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극한직업’ 진선규, 이제 웃긴 남자로 대중 ‘정조준’
‘범죄도시’ 속 극악한 조선족 조폭→황당 웃음 전하는 ‘형사’
“좋은 작품으로 좋은 배우 되고 싶다. 모두가 잘되길 바란다”
입력 : 2019-01-28 00:00:00 수정 : 2019-01-28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빡빡머리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도끼로 내려칠 듯한 험상 굳은 인상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선 실제로 조선족 출신의 조직폭력배로 알고 있었다고 하더라. 오죽하면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 수상 소감에서 조선족 아니라 한국 사람이다며 눈물을 쏟으면서도 동료 배우들에게 웃음을 선사했으니 말이다. 배우 진선규는 영화 범죄도시로 스타덤에 올랐다. 사실 스타덤이라기 보단 이제 아이들과 아내에게 아빠와 남편으로서의 노릇을 해 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단다. 스타덤도 그렇다. 이제 충무로에서 웬만한 영화의 주조연급은 진선규에게 시나리오가 먼저 갈 정도로 감독들의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됐다. 그럼에도 그는 아직도 지하철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게 대단한 게 아니라며 손사래다. 그저 연기가 좋아서 매달렸고 한 눈 팔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 극한직업속 진선규의 모습에는 웃음과 함께 페이소스가 분명히 담겨 있었다.
 
배우 진선규.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진선규를 만났다. ‘범죄도시의 무자비한 폭력배 위성락은 없었다. 사실 이렇게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인 줄 몰랐다.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칠 정도로 부끄러움을 탔다. 자신이 아직도 이렇게 언론과 인터뷰를 한다는 것에 어색함도 느끼게 놀랍다며 웃는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정말 멋진 보이스톤을 갖고 있었단 점이다. 성우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멋진 보이스톤 이었다.
 
하하하, 제가 지금 감기가 들어서 그런가(웃음). 평소 목소리인데 듣기 좋다고 하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이렇게 기자분과 앉아서 인터뷰를 하는 이 순간도 너무 어색하고 내가 이렇게 해도 되나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아요. ‘범죄도시때 너무 사랑을 해주셔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꿈 같아요. 좋은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니 다시 돌려 드려야죠. 이젠 극한직업입니다(웃음).”
 
전작의 강렬한 모습과 달리 이번에는 웃음이다. 그냥 웃기는 게 아니다. 정말 어디까지 웃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려고 작정한 느낌이다. 그 중심에 진선규가 있다. 본인도 범죄도시이후 너무 강렬한 역할만 들어오다 보니 자신의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고. 그 시기에 극한직업을 받아 본 뒤 고민할 틈도 없이 바로 덥썩 잡았단다.
 
배우 진선규.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가 아직 뭘 고를 처지는 아니잖아요(웃음). 그럼에도 자꾸 범죄도시와 비슷한 역할만 들어왔어요. 아직은 내공이 부족해서 범죄도시때보다 더 악랄한 인물을 연기할 자신이 없었어요. 그것보다 더 잘 할 자신이 없었죠. 악역을 해도 좀 시간을 두고 해보자란 생각이었죠. 그때 극한직업이 왔는데. 와 이건 그냥 잡아야 했어요. 하하하. 감독님에게 무조건 한다고 했죠. 역할도 크고(웃음)”
 
극한직업을 보면 누구나 웃을 수 밖에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쉴새 없이 관객들을 웃긴다. 그 가운데 진선규의 몫도 상당하다. 특히나 영화를 보면 낯이 익은 장면이 나온다. 바로 진선규가 연기한 마형사의 중국어 대사 장면이다. 그의 출세작 범죄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극한직업에서 그는 놀랍게도 화교출신이란 설정으로 나온다. 아마도 이병헌 감독의 재치에서 비롯된 설정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웃음). 사실 저도 시나리오 보면서 그 부분은 좀 갸우뚱 했어요. 감독님에게 이거 범죄도시 오마주에요?’라고 실제로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아니다라고 하시면서 웃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그 장면이 되게 위험하다 생각했죠. 제가 잘하면 나로 인해 한 번 웃고 갈 지점이 되는데 반대로 작품 전체에 리스크를 주는 지점이라고도 봤으니. 근데 뭐 감독님이 워낙 코미디 달인 이시니 전 그냥 믿고 갔죠. 하하하.”
 
배우 진선규. 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는 극한직업을 함께 하면서 이병헌 감독에게 완전히 빠져 버렸단다. 이 감독의 다음 작품에는 단역이라고 하다 못해 카메오 혹은 목소리만 나오는 깜짝 출연이라도 상관없다고 웃었다. 이건 이 감독에게 분명히 확답을 받았다고. 그는 이병헌 감독의 코미디 감각에 대해 본능적’ ‘전지전능이란 단어까지 사용할 정도였다. 현장에서 진선규와 이병헌 감독의 사이는 이랬다.
 
우선 감독님이 별다른 지시를 안 하세요. 거의 배우들에게 전적으로 맡겨 주세요. 저한테는 한 가지 주문하신 거 외에는 별다른 코멘트를 거의 안 하셨어요. 저한테 주문하신 건 일차원적 반응 혹은 본능적으로 할 수 있는 반응은 하지 말아 달라였어요. 그래서 영화를 보시면 반박자 느리거나 빠르거나 혹은 너무 튀지 않지만 엉뚱한 대사들이 툭툭 튀어 나오죠. 거의 시나리오에 다 나와 있는 대사들인데도 되게 좋아해주셨어요. 용기가 많이 났죠.”
 
사실 그 용기도 한 장면에선 겁이 날 수 밖에 없었을 듯싶다. 바로 영화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이하늬와의 키스신이다. 진선규는 언론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키스신을 액션신이라고 표현했다. 영화를 보면 실제로 거의 액션에 가까운 격한 키스신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는 범죄도시에서 함께 했고 평소 절친으로 알려진 윤계상의 애인 이하늬와의 키스신에 적잖이 부담을 느꼈다고.
 
배우 진선규. 사진/CJ엔터테인먼트
 
아휴, 너무 친한 계상이의 여자친구인건 대한민국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데.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사실 데뷔 이후 거의 첫 번째 키스신이라 기대도 좀 했어요(웃음). 근데 막상 촬영을 하니 거의 액션신이었죠. 하하하. 하늬랑도 영화에서 티격태격하지만 현장에서 금방 친해져서 어색한 건 없었어요. 계상이 때문이 아니라 하늬 자체가 워낙 상대방을 편하게 만들어요. 나중에 계상이도 뭐 별 말 안 하더라고요. 하하하.”
 
그는 범죄도시로 유명세를 얻게 됐고 자신의 대표작으로 모두가 거론하지만 이제는 극한직업이 또 다른 대표작이 되기를 바란다는 바람도 전했다. 오랜 무명의 세월을 겪은 만큼 지나온 세월의 견딤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주변의 후배들에게도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고 한다. 또한 좋은 작품으로 좋은 배우가 돼서 오랫동안 관객과 만나고 싶단다.
 
배우 진선규. 사진/CJ엔터테인먼트
 
뭐 넉넉한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집 아이들이 먹고 싶다는 거 지갑 걱정 없이 사줄 정도는 됐어요. 그리고 후배들 만나면 한 열 명 정도는 맘껏 술 사줄 정도가 됐죠. 너무 뿌듯해요. 아직도 어렵게 생활하는 후배들이 많은 데 그 친구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고 싶고. 집에선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이 되고 싶어요. 아내도 연기를 하는데 요즘 이제 오디션 보러 다니고 있어요. 올해는 저도 아내도 그리고 후배들 또 극한직업다 잘됐으면 좋겠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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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