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단짝들의 공화국, 국민의 공화국
입력 : 2019-04-09 06:00:00 수정 : 2019-04-09 06:00:00
한국과 프랑스는 지금 개각 시즌이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3년차 쇄신을 위해 장관 일부를 교체한다고 나섰고, 마크롱정부는 유럽의회·지방선거에 일부 장관이 출마하자 개각을 단행했다. 2017년 5월 대선을 치른 두 나라는 이번 개각시기도 공교롭게 겹친다. 프랑스는 장관 세 명을, 한국은 일곱 명을 교체하므로 규모는 다르지만 인사를 둘러싼 잡음은 판박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달 31일 문 대통령이 후보자 1명의 지명을 철회하고 1명의 사퇴를 수용했다. 이 정부 들어 낙마한 장관 후보자가 여럿 있었지만 청와대는 전혀 실패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자신들의 잘못을 시인했지만 그 진정성은 어디까지일까. 시인한다면서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나머지 문제 있는 장관 후보자 임명절차도 진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6월 선거를 앞두고 세 명의 장관이 출마의사를 밝히자 5일 동안 고심한 끝에 유럽문제를 담당하는 정무수석에 아멜리 드 몽샬랭(Amelie de Montchalin), 디지털 경제부 장관에 세드리크 오(Cedric O), 정부 대변인에 시베트 엔디아이에(Sibeth Ndiaye)를 임명했다. 세 사람 모두 30대 젊은이들로 이들이 합류한 새 내각은 1962년 이래 가장 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정계에서는 이번 인사를 그리 좋게 보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개각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유럽 녹색당 의원 야니크 자도(Yannick Jadot)는 지난 1일 프랑스 엥포(France Info)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관료적 개각이자 오만과 권력의 관료화”라고 평가했다. 집권당인 전진하는공화국(LREM)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내각의 한 멤버는 “에마뉘엘 마크롱은 ‘서프라이즈’를 좋아한다. 역시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또 다른 멤버는 시베트 엔디아이에와 세드리크 오를 겨냥해 “이번 개각은 쇄신이라기보다 편협했다”며 망연자실했다. 그는 “올랑드(Francois Hollande)는 그의 임기 동안 측근들의 눈치를 봤다. 마크롱도 거의 같은 길을 가고 있다. 우리는 올랑드화하고 있다”라고 실패한 전 정부와 견주며 이번 인선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의원은 “프랑스인들이 정치인들과의 괴리, 엘리트들의 무게를 규탄하고 있는 위기 상황에서 간신히 빠져나오는 중인데 이런 인사는…‘단짝들의 공화국’이다”라고 조롱했다. 한 여성의원은 탄식하며 “나는 더 이상 에마뉘엘 마크롱과 함께 하고 싶지 않다. 그와 함께하는 것은 나를 너무 피곤하게 한다”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입각한 세 명의 젊은이들이 그들의 새로운 일에 대한 능력이 부족한 것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성향, 거주지역, 경험, 그리고 선택의 정당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번 개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라고 말하며, 이번 개각이 더욱 단절된 정부의 이미지를 국민에게 심어 줄 것 같아 크게 걱정하고 있다.
 
한국의 인사청문회로 다시 돌아와 생각해 보면, 촛불로 탄생한 이번 정부의 인사는 집권초기부터 국민에게 전혀 참신함을 주지 못했다. 단지 촛불로 탄생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사람들은 지나친 비난을 삼가하고 묵인했다. 그러나 이번 개각은 그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위험수위를 넘었고, 장관 후보자들의 흠결도 용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히 많다. 이번 정부가 부동산과의 전쟁을 치른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와중에 청와대 고위 관리나 장관 후보자들은 어떤 일들을 했는가. 청문회를 보는 국민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찌하여 저런 사람들을 쓰냐는 말에 이제 더 이상 쓸 사람이 없어서라는 말이 회자된다. 이 정부도 결국 수첩인사를 했던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대한민국에는 인구 5000만명 이상이 살고 있고 그 중에 인재는 수두룩하다.
 
이런 인사 실패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줄곧 청와대를 감싸려고만 하는가. 프랑스를 한 번 볼 필요가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편협한 인사에 분개하는 것은 야당 의원들보다 여당 의원들 쪽이 더 강하다. 민주당은 청와대를 지키는 근위병 행세를 그만두고 이제는 채찍을 들고 진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라도 청와대가 인재풀을 개방해 “단짝들의 공화국”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도록 집권 여당이 나서라. 그리고 인사 실패를 인정했으면 책임을 지도록 추궁도 해 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국정 3년차는 힘겨운 시기다. 달콤한 말이 아닌 쓴 소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국민은 더욱 등을 돌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부도 민주당도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게 분명하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긴장의 고삐를 조이고 대한민국이 ‘단짝들의 공화국이 아닌, 국민의 공화국’임을 한시도 잊지 않길 바란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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