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도 오르는데… 치솟는 환율에 항공사 '시름'
항공유·항공기 임대료 등 외화로 지출…외화부채 많아 환손실 우려도
입력 : 2019-05-20 19:42:16 수정 : 2019-05-20 19:42:16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국제 유가 상승과 함께 최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항공사들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유류비나 항공기 임대료 등 외화 지출 비중이 높아서다. 하반기로 갈수록 유가와 환율은 모두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당장 2분기는 계절적 비수기까지 맞물려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연초 1110~112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과 중국의 충돌 격화로 20일 1200원 가까이 치솟았다. 지난 17일에는 1195.7원을 기록하며 종가 기준으로 2년 4개월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항공업계에 원·달러 환율 상승은 직격탄이다. 항공유 수입과 항공기 임대료 지불 등을 주로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손실이 증가하는 구조다. 달러 거래가 많아 부채 중 달러 비중도 상당해 환율이 오르면 외화환산손실 규모도 빠르게 증가한다. 지난 1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외화환산손실은 각각 1473억원, 578억원에 달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항공유 가격이 높아지고 있단 점도 부담이다. 지난 1분기 평균 배럴당 54달러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3월 말부터 상승세로 전환했고, 4월 이후 지속적으로 배럴당 60달러를 웃돌고 있다. 이에 따라 항공유도 연초 배럴당 64.5달러에서 4월 말 82.9달러로 급등했다. 항공사의 영업비용 중 유류비는 약 30% 정도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대한항공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는 약 92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하고, 배럴당 유가가 1달러 변동 시 약 2200만 달러(263억원)의 손익 변동이 생기는 등 유가와 환율에 민감하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멈춰 서 있다. 사진/뉴시스
 
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항공사들의 연간 목표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예컨대 아시아나항공은 공정공시를 통해 올해 영업이익 2476억원, 순이익 636억원을 제시했으나, 기준 원·달러 환율은 1118.1원으로 현재 1190원대와 비교하면 70원 넘게 차이가 난다. 
 
대한항공도 올해 목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가와 환율 문제와 함께 대형 항공기에 대한 정비비 증가 및 조종사 임금인상 등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용 이슈는 단기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본업인 여객 수요는 양호하지만 유가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올 2분기에는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설 수 있어 실적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외화부채가 많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외화환산손실에 따른 순적자가 예상된다. 주로 항공기를 임대하는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부담이 크긴 마찬가지다. 
 
항공사 관계자는 "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로 어려운 영업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며 "1분기와 달리 연중 실적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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