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박상인 서울대 교수 "취약산업 금융지원…한계기업 연명하는 것"
"금융당국 금융정책, 주력산업 고도화에 초점 맞춰야"
"IT·바이오 등 신사업 지원으로만 혁신정책 성공하기 어려워"
입력 : 2019-02-21 08:00:00 수정 : 2019-02-21 08: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올해 경제정책은 혁신기업 육성과 주력산업 금융지원으로 요약된다. 혁신기업을 육성함과 동시에, 침체 중인 주력산업(제조업)을 금융지원한다는 것이다. 경제성장과 위험관리를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하지만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번 정책이 한국경제와 적합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제에서 제조업 비중이 큰 만큼, 취약한 제조업을 구조조정한 뒤 제조업 고도화에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IT·바이오 등 혁신기업에만 맞춰진 금융지원은 제조업의 비중인 큰 한국경제 구조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 교수는 과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 재벌개혁위원장을 역임하며,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 문제점을 비판하는 저서도 다수 발간했다. 최근에는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에서 경제 자문을 하고 있다. 정책 전문가 박 교수를 만나 산업구조 개편에 대한 금융정책의 한계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개선방향을 들어봤다.
 
-박 교수는 그동안 경제(금융)정책 연구를 집중적으로 해왔다. 정부의 경제 및 금융정책에 대한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지나친 관치가 아쉽다. 가령, 정부가 공공기관에 너무 많이 개입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고유의 직무가 각각 있는데 이에 반하는 기능들을 강요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기능과 정체성이 모두 현 정권의 정체성에 끼어맞춰져 있는 것이다. 어느정도 정부 기조에 발맞추는 건 맞지만 지금은 정도가 지나치다. 공무원들이 정치적인 동기를 가지고 일하게 만들면 안된다. 그러한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정도를 벗어난 것은 정책이 아니라, '코드맞추기'다.
 
 
-금융감독 정책도 정부 개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에도 금감원이 감독 독립성을 두고 금융위와 갈등을 벌이고 있다.
 
결국 관치 때문이다. 공무원들은 관치를 왜 하려고 하는가. 승진 등 인사 때문에 눈치보기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금융정책은 관치가 너무 심하다. 금융위는 태생적으로 조직이 불완전하다. 왜냐하면 금융위가 정책과 감독기능의 구분을 불분명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정책과 감독은 엄연히 역할이 분리돼야 한다. 수사기관인 검찰, 감사원 모두 행정권력으로부터 독립돼 있지만 금감원만 아니다. 애초에 금융정책은 기재부 산하 금융정책국으로 국한 시키는 게 맞다고 본다. 그리고 금감원은 수사기관처럼 독립성을 갖고 감독하는 것이 옳다. 정부가 금융감독에 대한 영향력을 놓고 싶지 않아 금융위란 조직을 만든 것이다.
 
 
-최근 금융위가 국책은행 주도로 주력산업 고도화 지원에 방점을 두고 있다. 어떻게 보나.
 
이미 실기했다. 하지만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다. 지금이라도 산업구조 고도화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지금 조선산업의 숨통이 약간 트이고 있다. 구조조정 컨트롤 타워인 금융위와 기재부가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도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구조조정 해야 한다. 우선 두 가지 방향으로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경제구조가 재벌 중심이다. 재벌 구조 자체를 개선시켜야 한다. 지금 경제구조는 경쟁도 없고, 있더라도 유효 경쟁이 없는 상태다. 오히려 재벌이 중소기업 대상으로 단가 후려치기할 수 있는 구조다. 
경제구조를 바꾸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몇년이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는 사이, 제조업이 모두 쓰러질 수 있다. 
 
 
-구조조정 정책이 미약한 이유는 아무래도 노조가 크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구조조정으로 인해 일자리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무분별하게 구조조정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취약중심 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으로 하되, 노사정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모두가 고통분담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노사정 합의 모델로 광주형 일자리로 꼽았는데, 이는 일자리 창출의 근본적인 모형이 될 수 없다. 독일 폭스바겐의 아우토5000 사례를 따라하는 것인데, 당시 폭스바겐은 경영악화로 지역여론이 나빠지면서 노조도 압력을 받은 상태라서 노사정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폭스바겐은 임금 80%를 조건으로 아우토 5000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7년 후에는 아우토5000 임금은 다시 폭스바겐 임금과 비슷해졌고, 이후 폭스바겐 본사로 흡수됐다. 이는 일시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모형으로서는 쓸만하지만,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기에는 알맞지 않다. 
그럼에도 정부는 자꾸 생활일자리 만드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기업 노조들을 만나 산업구조조정을 동참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사측도 같은 희생을 조건을 내고,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취약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기보다는 금융지원으로 소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와 산업은행이 하는 지원은 재무적인 지원에 한정돼 있다. 돈만 투입하고 정말 필요한 산업구조조정을 못하고 있다. 3~4년 동안 취약산업 구조조정을 해야한다. 이후에는 중견중소기업의 혁신이 일어나고 생산성이 향상될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되, 산업의 경쟁력 약화 부문을 우선적으로 진행해야한다. 노조의 반발을 고려해 노사정이 합의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지금 금융당국이 금융지원하는 것은 한계기업을 연명하는 것이다. 좀비기업 지원책을 포용적 금융으로 포장시킨 꼴이다. '포용적 금융'이란 좋은 말을 다 왜곡한 것이다. 결국, 복잡하고 어려운 구조조정은 넘어가고, 세금과 은행돈으로 땜질하는 셈이다.
 
 
-금융위가 4차산업혁명에 맞는 금융혁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기에는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이 포함됐다. 금융 및 산업 혁신정책 제대로 가고 있나.
 
최저임금, 일자리창출, 4차산업혁명, 전통산업 부실화 등의 이슈들은 하나로 귀결된다. 제조업의 위기다. 실제로 한국 경제의 문제는 제조업 위기가 근본적이다. 제조업이 약화되니, 지역을 비롯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다. 최저임금과 일자리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고용이 나빠진 것은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다. 제조업의 위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구체적으로 보자. 정부는 바이오, IT, 핀테크 등 신산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하지만 이 산업들은 현재 노동력이 필요없다. 오히려 제조업이 우리라나 경제 비중에서 가장 크다.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보다 더 비중이 큰 상황이다. 이렇게 큰 제조업 비중을 바이오, IT 등의 신산업으로 대체한다? 가능하지 않다. 금융투자 등 자본주의가 잘 발달한 미국만이 가능하다. 경제정책은 각 국가의 상황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 미국을 무조건 따라해서 성공하지 못한다. 지금 해외사례를 맹목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우려된다. 한국 경제구조가 왜이렇게 작동되는지, 깊이있게 분석해야 한다. 또 해외사례가 우리한테 맞는 것인지, 안맞는 것인지도 판단해야 한다.
확실한 것은 지금 무조건적인 금융지원이 아닌 제조업을 고도화 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 구조조정을 필수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가 21일 "금융지원은 주력산업 고도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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