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황교안 등판으로 한국당 혁신은 실패했다
입력 : 2019-01-22 06:00:00 수정 : 2019-01-22 06:00:00
박주용 정치부 기자
'황풍(황교안 바람)'이 심상치 않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지난 15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다음달 27일로 예정된 전당대회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친박(친박근혜)이 황 전 총리 쪽으로 결집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고, 최근에는 황 전 총리와 가깝다는 의미의 친황(친황교안)계까지 생겨나고 있다. 한국당 전대 구도가 '황교안이냐 아니냐'로 바뀌는 분위기다.
 
황 전 총리는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박근혜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다. 황 전 총리의 정치적 부활을 막지 못한 것은 한국당의 혁신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한국당은 2017년 대선 패배 이후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까운 친박 의원들의 탈당을 권유했고, 지난해 말에도 핵심 친박 의원들의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하는 등 친박계를 겨냥한 인적쇄신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또한 보수의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는 정당이 되겠다며 여러 쇄신안들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국정농단 정권'의 제2인자를 당의 간판으로 끌어들였다. 김병준 비대위에서 여러 혁신안을 내놨지만 결과적으로 황 전 총리가 정치권에 나서지 못할 정도의 당내 토양을 만들지 못한 책임이 크다. 오죽하면 황 전 총리의 입당 이후 김병준 위원장 본인이 전대 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하겠는가. 21일 YTN 의뢰로 실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박근혜정부 국정농단에 대한 황 전 총리의 실질적 책임이 47%에 달한 점은 김 위원장을 더욱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황 전 총리의 출현으로 한국당 내에서 움츠리고 있었던 인사들도 하나둘씩 기지개를 펴고 있다. 황 전 총리가 등판하면서 홍준표 전 대표도 전대에 나설 공산이 크다. 한국당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이 과거와 선을 긋고 새로운 보수 정당으로 거듭 태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을 생각하는 국민이라면 당연히 갖고 있는 기대다. 한국당은 이번 전대를 통해 당이 새로 태어나는 환골탈태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지 못한다면 잇단 쇄신책들은 한낱 정치쇼에 불과할 뿐이다.
 
박주용 정치부 기자(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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