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미성년’ 김윤석, 연출 위해 배우 무게 견딘 시간
‘쎈 이미지’ 김윤석, 블랙 코미디 ‘미성년’ 연출…“난 원래 웃긴 사람”
“이 영화, 심각한 내용 아니고 의미 심장한 주제 아닌 재밌는 영화”
입력 : 2019-04-10 00:00:00 수정 : 2019-04-10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배우 김윤석에 대한 선입견은 강렬하다. 우선 그의 쎈 이미지가 한 몫 한다. 한 영화 촬영장에서 감독과 연출 문제를 두고 다퉜단 루머도 있었다. 실제로 이 영화의 감독은 촬영 막바지에 촬영장을 떠나기도 했다. 물론 김윤석과 관계의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작품 해석을 두고 약간의 이견을 보인 것도 사실이었다. 촬영 현장에서 충분히 있었을 수 있던 통상적인 이견이었다. 이 문제를 두고 와전과 확대가 거듭됐던 것이다. 과거 영화 황해촬영 이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 면가를 연상케 하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분위기를 좌우하기도 했다. 물론 예전의 김윤석이다. 이건 바꿔 말하면 작품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노력이 워낙 깊단 의미도 된다. 작품에 대한 그의 탁월한 해석력과 소화력은 이런 그를 둘러싼 루머를 차지하고서라도 김윤석은 김윤석이란 타이틀까지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사실 그래서 김윤석의 감독 데뷔가 크게 놀랍지는 않았다. 이미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데뷔 초반부터 그는 연출에 대한 의지를 조금씩 내비쳐 왔다. 영화 미성년을 들고 나온 감독 김윤석이 어색하기 보단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유 중 한 가지이기도 하다. 더욱이 영화까지 잘 만들어 냈으니 이만하면 그의 감독 출발은 A학점 이상은 충분히 된다고 봐도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배우로서 도 감독으로서도 김윤석은 사실 정말 웃긴 남자다.
 
배우 김윤석. 사진/쇼박스
 
영화 개봉 며칠을 앞두고 김윤석과 만났다. 그는 뼈마디 아픈 나이가 됐다며 웃는다. ‘미성년준비를 꽤 오래 했다. 그의 전작 개봉 즈음에 만난 인터뷰에서 매번 준비 중이라고 언급해 왔다. 그게 벌써 5년 전이다. 사실 연출은 연출을 하던 30년 전부터 꿈꿔왔던 분야다. 배고픈 연극 배우 시절 다방면의 경험을 해왔던 게 연출의 갈망을 키워버렸다. 무대 앞과 무대 뒤, 그리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던 그가 카메라 뒤에 서 카메라 앞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내 목표 중 하나였던 영화 연출이 현실이 됐으니 다행이죠(웃음). 연극을 할 때도 연출을 해본 경험이 있어요. 무대 연출도 해봤고 조명도 담당하고. 초년병 시절에는 뭐 당연히 포스터 붙이는 것도 하고 무대 제작도 하고. 그때야 이것저것 다 해야 하던 시절이었으니. 영화 쪽으로 넘어오면서 연출에 대한 꿈이 다시 샘솟았던 거죠. 섣불리 영화 연출을 언급하지 않았던 건 허언이 될까 봐 그랬는데. 결과가 나왔으니 다행이죠 뭐. 하하하.”
 
지금까지 워낙 쎈 캐릭터만 연기를 해왔기에 김윤석=카리스마로 통한다. 그를 두고 무서운 김윤석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매번 인터뷰에서 집에선 권력 서열이 가장 낮은 사람이 바로 나라며 웃어 왔다. 아내 그리고 딸 둘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여성 세 명과 살면서 가장 발언권이 낮은 인물이 자신이라고 웃는다. 필모그래피 가운데에서도 거북이 달린다를 가장 실제의 자신과 비슷한 인물로 꼽기도 했던 김윤석이다.
 
배우 김윤석. 사진/쇼박스
 
절 잘 아는 사람들은 제가 이런 얘기를 좋아하는 걸 당연히 알죠(웃음). 사람 냄새 나는 약간의 블랙 코미디적인 스토리를 사실 더 좋아해요. 이번 얘기도 2014 12월 젊은 연극인들의 창작 발표회에서 처음 접했죠. 어른들의 문제를 아이들의 시선으로 풀어낸단 게 정말 신선했어요. 실제 대사도 너무 시원시원하고. 당시에도 첫 연출작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고민이 끝나던 순간이었죠.”
 
연극 대본인 희곡이 원작이라 영화 미성년도 약간의 연극적인 요소가 가미돼 있기는 하다. 하지만 영화적 시선과 작법이 워낙 두드러졌다. 그는 시나리오 개발에만 꽤 긴 시간을 투자했다. 연극적인 요소를 재조립하고 영화적인 풀이법으로 재구성하는 시간이었다. 원작의 이야기 틀 가운데 가져갈 것은 가져가고 버릴 것은 버리는 작업이 상당히 고됐다.
 
우선 원래 희곡의 결말과 이 영화의 결말 자체가 달라요. 거의 기본적인 틀만 두고 재구성한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죠. 작가 분하고 한 서른 번 이상은 고친 것 같아요. 더 영화적이고 현실적인 결말로 이끌어 내야 한다고 봤죠. 사실 영화 결말에 대한 고민이 너무 컸어요. 그래서 주변 감독들에게 조언을 많이 구했는데. 하나 같이 그 장면이 없으면 이 영화의 팔 다리가 잘리는 것이라고 피드백을 주더라고요. 하하하. 결론적으로 영화에서 살려서 잘 채웠죠.”
 
배우 김윤석. 사진/쇼박스
 
잘 만들었다. 배우 출연 감독의 연출작이라면 선입견은 분명히 생기기 마련이다. 배우 출신 감독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연출의 오류가 과함이다. 연출 자체를 포기의 미학이라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문 연출자가 아닌 배우의 입장에서 연출을 담당한다면 포기의 과정이 사실 쉽지는 않다. 반면 미성년은 상당히 간결한 느낌이 크다. 그럼에도 의문이 들었던 것은 연출 김윤석과 더불어 출연 김윤석까지 겸했다. ‘포기가 안된 부분이 있었던 듯싶다.
 
하하하. 그건 포기라기 보단 캐스팅이 힘들었다고 봐야죠. 제가 맡은 대원이란 인물이 호감형 캐릭터도 아니고. 남자 배우라도 쉽게 수락할 배역은 아니에요. 내가 친한 배우들에게도 부탁하기가 참 뭐했죠. 그냥 내가 하자 싶었던 겁니다(웃음). 연출을 하면서 물리적인 어려움은 있겠다 싶었지만 어차피 여성 두 명과 어린 학생 두 명이 주인공이고. 대원은 조연급이잖아요. ‘대원이란 이름 자체가 익명성을 뜻한 것이고. 영화를 잘 보시면 정면이 잘 안나와요. 내 머릿속 콘티대로 잘 갈 수 있겠다 싶었죠.”
 
앞서 언급한 간결함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 영화는 신인 감독이지만 너무도 깔끔한 느낌이 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면 각각의 시퀀스마다 기승전결이 구성돼 있을 정도였다. 각각의 시퀀스에서 이뤄진 인물들의 합이 다음 얘기의 덩어리로 이어가는 구조다. 별다른 군더더기가 없다 보니 신인이란 감성보단 기성 연출자의 그것처럼 다가온다.
 
배우 김윤석. 사진/쇼박스
 
잘 보시면 미성년에는 각각의 시퀀스를 연결하는 브릿지가 없어요. 모든 장면이 베스트로 가길 바랐어요. 뭐 신인 감독의 욕심인데(웃음). 각각의 장면과 시퀀스를 압축하고 싶었죠. 제 생각에 이 영화는 매 씬이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봤어요. 이 얘기는 사실 TV단막극 같은 구조잖아요. 관객 분들이 극장에서 TV드라마 보는 느낌을 주면 안된다고 생각했죠. 결국 영화적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였어요.”
 
압축적이고 세밀한 얘기는 사실 김윤석의 연출 능력도 있었지만 배우들의 연기도 큰 몫을 담당했다. 염정아 김소진 그리고 신예 김혜준 박세진까지. 신구의 조화가 남달랐다. 이들 모두 김윤석의 감독으로서 역량에 최고 점수를 안겼다. 모두가 감독 김윤석의 다음 작품을 무조건 기다린다는 의견을 전할 정도였다. 이 배우들과의 만남도 궁금한 지점이다.
 
다들 립서비스가 과하네요(웃음). 우선 김소진은 노리고 있었죠. 정말 잘하는 후배라고 생각하는 배우였죠.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손익계산을 안하는 안쓰러울 정도의 순수한 여자. 김소진 외에는 대안을 생각 안 했어요. 염정아는 본인이 출연한 영화 오래된 정원속의 모습을 떠올렸죠. 자존심이 아주 쎈 여자. ‘오래된 정원 속 염정아가 결혼을 하면 이런 모습 아닐까란 걸 상상했어요. 김혜준과 박세진은 오디션으로 선발했죠. 사실 더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도 많았지만 전 두 배우가 마음에 들었어요. 조금 서툴더라도 자기 목소리가 있는 배우가 필요했는데 두 친구가 적확헀죠.”
 
배우 김윤석. 사진/쇼박스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제목이 궁금해졌다. 왜 하필이면 미성년일까. ‘아닐 미를 쓰는 미성년그리고 아름다울 미미성년’. 중의적인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영화를 보면 이 얘기가 왜 미성년이란 타이틀을 선택했는지 가늠은 된다. 김윤석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제목을 두고 스태프들 공모도 했었어요(웃음). 별의 별 제목이 다 나왔는데. 아무래도 이 얘기의 전체를 아우르는 제목으로 미성년만한 게 없더라고요. 그냥 뭐랄까. ‘미성년이란 제목과 상황이 주는 아이러니의 블랙 코미디가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 이 영화, 심각한 얘기도 아니고 의미 심장한 주제를 담고 있지도 않잖아요. 재미있게 봐주세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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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