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인증 확 바뀐다)③벤처확인위원회 운영기관 놓고 중기부·금융위 힘겨루기
중기부 "민간·공공에 문호 개방…민간 중심 위원회 구성으로 취지 살릴 것"
벤처기업 수 감소 우려해 속도 더딜 수도…"민간 벤처캐피탈 시장 성숙 필요"
입력 : 2019-04-11 06:00:00 수정 : 2019-04-11 06:00:00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벤처확인 민간이양을 요구해온 벤처업계는 정부의 제도개편 방침에 환영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 중심의 보증대출 유형 폐지를 통해 '기술집약적 신생기업'이라는 벤처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계기가 될 거란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벤처 확인의 최종 주체가 되는 '벤처기업확인위원회'를 어디서 관리할지를 두고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가 물밑 힘겨루기를 벌이는 과정에서 의도가 퇴색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기적으로는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받은 기업을 벤처기업으로 정의하는 진정한 의미의 민간 중심 벤처생태계 조성 과제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벤처인증 민간이양의 핵심인 벤처확인위원회는 중기부가 지정한 벤처확인기관이 운영을 맡는다. 보증대출 유형을 없애고 '신기술평가유형'을 차용하되 벤처확인기관을 통해 인증 신청과 확인을 일원화할 가능성이 높다. 1998년부터 2006년까지 주요 벤처유형으로 활용됐던 신기술평가유형은 기업이 개별적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비롯한 기술 전문기관에 벤처확인을 신청하면 평가를 거쳐 지방 중소기업청이 최종 승인하는 방식이었다. 통합관리가 어렵다보니 사고율이 높아지면서 정부 통제가 가능한 보증대출 유형으로 전환된 바 있다.
 
문제는 2006년부터 벤처확인의 약 90%를 담당해온 기술보증기금의 역할을 누구에게 맡길지다. 부처 승격 이후 금융위로부터 기보를 넘겨받은 중기부 입장에서는 기보의 역할 축소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중기부에 기보를 넘겼지만 여전히 은행의 대출 자금흐름 관리를 맡고 있는 금융위는 기보의 역할 축소를 바라는 분위기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중기부는 기보를 벤처확인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부처 간 이견 등으로 인해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1월 경기 성남시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벤처천억기업 기념식에서 홍종학 당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중기부는 민간을 포함해 역량 있는 기관을 벤처확인기관으로 선정할 방침이라며 언급을 꺼리고 있다. 대신 벤처확인기관을 민간과 공공 모두에 열어두고 벤처확인위원회를 민간 출신 위원 위주로 구성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정부가 민간 중심 벤처 생태계 조성을 강조하며 민간에 벤처확인을 맡기기로 결정한 만큼 취지를 최대한 살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는 위원회가 민간 위주로 구성된다 해도 기보 등 정부산하기관이 벤처확인기관으로 지정된다면 벤처확인 민간이양이라는 정책목표가 구호에 그칠 거라고 우려하고 있다.
 
벤처확인 개편에 따른 벤처기업 수 감소도 부담 요인이다. 기술력을 갖춘 기업 중심의 벤처 육성을 주장해온 업계는 일단 정부가 숫자 감소를 감수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정적인 숫자가 산출되는 제도개편에 속도를 내기 쉽지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 벤처업계 양적 성장을 홍보해온 정부가 그 숫자를 부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혁신성장을 내세우고 있는 여권에서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총선 전에 세부안을 확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가 민간 중심 벤처생태계 조성을 위한 기점이 될 수 있지만 완전한 민간 이양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민간 벤처캐피탈 역량 부족이 가장 큰 숙제다. 작년 기준 민간에서 벤처에 풀린 자금은 3조4000억원으로, 정부가 5조원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정부 재원에서 출발한 모태펀드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민간 벤처캐피탈 시장의 성장을 뒷받침해야 온전한 민간 생태계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벤처캐피탈의 정성적, 정량적인 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더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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