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런던 가장 힙한 음악의 서울 '정화', 이어스 앤 이어스
10일 서울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서 두 번째 내한 단독 공연
1800여 관객 떼창하며 호흡…화려한 영상과 인류사적 메시지들의 조화
입력 : 2019-03-11 18:00:17 수정 : 2019-03-11 18:00:28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런던에서 가장 '힙'하다는 공연은 상징적이면서 경쾌했고, 때론 한없이 따뜻했다. 
 
고대 잉카인들이 부정적 기운을 없애기 위해 나뭇가지를 태우던 전통처럼, 밴드는 '감정 정화'에 음악을 한껏 활용했다. 어깨를 흔들거나 양팔을 원형으로 말며 춤을 췄고, 고대 상형 문자와 유토피아에 대한 인류사적 희망이 영상 언어로 흘러다녔다.
 
1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 '이어스 앤 이어스'의 두 번째 내한 단독공연. 리드미컬한 퍼커션과 캐치한 일렉트로닉음, 소울풀한 미성의 보컬의 범벅인 이 런던의 '힙 뮤직'이 울려 퍼지자 1800여 관객들이 손을 들며 일제히 환호했다.
 
이어스 앤 이어스. 사진/뉴스토마토
 
이어스앤이어스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주목하는 핫한 밴드다. 보컬·키보드의 프론트맨 올리 알렉산더와 베이스의 마이키 골즈워시, 키보드의 엠레 터크만으로 구성된 3인조 밴드다. 국내 음악 애호가 사이에서는 '년앤년' 혹은 '년년이들'이라는 애칭으로 사랑받고 있다.
 
2010년 5인조로 시작했으나 밴드 결성 3년 만인 2013년에 3인조로 개편했다. 초창기 팝 록에 가까웠던 스타일은 재정비를 겨쳐 일렉트로닉 팝 스타일로 변모했고, 이는 밴드를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2015년 영국의 뛰어난 신인을 선정하고 발표하는 'BBC 사운드 오브 2015(BBC’s Sound of 2015)'에서 우승을 차지했으며 싱글 '킹(King)'과 첫 번째 정규 앨범 '커뮤니언(Communion)'이 모두 UK 차트 정상에 오르며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졌다.
 
이어스 앤 이어스.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지난해 7월에는 자신들의 세계관을 집약한 정규 2집 '팔로 산토(Palo Santo)'를 발표했다. 스페인어로 '신성한 나무'를 뜻하는 이 언어는 고대 잉카인들이 나쁜 기운을 없애기 위해 나뭇가지를 태우던 전통에서 차용했다. 음악도 하나의 '정화 작용'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의 이 세계에서 이들은 자유를 갈망하는 희망어들로 노래한다. 개인의 자율성과 성(性) 소수자, 안드로이드 세계 등에 관한 인류사의 고찰들을 노래로 풀어내고 있다.
 
이날 저녁 7시10분쯤, '생티파이(Sanctify)'로 공연의 포문을 연 밴드는 초반부터 소통에 적극적이었다. 올리는 첫 곡이 끝나자마자 "서울, 잘 지냈습니까"라며 인사했고 '샤인(Shine)'부터 후렴구를 떼창을 하는 관객들을 보며 황홀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히려 제가 여기 서서 당신들을 보는 게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네요. 이렇게 반겨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세계적인 음악잡지 롤링스톤즈에서 다룬 것처럼 이들의 사운드는 일렉트로닉 밴드 펫 샵 보이스와 팝스타 리아나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댄서블하면서 유쾌한 멜로디가 각 곡마다 베이스로 깔려 있었고, 올리는 소울풀한 미성으로 그 위를 유려하게 거닐었다. 웨이브 춤을 추면서 화음을 더하는 백보컬 페베 에드워즈와 조엘 펜더의 가스펠식 코러스도 인상적이었다.
 
밴드 이어스 앤 이어스 내한 공연. 사진/뉴스토마토
 
밴드가 훑는 인류사적 메시지들은 화려한 영상 이미지들과 교차했다. 그들의 세계관을 집약한 곡 '팔로 산토(Palo Santo)'에서는 거대하고 영롱한 달빛이 새로운 세계로의 이동을 암시했고, 자신의 맹목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종교적 숭배에 빗댄 곡 '워십(Worship)'에서는 고대 상형 문자들이 좌우, 대각선 사방으로 일렁여댔다.
 
한국 팬들과의 교감 순간들도 빛났다. '골드(Gold)' 무대 때는 팬들이 미리 준비한 금빛 가루를 뿌리기도 했고, 무대 위로 건네 준 한국의 전통 갓을 직접 써보며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1시간 반에 걸쳐 총 17곡을 쏟아낸 뒤 밴드는 1분도 안돼 다시 무대로 불려 나왔다. 팬이 건네준 피카츄 모자를 쓰고 활짝 웃던 밴드는 '올 포 유(All For You)'를 시작으로 '플레이(Play)', '킹(King)' 순서로 앙코르 무대를 꾸몄다.
 
밴드의 이번 내한 단독 공연은 지난해 7월에 이어 두번째였다. 지난해 내한공연을 놓쳐 아쉬워 했던 국내 팬들을 위해 밴드가 직접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올리에 따르면 다음번 내한 공연도 빠른 시간 내에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리는 "오늘 보내준 성원을 앞으로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며 "꼭 조만간 다시 돌아오겠다"는 인사를 정중하게 건넸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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