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을 가다)"경조 위주 꽃문화, 일상 속 문화로 바뀌길"
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 대전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대
꽃집 실명제·정품인증화환으로 신뢰 회복…중기부 지원 '꽃누리' 프랜차이스 사업 본격화
이영록 회장 "다양한 협동조합 상품에 정부 관심 필요"
입력 : 2019-03-25 16:55:13 수정 : 2019-03-25 16:55:29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국내 꽃집들은 최근 수년 간 화환가격 하락을 겪었다. 한 번 팔린 화환이 재사용되기 시작하더니 화환 재활용을 전문으로 하는 공장이 생겨났다. 상가집에서 이틀 뒤 발인하면 주워다 팔거나 결혼예식이 끝나면 리본만 바꿔서 되파는 식이다. 꽃 재사용 시장이 커지면서 20년 전에 10만원이던 화환 가격은 5만원, 최근에는 3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새 꽃으로 화환을 만드는 꽃집은 매출 하락을 버티지 못해 문을 닫는 사례가 점점 늘었다.
 
'재탕 화환'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전에 있는 33개 꽃집이 모여 대전화원협동조합을 만든 건 2013년이다. 꽃집과 고객 사이에서 수수료 비즈니스를 하는 업체와 경쟁하고자, 화환을 만드는 꽃집끼리 좋은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었다. 
 
협동조합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재료 공동구매다. 포장지를 비롯해 개별 꽃집 단위로 소량씩 구매하던 제품을 대량구매하면서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최신 트렌드에 맞는 꽃다발을 만들 수 있도록 교육사업도 진행했다. 
 
꽃집 실명제와 정품인증화환 제도를 도입해 협동조합 소속 꽃집의 신뢰도를 쌓는 노력도 병행했다. 대전협동조합이 새꽃을 활용한 화환이라고 인증하는 식이다. 소고기를 누가 키우고 언제 도축했는지 표시하듯 꽃에도 기록을 남기면서 고객들의 주문도 점점 늘었다. 덕분에 대전화원협동조합은 2013년 설립 후 지난해 기준 매출 6억원, 조합원 80곳으로 성장했다.
 
이영록 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화환 위주의 국내 꽃 문화가 생활 속 꽃을 즐기기는 분위기로 바뀌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
 
이영록 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개업식 등에 가 보니) 내가 보낸 꽃이 제일 좋다는 얘기를 고객들이 많이 한다. 좋은 새꽃을 쓰고 이를 보증하기 때문이다. 꽃을 보내는 사람이 받는 사람을 만나도 당당해진다"며 정품 화환의 장점을 설명했다.
 
대전화원협동조합을 만든 위 대전 외 다른 지역의 화원협동조합 설립을 돕던 이 회장은 2017년 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를 조직했다. 협동조합 차원의 전국 단위 꽃배달 서비스를 본격화하기 위해서다. 대전 내 꽃배달 서비스는 조합원 꽃집 네트워크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서울 등 다른 지방으로 보내는 꽃은 해당 지역 꽃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고객들이 서울에 보내는 꽃도 정품 화환으로 보내달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화환 가격을 낮춰달라고 말한다. 경쟁력 있는 꽃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사업지역을 넓혀야 했다"고 말했다.
 
협동조합연합회는 대전에 화환을 만드는 공동작업장을 만들었다. 200평 규모의 시설에서 협동조합 소속 직원들이 꽃을 꽂고 배달을 한다. 3단 화환으로 시작한 공동작업은 꽃바구니나 개업식 화분, 난 등 꽃집에서 취급하는 모든 품목으로 확대했다. 조합원들의 주문을 한 군데에서 소화할 수 있게 되면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졌다.
 
작년 말 기준 연합회 소속 9개 협동조합의 조합원 수는 200곳에서 현재 400곳으로 3개월 만에 두 배 넘게 늘었다. 가격 경쟁에 내몰린 동네 꽃집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협동조합의 취지에 적극 공감한 결과다. 연합회는 올해 조합원수 1000곳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꽃누리'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특화 상품은 화분이나 꽃다발로 만든 나눔형 꽃누리 화환이다. 화환을 한 번 쓰고 버리는 대신 행사 참석자들이 화분이나 꽃다발을 집에 가져갈 수 있도록 고안한 제품이다. 연합회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체인형 조합 사업에서 지원받은 3억원으로 브랜드 상품 개발과 마케팅 홍보 등에 투자해 지난 2월 프랜차이즈 정보공개를 완료했다.
 
연합회가 정부 도움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인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는 게 이 회장 설명이다. 그는 "조달을 비롯해 정부 사업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이나 여성기업에 비해 협동조합을 우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대규모 구매가 아니더라도 정부 관계자들이 다양한 협동조합 상품에 관심을 가지고 우선 구매해주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협동조합과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해 국내 꽃 문화를 바꾸는 게 목표다. 꽃을 낭비하는 대신 생활 속에 꽃을 즐기는 풍토가 자리잡길 바란다는 취지다. 꽃집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가화환 대신 화분을 비롯한 다른 매출이 늘어나면 꽃집의 경쟁력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이 회장은 "꽃집 매출의 60% 이상이 리본 달린 경조상품이고 그 중 40%가 화환이다. 국내 꽃 시장이 경조문화에만 치우쳐져 있는 것"이라며 "단기간에 급격한 성장을 일궈낸 한국사회 특유의 문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본다. 이제는 꽃 시장에서부터 허례허식 대신 일상의 문화를 가꾸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가 개발한 꽃다발 화환(왼쪽)과 화분 화환. 사진/한국화원협동조합연합회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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