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의 재계시각)모토로라·노키아·애플 그리고 삼성전자
입력 : 2019-01-06 06:00:00 수정 : 2019-01-06 06:00:0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은 흥망의 차이가 종이 한 장 보다 얇다고 한다. 어제까지 최고의 혁신기업이라 불리며 시장을 호령했어도 다음날 아침이면 문을 닫을 만큼 처절하게 망하는 게 이 분야다. 굴뚝으로 표현하는 전통산업도 ICT 노하우가 유입되면서 마루(성장)와 골(침체)간 파장은 짧아지고, 진폭은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팀 쿡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투자자들에게 전달된 애플 서한은 전 세계 증시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쿡 CEO는 서한에서 2019회계연도 1분기(2018년 12월 29일 종료)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한다고 언급했다. 애플이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한 것은 15년 만이자, 아이폰을 생산한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사실 2년여 전부터 이런 상황은 어느 정도 예고됐다. 부품 수급에 있어 최고의 제품을 고집하던 애플은 일정수준의 품질만 맞추면 가격은 저렴한 새로운 공급처를 끌어들였다. 중저가폰으로 대세가 이동하고 있지만 프리미엄에만 몰두해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판매대수 증감 폭은 크지 않는 대신 이익률은 최고로 끌어올리는 애플의 전략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잠시 받기도 했다. 하지만, 제품이 팔리지 않으면 기업은 버틸 수 없다. 이번 분기실적 하향 전망 발표가 미중 무역 분쟁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겠지만, 상승세가 한번 꺾이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한 사례는 넘쳐난다는 점에서 가볍게 볼일이 아니다.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개발했고,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 ‘스타텍’을 상용화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얇은 폴더블폰 ‘레이저’로 시장을 휩쓸었던 모토로라와 피처폰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까지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던 노키아가 한 순간에 몰락한 것도 사소하다 싶을 정도로 작은 시장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플 스스로도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PC)를 개발했지만 업계의 변화에 자만심으로 대처해 퇴출될 뻔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한 남성이 지난 3일 중국 베이징에 소재한 애플 스토어를 나서고 있다. 대당 가격 1000달러에 달하는 아이폰은 비싼 가격에 미중 무역분쟁까지 겹치면서 중국 소비자들로 외면 받았고, 결국 팀 쿡 애플 CEO는 올 1분기 실적전망을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재미있는 점은, 이들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세계 최대 IT업체로 성장한 기업이 바로 삼성전자라는 것이다. 혁신성이 부족하고 모방만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결과론적으로 삼성전자는 이들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거뒀고, 지금껏 생존하고 있다. IT·전자 전 부문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는 비결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팔리는 제품을 잘 팔릴 수 있게 뛰어다닌 덕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이제 과거와 전혀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다소 힘이 붙이는 모습이다. 화웨이와 샤오미를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이다. 그동안의 경쟁자들은 어쨌건 선진국 기업들이었기에 경쟁도 일정 수준의 룰을 유지됐다. 반면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는 중국 업체들은 이러한 룰이 통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을 이겨내려면 그들이 만든 새로운 룰을 벤치마킹해야 할 것인데, 최근 들어 이러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늦었지만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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