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패스트트랙 이후는 국회특권 폐지로
입력 : 2019-05-09 06:00:00 수정 : 2019-05-09 06:00:00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4월30일 새벽이 돼서야 선거제 개편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검경수사권조정 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끝났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 국회의원이 감금되고 국회사무처 사무실이 점거당하고 집기가 파손되는 일들을 지켜봐야 했다. 국회선진화법은 여야 합의로 만든 법이었지만, 이번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선 철저히 무시당했다. 

이번 사태는 양비론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패스트트랙은 헌법과 국회법에 따른 절차다. 이 절차에 관해 정치적으로 반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물리력으로 절차를 막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자유한국당이 보인 행태는 '보수'를 표방하고 '법치'를 강조한 정당으로선 택할 수 없는 것이었다. 판검사 출신이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맡은 정당에서 이런 행태를 보였다는 것도 매우 충격적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바른미래당이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사보임한 게 적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보임 관련 법조항을 만들 당시의 국회 회의록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번 사보임은 적법했다. 바른당의 결정은 정치적으로는 비판할 수 있으나, 법적으로는 문제삼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에 두 의원에 관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다면 결과를 기다리는 게 합당한 일이다. 그렇지 않고 물리력을 동원한 건 도저히 정당화될 수 없다.

만약 한국당의 논리대로라면, 어떤 행정처분에 불복하는 시민들은 앞으로 소송만 제기해놓으면 해당 공공기관 사무실을 점거하고 공무원의 출입을 막아도 된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논리다. 이번에 한국당이 보인 행태는 특권의식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이런다고 해서 감히 나를 어떻게 하겠어?'라는 특권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행태를 보일 수 있었다. 특히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대표적이다. '제1야당 대표(원내대표)인 나를 감히 검찰이라고 해서 어떻게 하겠어?'라는 생각이 없었다면 소속당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들을 동원해 국회 내에서 그런 행태를 보일 순 없다.

문제는 실제로 이들이 제대로 처벌받는지 여부다. 그동안 국회의원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검찰은 소극적인 수사태도를 보인 적이 많았다. 한 사례로 시민단체와 뉴스타파는 작년부터 국회사무처 예산을 부정하게 빼먹은 국회의원들을 적발해 고발했으나 검찰은 아직 압수수색도 하지 않았다. 만들지도 않은 정책자료집을 제작한 것처럼 부풀리고, 허위로 정책연구용역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민 의원들이 아직도 버젓이 국회의원 행세를 하며 여의도를 돌아다니고 있다. 그랬으니 한국당 의원들은 이번 국회 난동도 시간이 지나면 적당히 무마될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일반 국민으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행위들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다. 심지어 한국당 의원들에 감금됐던 바른당 채이배 의원의 진술에 따르면, 나 원내대표는 채 의원을 감금하던 한국당 의원들에게 '경찰에 끌려나오는 그림을 연출해야 하니 버텨라'라면서 감금행위를 지시했다고 한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래서 패스트트랙 이후의 정치개혁 과제는 국회의원 특권폐지로 모아진다. 당장의 과제는 두 가지다. 첫째, 국회의원도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해 국민과 똑같이 수사받고 처벌받아야 한다. 이번에 벌어진 국회 폭력은 물론 의원들의 예산비리, 채용비리 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봐준다면 헌법이 정한 '법 앞의 평등' 정신은 무너지게 된다. 검찰은 마지막 자존심을 걸고라도 국회의원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  

둘째, 국회의원에 관한 모든 불합리한 특권을 없애야만 한다. 때마다 의원들의 막무가내식 행태, 막말과 갑질이 반복되는 이유는 의원으로서 누리는 특권이 그만큼 커서다. 그 특권은 스스로 정한 것들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국회의원들이 받는 모든 금전적·비금전적 대우를 독립기구가 정하도록 해야 한다. 한해 1억5000만원에 달하는 연봉과 9명의 개인 보좌진도 대폭 줄여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사용하는 모든 예산은 영수증까지 투명하게 공개토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특권이 좋아서 국회의원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진다. 진짜 공익을 위해 봉사할 사람들만 국회의원이 된다. 그래야 국민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국회, 국회다운 국회를 만들 수 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변호사(haha9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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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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