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본 리뷰는 본편 정보와 쿠키 영상 2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04년과 2008년 개봉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연출과 배우 론 펄만 주연 ‘헬보이’는 원작 마니아들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다. 원작 특유 다크한 분위기, 여기에 주인공 ‘헬보이’의 기괴스런 외모는 델 토로 감독 작품 세계관에 딱 들어 맞았다. 주인공 론 펄만은 원작 코믹스를 찢고 나온 듯한 싱크로율 외모로 마니아들의 열광을 이끌어 냈다. 결과적으로 델 토로 ‘헬보이’는 1편과 2편을 선보였지만 흥행에 참패했다. 제일 큰 원인은 원작의 기본 설정 자체를 무시한 창작 개념의 스토리라인이었다. 제작진은 곧바로 3편 제작이 아닌 리부트를 결정했다. 그리고 메가폰은 핏빛 액션 장인으로 꼽히는 닐 마샬에게 돌아갔다. 국내에선 미드 ‘왕좌의 게임 시즌2’ 연출자로 유명하다.
10일 개봉한 ‘헬보이’는 리부트라고 하지만 원작 설정에 더욱 가깝게 다가선 ‘오리지널’이다. 델 토로 ‘헬보이’가 주인공 ‘헬보이’와 그 외 기본적 캐릭터 몇 명만을 끌어 온 창작물이었다면, 닐 마샬은 ‘헬보이’ 기원과 원작 속 여러 빌런 캐릭터를 그대로 끌고 왔다. 이들간에 얽힌 이해 관계도 더욱 확장 시켰다. 델 토로 ‘헬보이’가 12세 관람가인 반면 닐 마샬 ‘헬보이’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다. ‘다크함’을 기본 정서로 깔고 시작한 ‘성인용 헬보이’가 제대로 탄생된 셈이다.
‘헬보이’는 기본 정서가 반감이다. 외모적으로도 그는 히어로가 아니다. 자신에게 총질을 해대는 같은 편에게 “난 너희 편이라고!!”라며 소리치는 헬보이의 볼멘 욕지기는 이 캐릭터의 기본 정서가 어디를 향하는지 제대로 담은 한 마디다. 그도 그럴 것이, 헬보이 자체가 악마다. 닐 마샬은 ‘헬보이’ 태생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설정으로 꼽았다. 영국의 전설적인 왕 ‘아더’의 혈통인 인간 사라 휴즈와 지옥 왕자 아자엘 사이에서 태어났다. 때문에 아더왕 소유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를 소유할 수 있는 유일한 적통 후계자가 되는 셈이다. 이런 설정은 원작에도 등장한다. 영화 ‘헬보이’ 역시 이 장면이 나온다. 델 토로 ‘헬보이’에서도 등장했지만 ‘헬보이’는 악마의 혈통이면서도 인간 감정을 공유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바로 이 때문이었다.
영화 '헬보이' 스틸. 사진/우성엔터테인먼트
닐 마샬 ‘헬보이’에선 성인 ‘헬보이’의 활약상부터 그려진다. 나치 시절 지옥으로부터 소환된 자신을 키워 준 브롬 교수를 도와 초자연적 현상연구 방어국(BPRD) 요원으로 활동 중인 헬보이다. 겉 모습은 영락 없는 악마이다. 이마의 부러진 뿔 자리는 ‘헬보이’만의 상징이다. 새빨간 외모도 흉측하다. 하지만 성격만큼은 누구보다 인간적이다. 아버지 브롬 교수에겐 응석받이 모습까지 보인다. 물론 전투력 극강의 ‘헬보이’는 여전하다. ‘울버린’에 버금가는 힐링팩터 능력도 갖고 있다. 이제 그는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지옥의 악마들과 대격돌을 앞두고 있다. BPRD 소속 비밀요원으로 영국의 비밀 단체 ‘오시리스 클럽’(원작에도 등장) 괴수 사냥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고대 피의 마녀 ‘비비안 니무에’(원작 속 헬보이 빌런)의 부활이 준비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니무에는 ‘헬보이’의 조상이 되는 아더 왕에 의해 온 몸이 조각 난 채 봉인 된 ‘최악의 마녀’다. 니무에는 자신을 파멸시킨 인간들을 역병을 통해 말살시키려 한다. 여기에 ‘헬보이’의 악마성을 일 깨워 그와 손을 잡고 살아 있는 신으로서 등극하려 한다.
영화 '헬보이' 스틸. 사진/우성엔터테인먼트
기본적 스토리 라인은 델 토로 ‘헬보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초자연적 현상연구 방어국 소속으로 ‘초자연적 존재’들과 전투를 벌이는 헬보이의 활약상을 그린다. 델 토로의 ‘헬보이’에서 1편 ‘나치’와 ‘라스부틴’, 2편에선 ‘요정 세계 반란을 꿈꾸는 왕자’가 빌런이었다면 이번 리부트 버전에선 원작 속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다. ‘헬보이’의 악마성을 각성시키려는 ‘오시리스 클럽’, 숲속의 마녀로 불리고 ‘닭다리 오두막집’에 살고 있는 ‘바바야가’ 캐릭터가 모두 등장한다. 원작 속 ‘헬보이’와의 설정도 그대로다. ‘헬보이’ 조력자로 등장하는 ‘앨리스’와 ‘벤 다이미오’도 원작 속 능력을 고스란히 발휘한다. 델 토로 1편과 2편에서 조력자로 등장한 물고기 인간 ‘사피엔’에 대한 힌트도 등장한다.
영화 '헬보이' 스틸. 사진/우성엔터테인먼트
무엇보다 ‘헬보이’가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끄는 것은 ‘핏빛 액션’과 ‘하드코어’ 스타일의 결투, 여기에 기괴한 외모의 빌런들이다. 앞서 언급한 원작 속 빌런 대부분이 등장해 시각적 만족도를 끌어 올려 준다. ‘헬보이’ 특유의 둔탁하고 잔혹하며 그로테스크한 액션도 델 토로 ‘헬보이’를 능가한다. 델 토로 ‘헬보이’가 아동용 수준이라면, 닐 마샬 ‘헬보이’는 성인용 시선에 맞춤형으로 제작된 버전이다. 이 모든 비주얼은 ‘헬보이’ 원작자인 마이크 미뇰라가 직접 제작에도 참여해 분위기를 살린 덕도 크다.
‘아더왕’ 스토리와 그의 조력자인 대마법사 ‘멀린’의 등장은 ‘헬보이’의 혈통 배경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본질이다. 원작 배경을 습득하지 못한 관객이라면 ‘무리한 설정’으로 비춰질 수도 있는 지점이다. 물론 이 지점이 닐 마샬 ‘헬보이’의 최고 장점이자 최대 단점이기도 하다. 원작 배경과 설정을 알지 못한다면 닐 마샬 ‘헬보이’는 관람의 혼란이 상당히 가중될 요소가 많다. 반면 원작 배경과 설정을 복습한 관객이라면 재미의 습득은 델 토로 ‘헬보이’를 충분히 능가한다.
영화 '헬보이' 스틸. 사진/우성엔터테인먼트
두 개의 쿠키 영상이 존재한다. 하나는 ‘헬보이’ 세계관에서 주인공 헬보이가 좋아했던 코믹스 속 히어로 ‘랍스터 존스’다. 그는 이 영상에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후속편에 대한 암시를 한다. 나머지 하나는 원작 마니아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원작 속에서 바바야가와 ‘헬보이’ 사냥에 모의를 하는 캐릭터다. 일명 ‘불사의 캐릭터’로 알려진 빌런이다. 바바야가가 ‘죽음을 선사하겠다’며 의문의 인물에게 헬보이와의 대결을 부추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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