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찬욱 감독, 그가 ‘리틀 드러머 걸’에 빠진 이유
“영화 아닌 드라마 연출? 이 작품 하기 위해 드라마 선택”
첩보-스파이 장르-사랑 완벽한 결합…“아주 잘 짜인 스토리”
입력 : 2019-04-05 00:00:00 수정 : 2019-04-05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거장’이란 단어가 누구보다 어울리는 감독이라면 첫 손에 꼽을 수 밖에 없다. 박찬욱 감독이다. ‘공동경비구역JSA’를 시작으로 이른바 복수 3부작(‘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을 마무리한 뒤박쥐’ ‘아가씨등 영화적 미장센과 완성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신만의 완벽한 인장을 새긴 작품을 세상에 연이어 선보여 온 그다. 할리우드에서도 주목했다. ‘스토커를 통해 박찬욱의 영화적 세계관은 동서양을 망라한 말 그대로 새로운시네마 유니버스였다. 칸 영화제가올드보이박쥐를 통해 연이어 박찬욱에게 트로피를 선사한 것도 그의 이런시네마 유니버스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한 것이다. 사실상 국내 영화계에선 입신의 경지에 오른 박찬욱이다. 그런 그가 드라마로 눈을 돌렸다. 그것도 해외 드라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왓챠를 통해 서비스될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을 들고 국내에 컴백했다. 영국 첩보 소설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영국 BBC와 미국AMC에서 이미 먼저 공개됐다. 국내에는 2016아가씨이후 첫 번째 컴백작인 셈이다.
 
박찬욱 감독. 사진/왓챠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모사드가 비밀 작전을 위해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를 포섭하고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막히는 스토리를 담아낸 첩보 스릴러다. 감각적이면서도 특유의 미장센이박찬욱이란 인장을 분명히 증명하는 작품이다. 박 감독은왓챠를 통해리틀 드러머걸이 공개되기 며칠 전 서울 종로 한 카페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나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국내 컴백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질문을 조금 바꿔 본다면영화가 아닌 왜 드라마인가보다는이 작품을 하고 싶어서 드라마란 포맷을 선택했다가 정답 같네요. 원작 소설 자체가 워낙 방대하기 때문에 2시간 분량의 영화로는 사실 나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어요. 원작을 6부작으로 나눈 것도 고민을 거듭한 끝에 나온 형식이고. 찰리의 길고 긴 모험의 여정 속에서 중요한 계기가 하나씩 설정을 통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나 끝을 보는 얘기. 그 지점에 매력을 느꼈죠. 아마도 제가 또 드라마를 하게 된다면 그 지점에 매력을 느낀 것이라고 봐도 되십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왓챠를 통해 시리즈 여섯 편이 모두 공개가 됐다. 하지만 언론 시사회 당시에는 1편과 2편만 상영이 됐다. 2편의 마지막이 바로 찰리가 이제 본격적으로 사건에 뛰어들기 직전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1편과 2편은 찰리를 포섭하고 스파이로 교육시키는 과정, 그리고 국내에선 낯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적대적 관계 등이 그려진다. 또한 편집도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다. 때문에 상당히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박찬욱 감독. 사진/왓챠
 
“그 부분은 저도 인정해요(웃음). 1회와 2회를 보면 많이 어렵겠다는 생각을 저도 했으니. 팔레스타인 분쟁과 이 작품의 세계관을 소개해야 하고 인물들을 전부 소개해야 하는 분량이기에 보시는 분들이 소화하기에 좀 힘들 수도 있겠다 싶었죠. 하지만 조금만 참고 보시면 무릎을 치실 순간이 오실 겁니다. 하하하. 복잡하게 얽힌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지고 결국에는 이런 얘기였어?’라고 하실 순간이 올 겁니다. 사실 스파이 장르는 좀 복잡해야 맛이 있지 않나요(웃음)”
 
사실 박찬욱이라고 하면 철학적인 내용을 주로 담고 있는 영화들로 유명하다. 상업적인 면도 도드라진 작품들이 대부분이지만 박찬욱 감독 본인부터가 심도 깊은 질문에 끌리는 면이 강한 연출자다. 그의 전작들만 이어봐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의문이다. 하지만 그가 이번 리틀 드러머 걸에 끌린 점은 의외로 단순했다고. 첩보와 로맨스 두 코드가 이 거장을 움직였단다. 박찬욱과 첩보, 박찬욱과 로맨스. 어울릴 듯 하면서도 어울리지 않는 코드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보실 수도 있죠. 하지만 저의 연출작들은 전부 다 사랑이 기본 전제 요소였어요. 하하하. ‘리틀 드러머 걸은 저의 연출작 가운데 그 사랑이 더 진한 것뿐이죠. 그리고 얘기도 좋았어요. 첩보의 세계와 분쟁의 세계에서 사랑이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도 끌렸고. 저는 스릴러나 첩보 장르에서도 사랑에 관한 얘기나 유머가 분리되지 않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연출자에요. 그런 면에서 리틀 드러머 걸은 정말 잘 짜여진 얘기였어요.”
 
박찬욱 감독. 사진/왓챠
 
이미 할리우드에도 진출한 바 있다. 외국 스태프와의 작업도 낯설지는 않다. 칸 영화제에서 두 번의 수상 경력을 보유한 박찬욱은 이미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거장으로 인식돼 있다. ‘리틀 드러머 걸은 영국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할리우드 경험이 영국 스태프들과의 작업에 도움이 됐을지도 궁금하다. 영국 특유의 보수적인 성향이 이번 작품 작업에도 영향을 주었을까.
 
사실 별 차이는 없어요. 할리우드나 영국이나.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한국에선 몇 십 년을 하다 보니 너무 편하고 의사 소통도 문제가 없죠. 반면 외국에선 모든 게 다 불편해요. 작업의 불편함이라기 보단 제가 한 단계를 무조건 걸러서 들어야 하잖아요. 하하하. 그러니 긴장하고 촬영을 할 수 밖에 없죠.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단 점에선 좋지만. 사실 뭐 잘 모르겠어요(웃음)”
 
박찬욱이 이름을 대표하는 작품 색깔을 떠올리자면 미장센이다. 영화 속 아름다움을 뜻한다.
그는 매번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영화적 세계관의 미장센을 만들어 왔다.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등 작품에서 선보인 이질적이면서도 영화적이고 또 현실감을 살린 장면들은 박찬욱이란 인장을 확실하게 남기는 장치가 됐다.
 
박찬욱 감독. 사진/왓챠
 
이번에도 미장센에 고민은 많이 했죠. 영화와 달리 이번 작품은 TV와 모바일로 보는 작품이기에 그에 맞는 미장센을 고민해야 하나도 싶었죠. 결과적으로 영화를 연출하듯 스크린에서 보는 맛으로 장면을 구상하고 미장센을 입혔죠. 아마 하나 차이가 있다면 스크린 기준인 시네마 스코프에 맞춰서 장면과 미장센을 구상해 왔다면 이번 작품은 이미 영국에서 TV로 방영을 했는데 영국은 16 9를 쓴다고 해서 거기에 맞춘 것뿐이죠. 아무튼 보시면 분명히 재미 있으실 겁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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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