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인터넷은행, 앞으로 한달이 중요하다
입력 : 2019-02-08 08:00:00 수정 : 2019-02-08 08:34:48
이종용 금융팀장
금융위원회가 다음달 제3·4호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접수를 받는다. 얼마 전 인터넷은행 사업설명회를 가졌고 예비인가 심사 배점표와 인가 메뉴얼을 공개하는 등 제반작업을 마무리한 상태다. 그러나 새 인터넷은행의 주인공이 되리란 기대를 모았던 네이버·인터파크 등 IT기업이 발을 빼면서 시장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있다.
 
지난해 9월 대통령이 규제혁신 1호 대상으로 인터넷은행 사업을 꼽으면서 인터넷은행특례법까지 만들면서 멍석을 깔아놨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주요 IT기업들이 사업 참여 의사가 없거나 망설이고 있다. 이대로라면 경쟁구도가 아니라 당국이 계획한 두 곳을 채우기도 힘들 수 있다.
 
업체들이 밝힌 표면적인 이유는 '사업성'이 없다는 것이다. 네이버측은 컨퍼런스 콜에서 "국내 은행업계는 기존 시중은행이나 카카오뱅크, 케이뱅크가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가 힘들어 국내 인터넷은행 경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회사 '라인'을 통해 해외 여러 곳에서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네이버가 오히려 국내에서는 인터넷은행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 규제환경이 큰 몫을 했다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을 만들어 IT에 주력하는 기업에 한해 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한 당국으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분석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은행의 수익은 대부분 이자수익(예대마진)으로부터 나오는데, 인터넷은행 역시 이자수익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전통적인 예금과 대출 업무 외 다른 금융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이 나오기 위해서는 이자수익 외에 다른 수입이 기반이 돼야 한다. 일례로 해외에선 이자수익이 아니라 수수료로 수익의 대부분을 창출하는 인터넷은행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시장가격'에 대한 암묵적 규제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명시적 규제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은행이 마음대로 가산금리나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금리나 수수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 당국은 보이지 않는 압력을 행사하고 은행은 알아서 움직이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다. 이렇게 시장가격이 통제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기는 어렵다. 
 
인터넷은행 흥행 참패가 예상되지만 당국은 당장 추가적 규제완화를 논하기엔 시기상조란 입장이다. 추가적 규제완화를 논하기에는 법이 시행된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어(大漁)의 등장에 대한 기대감을 접지 않은 모습이다. 인터넷은행에 관심있는 대형 ICT기업이 전략적으로 패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규모가 큰 IT기업의 참여만을 손놓고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그 정도로 플랫폼과 자본력이 갖춰진 곳만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은산분리 완화가 만능키가 아니었음이 드러난 가운데 당국이 또다른 카드를 제시하지 않으면 인터넷은행은 흥행참패가 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암묵적 규제 체제 개선이 필수적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추가로 시장에 진입한다 하더라도 금융 '메기'가 아닌 '미꾸라지'로 전락하게 된다.
 
이종용 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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