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빨간불 무시한 사고는 운전자 책임
입력 : 2019-03-25 06:00:00 수정 : 2019-03-25 07:51:08
국내 상장사 대부분이 결산하는 시기가 되면서 상장폐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기업의 장부가 제대로 작성됐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장기간의 실적 부진, 대규모 손실 발생 등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고 실제로 시장 퇴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직 정기주주총회를 하지 않은 기업이 더 많이 남아 있는 현재까지 감사의견 비적정 등을 포함해 결산 관련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은 벌써 10여개가 넘는다. 주총이 가까워진 기업이 많을수록 상장폐지 기로에 놓이는 기업도 점점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실적 부진을 지속해 재무상태가 악화하고 더 이상 상장사 자격을 유지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은 투자자의 잘못도 책임도 아니다. 또한 이런 기업에 투자해 손실을 보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지만 오랜 기간 해당 기업의 성장을 기대하고 주식을 갖고 있던 경우가 아니라면, 특히 위험신호가 드러난 뒤에 주식을 샀다면 손실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감사의견 비적정 등 명백한 사유가 언제쯤 발생한다는 예고는 없지만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져 상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는 여러 가지 신호는 수년 전부터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장폐지된 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공통적으로 상장폐지 사유 발생 수년 전부터는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고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줄면서 빈번한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오는 모습이 나타난다. 최대주주나 대표이사 등 경영권 변동도 잦다.
 
최근은 아니지만 금융당국은 이런 상장폐지 기업의 주요 특징에 관해 분석 자료를 통해 여러번 알렸다. 이러한 사실과 특징을 몰랐더라도 최소한 기업의 실적만 확인해도 위험이 크다는 점은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
 
이번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한 기업은 2016년 영업이익이 흑자전환했다가 2017년 80%가량 줄었고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 적자전환, 적자확대다. 이 정도 정보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5분도 길다.
 
문제는 상장폐지 기로에 놓이는 기업의 특성과 위험이 다가왔다는 조짐을 알고도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에서 결산 관련 비중이 높다는 사실과 함께 관리종목 또는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은 한계기업을 이용한 불공정거래 유형 등을 안내하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수많은 전문가도 언론을 통해 투자 위험을 경고를 한다.
 
거래소의 안내는 불공정거래 유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됐지만 완전히 새롭거나 특별히 대단한 정보는 아니다. 전문가들의 얘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경고음을 내는 것은 요행수나 다름없는 투기적 행태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다.
 
빨간불이 켜진 교차로. 경찰이 멈추라며 경광등을 흔들고 주변의 차들도 경음기를 울리는 상황에서 내달리던 차가 사고를 냈다. 이때 모든 것을 외면하고 가속 페달을 밟은 운전자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기업의 경영·재무상태, 금융당국과 시장 관리자인 거래소, 증시 전문가가 보여주는 빨간불을 무시한 투자도 마찬가지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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