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대통령이 조금 더 양보했으면
입력 : 2019-05-15 06:00:00 수정 : 2019-05-15 06:00:00
김의중 정치부장
답답한 정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방송 대담에서 제안한 여야 5당 지도부 회담은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 모습이다. 대화 의제를 대북 식량지원으로 한정하지 말고 국정 전반으로 확대하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주장은 청와대가 받아들이면서 해결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화 형식을 놓고 연일 신경전이다. 시작은 황 대표다. 문 대통령과 일대일 회담을 역제안하면서 꼬였다. 청와대는 5당 대표 회동 후 일대일 대화에 나설 수 있다며 다시 한 번 양보했지만, 황 대표는 여전히 일대일 대화만 고수 중이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나름의 계산은 있다. 문 대통령은 큰 틀에서 뜻을 함께하는 정의당, 민주평화당의 지원사격을 기대하는 눈치다. 반대로 한국당 입장에선 의석수와 국민 지지율이 상이한데 똑같은 발언권을 갖는 게 진정 민의를 대변하는 것이냐 하는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치싸움이 중요한 건 아니다. 계속 조금씩 말을 바꾸는 한국당이 괘씸하긴 해도 조금의 유불리 때문에 판 자체를 깨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해야 할 일들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 국회는 공전된 지 오래다. 선거제 개편과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이후 여야 사이의 대화는 사실상 단절됐다. 5월 임시국회도 기약이 없다. 재해 지원과 경기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은 심사조차 하지 못했다. 국회 통과가 늦어질수록 효과는 반감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는 게 사실상 돈을 버는 길이다.
 
뿐만 아니다. 탄력근로제 확대법, 최저임금 결정체계 이원화법, 소방관 국가직화법, 그밖에 각종 규제완화와 개혁입법까지 할 일이 태산이다. 밖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듯 관세를 올리는 등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산업계 타격을 줄이려면 정부와 국회가 긴밀히 협조하고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가하게 대화 형식을 갖고 다투는 걸 보면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국당을 향한 청와대의 비판도 잘못됐다. 문 대통령은 한국당을 겨냥해 세상은 크게 변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조국 민정 수석은 민감한 정치 사안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글을 SNS에 올리고 있다. 표현의 자유는 대통령과 청와대에도 보장해야 하지만 극한대결로 치닫는 지금의 정치상황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남은 집권 기간 국민이 체감하는 정책성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지금까지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데 중점을 두었지만 성과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소득주도성장이든 혁신성장이든 성과로 이어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발목 잡는 야당 탓만 해선 안 된다. 발목을 놓게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이 조금 더 양보하라고 말하고 싶다. 먼저 대화를 제안한 만큼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국민만 보고 가면 된다. 과거에도 영수회담을 통해 정치적 갈등을 해결한 사례가 적지 않다. 현 대통령은 여당 총재를 겸임하지 않지만, 여전히 여당 소속이고 영향력이 막강하다. 당장 한 번의 대화로 꼬인 모든 실타래를 풀 순 없겠으나,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머리를 맞대면 해내지 못할 일은 이 세상에 없다.
 
김의중 정치부장(zer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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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의중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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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이 일대일 만남을 고집하는 이유는 4당 합의된 패스트트랙 안건의 철회를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나머지 야당이 있으면 고집을 피울 수 없으니 대통령과의 단독만남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 문통이 받아 줄 수 있을까? 아무리 머리를 맞대더라도 할 수 없는 일은 국회에서 결론난 사안을 제1 야당과 대통령이 합의하여 뒤집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가 후진성을 못 면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사안을 갖고 땡깡부리기 때문이다. <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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