다.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데 100을 넘으면 경기 상승, 100 이하면 경기 하강 신호로 해석된다. 내년 상반기 한국 경제 전망이 더욱 어둡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과 투자를 중심으로 한 일부 실물 경제지표들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더라도 IMF나 글로벌금융위기와 비교하는건 적절치 않다"면서 "다만 인구문제나 일부산업을 중심으로 한 불황 여파가 있는 만큼 면밀한 분석과 함께 구조개혁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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