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글로벌 관문' 미국 거점 구축 박차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 보스턴 등…현지 인프라 활용·협업 확대
입력 : 2019-06-09 06:00:00 수정 : 2019-06-09 06:00:00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 제약사들의 '아메리칸 드림'이 속도를 낸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내 인프라를 십분 활용하는 동시에 현지 업체들과의 원활한 협업을 도모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화학과 유한양행, GC녹십자, 셀트리온, SK바이오팜 등은 미국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히는 보스턴을 비롯한 현지 법인 설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자체 또는 합작 법인을 통해 수월한 해외 시장 거점을 구축하는 모양새다.
 
LG화학은 지난 4일 미국 보스턴에 '글로벌 이노베이션센터'를 개소했다. 임상개발과 중개의학 전문가로 구성된 센터를 통해 보스턴의 바이오 인프라를 활용한 혁신기술 도입 및 신약개발 거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보스턴은 화이자와 머크, 노바티스 등 약 2000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밀집한 미국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다. 기업뿐만 아니라 대학교와 연구소 등의 인프라가 즐비해 관련 전문 인력들이 거주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업체들이 체결한 신약과제 라이선스 계약은 총 85건으로 공개된 계약 규모만 42억달러(5조원)에 달한다.
 
유한양행도 지난해 말 보스턴에 샌디에이고에 이은 두 번째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최근 오픈이노베이션에 무게감을 두고 있는 만큼 주변 바이오벤처와의 적극적 파트너십을 통한 신약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4000억원 규모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레이저티닙 역시 보스턴에 거점을 둔 국내 바이오벤처 제노스코부터 도입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보스턴이 아닌 다른 지역에 둥지를 튼 국내사들도 존재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7월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셀트리온USA를 설립했다. 지난 2008LA에 설립한 셀트리온파마 이후 두 번째 현지 법인이다. 셀트리온파마가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위한 유통망과 시장 조사를 위한 법인이었다면, 셀트리온USA는 합성의약품의 직접 판매와 유통을 담당하게 된다.
 
GC녹십자 역시 보스턴이 아닌 시애틀에 둥지를 튼 경우다. 지난해 5월 현지법인 '큐레보'를 설립하고 차세대 백신 개발을 위한 전진기지로 낙점했다. 지난해 11FDA 임상 1상을 승인받은 대상포진 백신 'CRV-101'이 큐레보에서 개발을 진행 중인 대표 백신이다.
 
이밖에 자체 개발 기면증 치료 신약 '솔리암페톨'FDA 판매 승인을 획득한 SK바이오팜은 뉴저지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현지에서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팜은 이에 앞서 지난해 초 현지 글라이식스와 합작 투자법인을 설립해 희귀신경계 질환 치료제 공동 개발에 착수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 법인 설립이)인프라와 인력 활용 측면의 장점도 있지만 국내에서 개발을 완료해 식약처 승인받아도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선 미국이나 유럽에서 재차 승인을 받아야 하는 작업이 필요했다"라며 "미국 법인을 통해 현지에서 승인받으면 그만큼의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은 영세한 규모의 국내사에겐 매력적인 요소"라고 말했다. 
 
지난달 4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개최된 '2019 미국신경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 직원들이 부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팜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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