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사바하’, 장재현 감독이 증명하려는 ‘선악과’
인간의 맹목적 믿음이 만들어 낸 신의 실체…“선일까 악일까”
“신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영화적 세계관 완성한 연출
입력 : 2019-02-15 00:00:00 수정 : 2019-02-15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마련이다. 그 호기심이 순도가 높아질수록 그것은 경외심으로 변질된다. 경외심은 사실 그 밑바닥에 공포를 숨기고 있다. 이 논리를 이단이란 단어로 해석할 수 있는 신흥 종교에 대입해 보자. 사람들은 고통을 받는다. 그 고통은 보이지 않는 무형의 그것에서 기인한다고 믿는다. 그 보이지 않는 것을 눈앞에 보여준다. 그것을 사람들은 재림이라고 믿는다. ‘재림은 경외와 추앙의 대상이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대상은 자신을 받드는 사람들의 기저에 깔린 감정의 빈틈을 노린다. 그 빈틈에는 여지 없이 공포가 자리하고 있다. 그 공포는 버림 받을 지 모른단 두려움이다. 그 두려움은 반대 급부로 맹목성을 이끌어 낸다. 이 순환의 고리가 바로 이단 혹은 사이비로 규정되는 종교 단체의 생성과 목적 논리다. 영화 사바하는 이 논리의 고리를 꿰뚫고 그 고리의 시작과 끝이 어디부터 어디까지 다다랐는지를 추적한다. 보이지 않는 신, 정말 존재하고 있는 것 일까.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존재론적 가치의 목적성에서 악의 존재는 무엇일까. 심오하지만 이 영화는 그것을 122분 동안 나열하고 짚어가며 관객들에게 답을 제시한다.
 
 
 
우선 사바하는 선의 목적성에서 되짚어 볼 신이 아닌 악의 시선이 바라보는 세상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영화 시작부터 악으로 규정된 일반화의 이미지가 스크린을 장식한다. 염소,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은 새떼,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뱀의 무리, 죽은 나무들, 황량한 공간, 이질적인 색채의 하늘. 그리고 그 하늘에 떠 있는 두 아이의 이미지. 한 아이가 기괴한 형상으로 또 다른 아이의 다리를 뜯어 먹는다. 이 하늘은 한 여인의 자궁이다. 그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땅은 인간의 세상이다. 인간 세상에 악이 내려왔다. 이 곳은 강원도 영월의 한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쌍둥이 소녀가 태어났다. 한 아이는 정상이지만 정상이 아니다. 한 쪽 다리가 심하게 상처를 입었다. 다른 한 아이는 사람의 형상이라기 보단 흡사 괴물의 그것이다. 온 몸이 털로 뒤덮였다. 끔찍한 동물의 소리를 낸다. 이 아이, 신의 반대편에 선 악일까.
 
카메라는 이어 신흥 종교단체의 비리를 파헤치는 종교문제연구소 박웅재(이정재) 목사의 강연을 비춘다. 물질과 현실에서 독립된 종교의 정통 이념을 지키는 박 목사의 열강은 반대로 그의 지극히 세속적인 모습도 함께 공개한다. 종교의 기반이자 원천을 이루는 신의 존재가 사실 선악의 구분에서 어느 쪽도 될 수 있단 비유이자 은유의 개념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장치다. 박 목사가 지키고자 하는 것이 종교의 선인지 악인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저 박목사의 목적은 돈일 뿐이다. 그에게 선이자 악은 곧 돈이란 현실의 목적일 뿐이다. 그 돈의 목적을 겨눈 레이더가 가리키는 곳은 사슴동산이라 불리는 신흥 종교 단체다.
 
영화 '사바하'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슴동산은 기독교적 시각과 불교의 시선 속에 티벳 밀교와 국내 토착신앙까지 결합된 사상을 담고 있었다. 이들은 사이비 종교의 기본인 금전 갈취가 없다. 오히려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다. 박 목사는 그게 더 이상하다. 그의 조력자인 요셉 전도사(이다윗)도 그걸 지적한다. 이제 두 사람은 사슴 동산으로 더욱 깊숙하게 들어간다. 박 목사의 고교 후배이자 출가한 해안스님(진선규)과 총무스님(차순배)도 힘을 보탠다. 그들은 사슴동산의 실질적인 교주 김풍사의 정체를 쫓기 시작한다. 이와 더불어 경찰의 황반장(정진영)사슴동산이 연관된 연쇄 살인 사건을 추적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인물들을 내려다 보는 한 인물 광목이란 인물, 본명 전나한(박정민)은 또 다른 인물 금화(이재인)를 쫓는다. 금화는 바로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한 쌍둥이 자매 중 다리 한 쪽이 뜯긴 채 태어난 동생이다. 이 수 많은 인물의 중심에 의문의 단체 사슴동산이 있다. 도대체 이들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힘은 무엇인가. 그 힘이 믿음인가 신앙인가. 그 신앙의 주체는 인가. 아니면 인가.
 
사바하는 질문이다. “신이시여 과연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시 나이까.” 박 목사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사건의 보이지 않은 벽에 부딪칠 때마다 외치고 읊조린다. 기독교에 귀의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을 찾기 위해 세속으로 다시 귀의한 박 목사의 행보는 그래서 문자 그대로 사바하. 이 말은 불교에서 성취를 뜻하는 말이다. 그는 신의 존재를 찾기 위해 그 성취를 위해 세속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 세속은 더욱 더 신의 존재를 묻는 박 목사의 질문을 외면한다. 그것이 박 목사의 지금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영화 '사바하'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박 목사의 모습과는 반대로 세상의 신흥 종교, 즉 사이비는 보이지 않는 신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보이지 않기에 만들었다. 만들 수 있기에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세상의 시선에서 자유로웠다. ‘사슴동산은 그것을 노리고 신을 만들었고, 신의 존재는 어느덧 실체화되면서 사람들의 내면에 공포를 만들어 냈다. 그 공포가 그들에게 맹목적인 믿음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 사바하는 완벽하게 질문을 완성한다. ‘사바하는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 신은 존재하는 것인가라고. 그 질문은 박 목사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그것을 사슴동산의 존재가 증명하려 든다. 신의 존재가 선이든 악이든 그것의 실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그저 맹목성에 기인한 사바하의 세상은 믿음의 변질이 만들어 낸 음습하고 불쾌한 공간일 뿐이다. 그 안에서 선은 죽어가는 믿음이다. 싹을 틔우는 것은 오롯이 악일 뿐이다.
 
신의 존재가 부정된다면 그 대척점에 존재해야 마땅할 악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선으로 규정된 신은 없었고 오로지 악만이 존재했던 것일까. 해인스님을 통해 전달되는 처음부터 악은 없다는 불교의 개념은 분명히 선과 악을 규정한 기독교의 해법과 완벽하게 상반되는 지점이다. 결과적으로 사바하는 두 종교가 바라보는 선과 악, 그리고 신의 존재론적 가치관을 만들어 낸 인간의 맹목적 믿음이 그 질문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꼬집는다.
 
영화 '사바하'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끊임없이 이어진 질문의 연속에서 박 목사는 결국 답을 찾지 못한다. ‘사바하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마찬가지다. 하지만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완성됐다. ‘검은사제들을 통해 악과 싸우는 가톨릭 사제들의 얘기를 그렸던 장재현 감독은 종교적 관점에서의 유물론적 세계관의 틀을 완성시켰다. 그리고 사바하로 인해 두터운 기둥을 세웠다. 이제 그는 커다란 대들보를 올리려 한다. 장재현 감독이 만들어 낼 영화적 시선의 선악과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그는 단 두 편의 상업 영화로 신들의 세계 속 금단의 열매를 증명해 내려 하고 있다. 그의 세 번째는 과연 어떤 질문일까. 오는 20일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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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