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곤의 분석과 전망)"의혹일 뿐이다"가 방패가 될 수 없는 이유
입력 : 2019-04-15 06:00:00 수정 : 2019-04-15 06:00:00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이 7명의 장관 후보자를 내정하고 두 사람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내정 이래 한 달이 훌쩍 넘게 인사 파동이 진행되고 있다. 청문회에서 여야의 격돌, 부동산 문제가 불거진 김의겸 전 대변인의 사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주식 파동, 청와대 인사-검증 라인에 대한 압박까지.
 
그 사이에 여당에 타격을 입힌 정치적 의미가 중요한 재보궐 선거, 사건 자체는 안타깝지만 국민들에게 현 정부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영동 산불, 청와대가 공을 들인 남북 정상회담 등 굵직굵직한 일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안들의 파장은 인사 파동에 비해 덜 해 보인다.
 
지난 한달 간 9번의 인사청문회가 치러지는 동안 반복되는 모습이 있었다. "의혹이 심하니 물러냐아 한다" vs "불법 등의 증거가 없는데 의혹이나 논란만으로 물러날 순 없다"는 충돌이 그것이다.
 
아니, "결혼할 때 '평균인의 삶'을 벗어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평균 가구당 재산은 3억원 정도 인데 4억원이 채 안 되는 내 재산이 많아서 반성한다"고 말해 국회의원들을 꿀먹은 벙어리로 만들어버린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 청문회는 유일한 예외긴 했다.
 
그런데 "의혹일 뿐이다"는 문장은 적격 여부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의혹일 뿐이기 때문에 부적격하달순 없다"는 주장은 성립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과거 위장전입 사례 등을 제외하고 명확히 불법을 저지른 인사가 인사 청문회에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입길에 조금 오르다가 마는 인사든, 낙마하는 인사든 모두 의혹과 논란의 주체일 뿐이다.
 
이미선 후보자로 인해 다시 회자되는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금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청문회 당시에는 '의혹'이었을 뿐이다. 본인은 그 의혹마저도 완강히 부인했었다.
 
자진 사퇴가 아니라 지명철회로 처리된 조동호 전 과기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에도 청와대는 '부실학회 참석 여부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당사자는 "부실이라고 인지하지못했고 정상적으로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선 후보자는 검증 과정이나 인사청문 과정을 지켜보면서 (다주택 보유로 낙마했던)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는 다르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점도 있고 같은 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차피 둘 다 의혹일 뿐이다. 지금은 둘이 다르다지만 청와대는 최정호 후보자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지만 불법은 없었다'고 방어했었다.
 
청문회를 비롯한 인사에선 '무죄추정'은 성립할 수 없다. 의혹의 실체가 밝혀지는 데는, 특히 법적으로 규정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 시간 동안 기다려줄 수도 없고, 일을 시키다가 유죄판결을 받으면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물론 의혹이나 논란이 발생하는 사람은 전부 부적격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청와대의 인사 발탁, 국회의 인사청문회, 대통령의 최종 임명 과정에서는 의혹 그 자체의 경중을 따질 수밖에 없고 그래야만 한다는 이야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태극기 부대'의 주요 논리 중 하나는 이런 거다. "박 전 대통령의 의혹에 대한 법원의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에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정치적이고 부당하다"
 
그런데 우리 모두 알다시피 사법적 판단 이전에 먼저 결정, 정치적인 결정을 내리라고 탄핵 절차를 만들어 둔 거다. 인사청문회라는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taegonyo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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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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