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게이션)‘요로나의 저주’, 제임스 완의 완벽한 ‘공포장담’
입력 : 2019-04-22 00:00:00 수정 : 2019-04-22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이른바 컨저링 유니버스설계자 제임스 완 감독이 제작을 맡은 요로나의 저주컨저링’ ‘애나벨시리즈 스핀오프 개념이다. ‘무서운 장면 없이 극강의 공포를 선사한단 제임스 완 사단의 이번 영화 캐치 프레이즈는 요로나의 저주에선 반은 맞고 반은 틀린 호언이다. 단순한 공포의 효과를 기대한다면 제임스 완의 기존 방식과는 전혀 다른 프레임을 끌어 들인다. 반면 공포를 끌어 내는 방법의 차이를 묻는다면 이들의 호언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먼저 이 영화 제목 요로나의 저주속 주인공 요로나는 실제 구전되고 있는 멕시코의 전설이다. 중남미에선 가장 유명한 귀신이다. 스페인어로 우는 여인이란 뜻의 요로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단순히 공포의 순간에 집중한 비주얼 언어가 이 영화의 핵심이 아니다. 공포 자체의 본질이 어디에서 오는지에 대한 접근 방식이 눈에 띈다.
 
사회복지사인 애나가 담당했던 한 가정의 아이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된다. 그 사고의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애나에 의해 시작됐다. 아들이 죽은 패트리샤는 무언가 알고 있었다. 그는 겁에 질린 채 애나에게 분노를 터트린다. 자신의 아이가 죽었다. 하지만 그 분노의 근원은 조금 다른 지점에 있는 것처럼 다가온다. 애나는 불안하고 죄스럽고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패트리샤에 의한 아동 학대 정도로 애나는 판단했다. 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확신한다.
 
영화 '요로나의 저주'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하지만 그 불길한 징조는 애나의 가정에도 불어 닥친다. 애나의 아들과 딸은 밤마다 자신의 집에서 울려 퍼지는 한 여인의 울음 소리를 듣게 된다. 애나의 귀에도 들린다. 물이 있는 곳에선 항상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애나에게도 애나의 아들과 딸에게도. 그 보이지 않는 존재는 이들을 노린다. 애나의 아들과 딸을 노리는 이 보이지 않는 존재는 서서히 숨통을 조여 오기 시작한다. 애나는 가톨릭 신부 페레즈를 통해 과거 신부였지만 지금은 퇴마사로서 악과 싸우는 라파엘을 애나에게 소개시켜 준다. 라파엘은 애나의 집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요로나임을 알게 된다. 이제 요로나로부터 애나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라파엘, 그리고 요로나로부터 자신의 아들과 딸을 지켜야 하는 애나. 그리고 요로나의 습격. 도대체 요로나는 왜 애나의 아들과 딸을 노리는 것일까. 단순한 저주일까. 패트리샤가 절규했던 그 분노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패트리샤도 요로나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영화 '요로나의 저주'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요로나의 저주는 매 순간 매 장면에서 예측이 가능한 공포의 포텐이 터진다. 하지만 그 비주얼이 워낙 섬뜩한 순간을 담아내고 있기에 관객들의 예측 속에서도 공포의 강도와 순도는 상당히 높다. ‘공포 장르속 전매특허인 을 활용한 공포 유발 방식도 공포 장르에 길들여 진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데 좋은 장치가 된다. 영화 오프닝부터 등장한 호수가 살인 장면요로나의 기원과 저주 그리고 공포를 설명하는 임팩트다. 무엇보다 가장 섬뜩하면서도 중남미에서 실제로 구전되고 있는 요로나자체의 비주얼적 충격은 달리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압권이다. 공포 영화 속 공포의 존재가 갖고 있는 가장 적절한 비주얼이면서도 더 이상의 비주얼 업그레이드가 필요 없는 지점에서 구현이 됐다.
 
영화 '요로나의 저주'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극중에서 요로나를 연기한 배우 마리솔 라미네즈는 별다른 대사 없이도 표정과 울음 소리 그리고 세밀한 손가락의 움직임 만으로도 전설 속 악의 존재 요로나를 만들어 냈다. 그의 이런 모든 것은 국내 상영 포맷인 스크린X’를 통해 더 이상의 공포는 없다는 제임스 완 사단의 호언장담을 완벽하게 증명한다. ‘스크린X’ 버전의 요로나의 저주 3면 투사 방식을 통해 애나의 집에서 벌어지는 공포의 추격전 속으로 관객들을 감싸고 끌어 들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영화 '요로나의 저주' 스틸.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영화 중간 깜짝 등장하는 공포의 인형 애나벨그리고 컨저링시리즈와의 연결 구도를 예측하게 하는 실마리를 제임스 완 마니아들에겐 요로나의 저주를 필람 무비로 손꼽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4월 17일 국내 개봉.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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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