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한국의 비틀스·롤링스톤스를 꿈꾼다, '슈퍼밴드'
노래·댄스에만 집중되던 기존 음악 프로 제작 방식 탈피
'글로벌 밴드' 탄생 목표…"오디언스 층 넓어지는 계기 되길"
입력 : 2019-04-11 17:57:29 수정 : 2019-04-11 17:57:2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밴드 음악이 고사 직전의 위기에 놓인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음반 형태의 제작 방식이 사라지고, '긴 호흡'이 필요한 밴드 음악은 설 자리가 마땅치 않게 됐다. 
 
밴드가 주로 활동하는 무대 위에서의 현실은 더욱 박하다. 큰 플로어와 대형 스피커만 즐비한 오늘날 국내의 공연 환경은 이들을 무대 위에서 철저히 배제한다. 시장 논리 최상층부에 있는 특정 장르의 독점, 그에 편중된 음악계와 미디어가 빚어낸 결과다.
 
새 음악프로그램 '슈퍼밴드'는 기존 음악 방송들의 흐름과 반대의 노선을 취한다. '주류' 문법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던 음악들을 무대 위로 끄집어내고, 다양한 소리가 뒤섞이는 과정에 충실할 예정이다. 11일 서울 상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형중 PD는 "'팬텀싱어'를 하며 보컬 외 여러 사운드가 합쳐지는 과정에 매력을 느껴다"며 "소리의 구성이 목소리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닌데 왜 그간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제작배경을 밝혔다.
 
김 PD의 말처럼 이번 프로그램은 '국내 대중음악계의 다양성'을 확보하는데 초점을 맞추고자 기획됐다. 노래와 댄스 퍼포먼스에만 집중되던 기존의 형식을 탈피, 새로운 분야의 음악들을 대중에게 소개한다. 보컬과 연주, 작곡 등의 분야에서 '음악천재'들을 조합해 최고의 밴드를 만들어 내는 데 최종 목표를 둔다. 제작진에 따르면 콜드플레이와 다프트펑크, 원리퍼블릭 등 세계적인 밴드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글로벌 슈퍼밴드'를 목표로 한다.
 
국내 음악계의 한 축을 담당해온 대표 프로듀서들이 '마스터' 역할을 한다. 윤종신과 윤상을 비롯 넬의 김종완, 악동뮤지션의 이수현, 린킨파크의 조한은 참가자들의 음악적 재능과 천재성을 발견하고, 이들의 음악적 조언자로 활동할 예정이다.
 
새 음악프로그램 '슈퍼밴드'. 사진/JTBC
 
◇"비틀스 같은 밴드가 아이돌 되는 세상 오길"
 
이날 제작발표회에서는 특정 장르 편중으로만 흐르는 오늘날 음악계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 프로듀서들의 의지가 엿보였다. 윤종신은 '이번 방송이 국내 음악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면 싶은가'란 본지 기자의 질문에 "밴드 음악이 잘되길 바란다"며 "그렇게 되면 음악 시장에 하나의 마켓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낙원 상가도 살아야 하고, 기타 만드는 사람도 살아나야 하지 않을까요. 정말 솔직히 이런 이야기가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하는 말입니다. 댄스 음악은 큰 플로어와 스피커만 있으면 되지만 밴드 음악이 존중받는 날이 오면 음악 산업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 산업 '파이'가 지금보다 훨씬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도 비틀스나 롤링스톤스 같은 밴드가 아이돌로 불려지는 '밴드의 시대'가 오기를 바랐다. "수익이 남지 않는다는 이유로 밴드 음악을 기피하는 게 오늘날 국내 음악계의 현실"이라면서도 "오디언스의 층이 넓어지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한동안 케이팝 하면 아이돌 음악으로만 지칭이 됐지만 저는 그 카테고리에 밴드가 꼭 들어가길 바랍니다. 그렇게 될 때 국내 음악계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층의 마음을 흔드는 뮤지션들이 마음껏 상상을 펼치며 창작할 수 있는 기회가 이번 '슈퍼밴드'에서 나오길 바랍니다."
 
윤상 역시 본지 기자의 같은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 '연주자들이 평가받는 시대'가 오길 바란다는 답을 했다. '지금 같은 하늘'에선 '별 따기 쉽지지 않지'만 이번 프로그램이 그런 상황을 타개할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몇백명 관중의 찬사보다 자신을 알아봐주는 얘기 한마디가 연주자들에겐 큰 힘이 된다"며 "이 프로그램 안에서는 선수가 선수를 알아보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그런 케미컬들이 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바운더리를 만들어보겠다"고 얘기했다.
 
윤상과 윤종신. 사진/JTBC
 
◇밴드씬 활기 찾고 '글로벌 밴드' 나오려면 
 
함께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넬의 김종완과 린킨파크 조 한은 각각 20년, 23년 밴드를 꾸려온 뮤지션들이다. 이들 역시 현재 국내 밴드씬의 문제에 공감하며 자신 만의 의견을 소신껏 피력했다.
 
'한국 밴드씬의 활기를 위해 필요한 점'을 물은 본지 기자의 질문에 김종완은 공연 문화와 미디어, 뮤지션의 동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그는 "공연 문화도 요인일 수 있지만 밴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의 힘도 필요한 것 같다"며 "(미디어가 없다면) 밴드 음악들이 존재하는 것 조차 모르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슈퍼밴드'를 계기로 '이런 음악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밴드 음악이 이런 매력도 있구나'가 알려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밴드씬이 성장하기 위해선 뮤지션들의 역량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더했다. 그는 "'저 사람 처럼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재 활동하는 뮤지션들의 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기 보다는 내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 힙합이든, 록이든, 재즈든, 트로트든 장르에 상관 없이 그런 뮤지션들을 보며 꿈이 생길 때, 대중들이 즐길 수 있는 장르로 올라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피력했다.
 
린킨파크의 조 한은 '한국에선 왜 글로벌 밴드가 나오기 힘든 것 같다 생각하나'란 본지 기자의 질문에 "밴드씬 정체 현상은 한국 뿐이 아니다"라며 "현재 세계적으로 팝 쪽으로 음악 추세가 기울어져 있다. 하지만 밴드 음악도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 하다보면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현 음악 산업은 보컬의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밴드 음악의 매력은 한명, 한명의 재능과 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라며 "예술적 감에 더해 어떻게 틀을 부술지 고민한다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글로벌 밴드'가 나올 수 있다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김종완. 사진/JTBC
 
◇특정 장르 편중된 음악계, 새 활력될까
 
이번 방송에서는 록, 재즈, 댄스뮤직, 클래식 등 장르 불문의 젊은 뮤지션들이 밤을 세워가며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키는 그림들이 그려질 예정이다. 
 
1라운드에서는 출연자 개인의 기량이 발휘되는 오디션이 치뤄지고,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는 이들이 밴드 조합을 이루며 하나의 음악을 완성하는 모습이 방영된다. 밴드의 조합을 이루는 멤버수에 크게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장르가 섞일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이날 제작발표회에선 특정 연주자들이 원치 않는 장르를 하거나, 특정 장르에만 편중된 음악만 나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김형중 PD는 "콜드플레이나 넬을 밴드로 볼 수 도 있지만 멜로망스처럼 '듀오'도 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특정한 정의는 내리지 않았다"며 "너무나도 개성넘치는 지원자가 많아 특정 장르에 편중되는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윤종신은 "록이나 특정 장르를 살리겠다는 생각보다는 다양한 음악 색깔을 전해드리고 싶다"며 "본인들이 만든 음악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사랑받을 수 있는지, 또 젊은 친구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까지 올라올 수 있는지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김종완 역시 "정확한 플랜이 짜여 있을 때 좋은 음악이 나오기도 하지만 다른 뮤지션과 협업을 하다보면 그렇지 않을 때 나오는 경우도 많다"며 "아무도 서로 예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느껴지는 카타르시스와 시너지에서의 희열이 있다다고 생각한다"고 경험을 통해 설명을 대신했다.
 
창작력 가득한 젊은 뮤지션들이 뿜어내는 음악적 열정과 노력, 그리고 성장. 장르적으로 편중돼 버린 오늘날 국내 음악계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까.
 
"(김종완)다양한 연주자, 다양한 스타일 가진 참가자들이 있다는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생각해요. 참가 뮤지션들 실력이 뛰어나서, 이런 친구들이 어디있다 나왔을까 놀랄 것 같아요. 저는 아주 많은 기대를 하고 있어요."
 
"(윤상)매력적인 사람들이 음악이란 옷을 입고 어떻게 빛이 나는지 지켜봐주세요."
  
'슈퍼밴드' 제작진과 프로듀서들. 사진/JTBC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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