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뺑반’ 공효진 “솔직히 큰 영화 로망 있었다”
영화 속 카체이싱…“대부분 직접 연기, 편집 많이 돼 아쉽다”
“출연작 최고 제작비 30억, ’뺑반’ 100억…경험해 보고 싶었다”
입력 : 2019-02-06 00:00:00 수정 : 2019-02-06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뭘 해도 그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연기 같지 않은현실감이 넘친다. 이건 배우에겐 칭찬이 반이고 단점이 반이다. 우선 전자는 배우가 가져갈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과장된 캐릭터에서도 현실감이 적절히 녹아 든 인물에서도 공효진의 연기는 힘을 가질 수 있던 포인트였다. 하지만 배우 개인의 입장에서 후자는 분명하다. 그는 자신의 연기에 대해 라이브한 면이 너무 강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 작품들에서의 경향이 그렇단다. 그건 본인이 의도했던 아니건 분명하다. 배우로서 작품의 선택 폭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을 듯하단다. 물론 후자의 단점은 그저 단점일 뿐이다. 관객의 입장이라면 전자의 장점이 더 강하게 다가올 뿐이다. 그래서 뺑반의 공효진을 보면 배우가 보이기보단 인물이 보일 뿐이다. 그리고 그는 그 안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그 지점이 강했기에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넘친다고 한다.
 
배우 공효진. 사진/쇼박스
 
설 연휴 직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공효진과 만났다. 지난 해 말 현실 공포 스릴러로 불린 영화 도어락이후 불과 두 달 만에 신작을 들고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갖췄다. ‘도어락당시에는 그저 새롭고 신선한 모습으로 자신을 투영시킨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었단다. 하지만 이번 뺑반은 웬일인지 긴장감이 넘친다고 한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인물의 캐릭터 색깔이기에 자신의 배우적 색깔이 투영됐을지에 대한 불안감 같았다.
 
사실 제가 평범한 인물만 한 건 아니잖아요. ‘미쓰 홍당무같은 영화만 보셔도 아시잖아요(웃음). 도저히 현실에 저런 인물이 있다고할 정도의 괴팍한 캐릭터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도어락에서 현실적인 코드에 많이 접근한 뒤 저 스스로 너무 라이브해진 건가란 느낌이 강하게 왔죠. 그런데 뺑반을 본 뒤 그냥 덥석 잡았죠. 하하하. 우선 분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웃음). 그리고 두 남자의 얘기가 재미있었어요.”
 
도어락을 기준으로 보자면 공효진은 자신이 오롯이 끌고 가야 했던 스토리에 부담감이 있었단다. 긴장감과는 거리가 있는 느낌이었지만 분명히 그랬다고. 반면 이번 뺑반은 그 부담감을 걸출한 동료들과 나눠지고 가니 홀가분한 기분이 먼저 들었다고. 멀티 캐스팅 영화도 여러 번 경험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단다. 우선 선생님이라고 부를 대 선배가 없었다.
 
배우 공효진. 사진/쇼박스
 
“‘고령화 가족도 그랬고 가족의 탄생도 있었고. 멀티 캐스팅은 여러 번 경험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인데. 동료나 언니로 부를 만한 선배들이었어요. 워낙에 저한테 잘해주시는 분들이었고. 특히나 제가 또래 배우들과 분량을 나눠서 하는 건 처음이에요. 전체 스토리를 저와 준열씨 정석씨와 나눠서 하니 정말 편했죠. 두 분이 워낙에 내공이 강한 분들이라 전 진짜 숟가락만 얹었단 느낌이었어요.”
 
가장 두드려진 뺑반의 특징은 모든 배우가 운전을 직접 했단 점이다. 공효진도 예외는 아니다. 평소에도 운전을 즐겨 하고 거침없는 성격이다. 하지만 뺑반에서의 운전은 스턴트의 개념이었다. 그럼에도 모든 배우들이 거의 직접 했다. 정말 고난도의 카체이싱이 아니면 출연 배우가 직접 소화했단다. 류준열 조정석은 말할 것도 없고 여배우인 공효진도 마찬가지였다.
 
촬영한 분량에 비해서 실제 영화에는 많이 담기진 않았더라고요. 속도를 즐기는 편은 아닌데 주변에선 거침 없이 운전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전 속도가 높아지면 좀 무서워요. 스키도 즐기는 데 상급자 코스는 절대 안가요(웃음). 촬영 때도 제가 탈 차에 선팅이 아주 짙게 돼 있었어요. 스턴트팀에서 제가 못할 줄 알고 해 놓으신 건 데. 제가 다 했어요. 하하하. 근데 많이는 안나왔어요. 좀 아쉬워요. 멋진 운전 솜씨가 많았은데.”
 
배우 공효진. 사진/쇼박스
 
그는 자신이 연기한 은시연에 대해 현실적인 시선을 많이 뒀다. 류준열과 조정석이 연기한 두 인물이 워낙 만화적이기도 했다. 반대로 은시연까지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단다. 실제 시나리오에도 은시연은 현실에 중심을 두고 다른 지점을 보는 인물이다. 그는 은시연의 시선으로 모든 것을 소화하며 읽어 내려갔다. 다행스럽게도 영화 전체도 은시연의 시점에서 많은 것이 해석됐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면서 민재(류준열) 캐릭터가 많이 돋보인다고 생각했어요. 민재의 서사나 성장이 워낙 뚜렷하고. 재철(조정석)은 제일 매력적이죠. 그의 말 더듬는 대사를 보면 배우라면 무조건 탐을 낼 캐릭터였고. 반면 시연은 뭔가 밋밋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죠. 결과적으로 시연이 이 영화의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지점을 담당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죠. 여자 경찰로서의 냉철함과 건조함을 드러내면 그것도 차별이 아닐까 여겨져요.”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고민이던 라이브한 연기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은시연을 해석한 뒤 잡아낸 포인트가 현실적이란 코드였기에 선택한 연기 톤이지만 배우로서 고민한 지점이다. 그 고민은 라이브를 넘어 나이브한 지점까지 뻗어나갔다. 뭔가 소박하고 꾸밈없는 색채가 드러날 수 있는 지점에서의 표현이었다. 그는 뺑반을 통해 자신의 연기에 대한 고민을 잡아냈다.
 
배우 공효진. 사진/쇼박스
 
주변에서 많이 듣는 얘기에요. 내가 연기를 하면 캐릭터가 땅에 붙는 느낌이 강하다고. 제가 힘을 주지 않고 편하게 끌고 가는 연기를 하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 작품 전체의 톤에서 제가 잡아낸 지점이 라이브한 면이었는데 그걸 받아 들이는 분에 따라선 나이브하고 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드라마틱하게 끌고 가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단 문제점을 봤죠.”
 
라이브한 캐릭터 성격과 나이브한 연기의 고민도 있었지만 그가 뺑반은시연을 선택한 진짜 이유는 솔직했다. ‘부잣집 영화에 대한 소속감을 느껴보고 싶었단다. 그동안 공효진은 공교롭게도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영화 출연이 거의 없었다. 그의 배우적 캐릭터 때문일 수도 있고 배우 자체의 목적성이 먼저였던 경우도 많았다. 이제는 좀 있는 집안 자제로서의 부유함도 누려보고 싶단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배우 공효진. 사진/쇼박스
 
사실 제가 지금까지 했던 영화의 제작비 중 최고가 30억 짜리였어요. 그게 불편함이라고 말 할 수는 없죠. 그런데 좀 큰 영화에 대한 로망도 저도 모르게 생겼나 봐요. 이번 뺑반 100억짜리에요. 좀 큰 영화에 참여하면 어떤 느낌일까. 그런 지점도 느껴보고 싶었어요. 솔직히 그래요. 그리고 이런 큰 영화에 은시연이란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 주신 감독님의 결정도 참 멋져 보였고요. 소원 성취했죠 뭐(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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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