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주택 공급 부족한 게 아냐…가구 수요 특성 살핀 맞춤형 주택 필요"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분양권 거래, 갭투자 등 시세차익 노린 수요 반성해야"
"주택 문화 선진화 위해선 시민·기업 책임감 느껴야"
입력 : 2018-12-16 06:00:00 수정 : 2018-12-16 06:00:00
[뉴스토마토 손희연 기자]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보유세, 양도세 등 과세 규제에 이어 공급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주택 가격 상승이 공급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일부 시각을 받아들여 규제와 공급대책을 병행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공급도 단순히 양을 늘리는 게 아닌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 연구실장은 집이 양적으로 부족한 게 아니라며 집의 질적 수준을 따지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을 제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빈집은 넘쳐나는데 수요 니즈에 맞는 새 주택이 부족하다는 견해다. 수요 니즈에 따라 어떠한 특성이 선호되는지 면밀하게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급계획이 수립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가구 구성원이 달라지고 있다. 그 속에 가구원 수뿐만 아니라 가구 형태나 가구 연령대 등도 구체적으로 살펴 주택 공급을 세밀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주택 문화의 발전과 개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들어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사진/주택산업연구원
 
수급 부작용으로 집값이 오르는 것인지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바라보나.
 
경제학적으로 보면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기본적인 작동에 의해 결정된다. 다만 수요를 어떻게 볼 것이냐의 견해 차이가 있다고 본다. 집이 양적으로 부족했던 시기의 수요는 집이 없는 사람들이 집을 마련하기 위한 수요가 전부였다. 그래서 무주택자들이 필요한 집만을 고려하면 됐다. 주택 수와 가구 수를 비교한 주택보급률이 이런 의미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소득이 늘어나면서 주택보급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광주, 대구, 대전 등 주택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런 지역의 주택보급률은 100%가 넘는다. 절대적으로 가구수를 고려했을 때 집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른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이런 지역에서 집값이 오른다.
 
수요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좋은 집이 필요한 것이다. 단순히 잘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좀 더 기능이나 성능적으로 좋은 주택에 대한 수요가 있고, 이러한 수요 때문에 빈집이 넘쳐나는데도 주택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그러다 보니 주택의 가격이 오르게 된다. 
 
과거에 집값은 전체적으로 올랐다고 하면 향후 집값은 세분화되어서  사람들이 원하는 수요중심으로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것이 국지화, 초양극화를 초래하고 같은 공간에서 빈집이 넘쳐나는데도 집값이 오르는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부가 지난해부터 지속해서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평가해 달라. 
 
효과가 지속되는 정도와 기간의 차이가 있을 뿐 정책효과는 있다. 9·13 대책은 비이성적으로 급등하는 서울 아파트가격을 대상으로 했고, 현재 서울 아파트가격은 하락전환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규제를 통한 주택가격 안정은 지속될 수 없다. 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수요억제정책을 통해 단기적으로 서울 아파트가격 상승 현상은 눌러놓았으나,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볼 수 없다. 투기와 비합리적인 거래로 인한 비정상적 가격상승은 합리적 규제로 차단해야 하지만 서울 주택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 규제로 시민의 자유로운 주거이동이 제약되고, 필요한 주택이 공급될 수 없다면  향후 주택시장 불안이 더 확대될 수 있다. 
 
재 서울과 지방간의 양극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한 진단은?
 
수요 공급에 의한 주택경기 사이클 차이에서 비롯된 문제다. 서울은 여전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주택이 부족하다. 주택보급률이 100%에 도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래된 낡은 주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의 가구는 통계청 장래 가구추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서울시는 새로 늘어나는 가구를 위한 새로운 거처도 필요하다. 더군다나 서울은 연평균 3~4만호의 아파트 인허가 공급이 있어왔으나, 2014년에 약 2만9000호, 2016년에 2만5000호가 인허가를 받았다. 시장상황으로 시장에 공급될 인허가량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지방은 금융위기 영향도 없이 아파트 인허가 공급이 상당히 많았고, 입주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수요대비 많아진 공급으로 인해 주택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은 지역기반산업의 침체까지 맞물리면서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청약 시장 내에서도 특정 단지나 지역별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보나.
 
무조건 집을 짓는 시대는 지났다. 현재는 집이 양적으로 부족한 게 아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을 해야 한다. 수요특성을 예전보다 더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우리는 1·2인 가구가 증가한다고 1·2인가구를 위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원룸, 셰어하우스 등 젊은 1인세대가 살기 좋은 주택을 주로 공급하고 있다. 40㎡이하 주택도 많다. 그러나 앞으로 1·2인가구가 많이 증가하지만 그 구성을 보면 젊은 세대보다는 40~60대, 부부가구가 많이 증가한다. 늘어나는 가구원 수뿐만 아니라 가구형태나 가구의 연령대 등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지역에 따라 어떠한 특성이 있는지 면밀한 분석을 기반으로 공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땅이 있다고 무조건 분양사업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수요 니즈에 맞게 주택 공급을 해야 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주산연
규제정책이 주택시장 경기악화를 초래한다는 우려도 있는데.
 
최근 공급시장의 경기악화는 정책영향도 있지만 정책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까지 인허가 물량만을 본다면 공급이 상당히 많았다. 특히 2016년과 2017년은 인허가가 70만호를 넘었다. 역대 최고였다. 공급이 많았기에 가격이 조정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한정된 수요가 정부규제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합리적 구매수요마저도 대기수요로 전환되면서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의 주택시장 소비자의 참여형태를 보면 과도한 분양권 거래, 갭투자 등 낮은 금리를 기반으로 레버리지를 통한 거래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규제를 강하게 한 원인이기도 하다. 시세차익만을 기대하고 주택거래시장에 참여한 수요자들의 마인드가 변화해야 하고, 반성도 필요하다. 
 
지방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은?
 
건설사의 자구노력이 먼저다. 지방은 과도한 주택공급에 대한 위험을 경고해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호황에 기대어서 경쟁적으로 주택을 공급했다(할인분양, 임대 등). 건설사의 자구노력이 이뤄진  곳에서는 지방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인허가권자는 지자체장이다.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인허가를 해준 지방정부가 책임지고 지역의 미분양으로 인한 시장 문제를 지역의 공공주택과 연계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내년 부동산 시장 전망을 해달라.
 
서울 주택가격 상승은 크게 둔화되면서 소폭 상승세가 이어지지만, 경기도의 하락전환이 예상된다. 지방은 몇몇 광역시의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전체적으로 올해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수급조정에 의한 아파트가격 하락이 예상되지만, 도시재생에 대한 기대감, 토지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단독주택가격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가격은 입주물량 영향 등으로 하향 안정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발전방향에 대한 견해를 묻고 싶다.
 
우리나라 주택 문화를 선진화시키려면 시민(소비자)의식이 바뀌어야 하고 더불어 기업(건설사)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좀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정책만으로는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 시장과 주거 문화는 바뀌지 않는다. 정부와 시민, 기업 모두가 합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선택으로 주거 문화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선진적인 주거문화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 사진/주산연

 
손희연 기자 gh704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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