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는 맞았는데…” 변화 넘지 못한 박삼구의 ‘꿈’
입력 : 2019-04-15 20:00:00 수정 : 2019-04-15 20:00:0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박삼구 전 회장의 결단은 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하지만 2008년 대한통운 인수는 과욕이었다. 2년 동안 변화를 보지 못한 탓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15일 박삼구 전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이렇게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체력을 비축한 재계는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단기간에 사업구조를 바꾸면서 사세를 키웠다. 2002년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박 전 회장이 그룹의 비약적인 도약을 일으키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 바로 M&A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창업주에 이어 두 형님들까지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주로 기업을 세워서 키워서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박 전 회장도 아시아나항공의 설립과 경영에 모두 참여하며 성장을 주도하는 등 최고경영자(CEO)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총수가 되어 그룹의 외형을 더욱 크게 키우고 싶었던 그로서는 긴 시간이 필요한 창업보다 M&A가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또한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등 사업이 전무하다시피 했기에 시장 점유율과 매출, 수익성 모두 선두기업에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 ‘다윗이 골리앗을 먹었다’는 평가를 받은 대우건설은 당시 업계 1위였고, 무리수를 둬서까지 인수했던 대한통운도 최대 물류업체였다는 점은 이러한 박 전 회장의 고민을 한 번에 털어줬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하지만, 유필화 성균관대학교 SKK GSB 교수의 “시대와 상황은 끊임없이 변하기 때문에 특정시점이나 상황에 맞는 해결책이 다른 시점이나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옛날 방식을 고집하면 그 결과는 빤하다”는 말처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후의 변화된 세상은 박 전 회장의 방식이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았다.
 
유리컵에 채운 물이 넘치면 얼른 버려야 하는데 박 전 회장은 미련을 두고 그 물을 다시 채우려고 하는 우를 범했다. 대우건설 매각이 지연되면서 2009년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등 다른 계열사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가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구조조정 방식의 일종인 자율협약 절차를 신청하는 등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았을 당시, 포기할 것은 포기했어야 했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은 오히려 잃었던 계열사를 다시 찾겠다며 알짜 계열사들의 수익을 낭비했다. 채우려던 유리컵이 금이 가고, 채운 물마저 새고 있는데, 무작정 물만 퍼 담기만 한 것이다.
 
박 전 회장의 과거에 얽매인 잘못된 꿈은 73년 역사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최대의 위기로 몰아넣고 말았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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