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5억달러 외평채 발행…펀더멘털 '견조' 평가
SRI 채권 5억달러 포함…역대 최저금리 수준
입력 : 2019-06-13 15:45:31 수정 : 2019-06-13 15:45:31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정부가 15억달러 규모의 미국 달러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역대 최저금리 수준으로 발행했다. 발행 채권의 일부는 세계 최초로 정부가 주도한 지속가능채권으로, 예상보다 투자자 수요가 많이 몰려 규모를 5억달러 늘렸다. 
 
김회정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이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외평채 발행 관련 사전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시30분 미국 뉴욕에서 만기 5년물 '녹색 및 지속가능(Green and Sustainability) 채권' 5억달러와 만기 10년물 '일반채권' 10억달러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표면금리와 만기일을 살펴보면 5년물이 2.0%·2024년 6월19일, 10년물이 2.5%·2029년 6월19일이다.
 
정부는 외평채를 처음으로 녹색 및 지속가능채권 형태로 발행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사회적 책임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사회적 책임투자(SRI) 채권 발행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SRI 분야에서 한국의 기여를 높이고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에게 벤치마크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녹색 및 지속가능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그동안 외국 정부가 발행한 사회적 책임투자 채권은 모두 녹색채권인 반면 우리 정부가 올해 발행한 외평채는 세계 최초의 정부 발행 지속가능채권이라는 점이 차별점이다. 김윤경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이날 뉴욕 현지에서 진행한 외평채 발행 관련 전화 브리핑에서 "사회적 책임투자채권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가장 흔하게 발행되는 것이 녹색채권이고 두 번째가 사회적 채권"이라며 "녹색채권과 사회적채권을 포괄할 것이 지속가능채권"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경제에 대한 투자자 신뢰와 녹색 및 지속가능채권 발행을 통해 투자자 기반을 확대했다고 보고 있다. 당초 정부는 10억달러 외평채 발행을 계획했으나 투자자 주문이 6배에 달하는 60억달러 이상으로 집중되면서 발행규모를 최종 15억달러로 확대했다. 
 
발행금리와 가산금리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발행금리는 5년물과 10년물 모두 2017년 달러화 표시 외평채 최저금리(2.871%)보다 낮은 2.177%, 2.677%로 각각 책정했다. 가산금리는 5년물은 홍콩이 최근 발행한 그린본드(5월22일 기준 32.5bp)보다 2.5bp 낮고, 10년물은 역대 최저 가산금리인 2017년(55bp)과 동일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통상 신규 발행채권은 투자자들이 유통금리 대비 추가금리를 요구하지만 이번에는 견고한 수요를 바탕으로 별도의 추가금리 없이 발행됐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투자자 구성도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 우량 투자자로 평가되는 중앙은행·국부펀드 비중이 지난해 16.5%에서 올해 49.0%로 확대됐다. 또 지속가능 분야 전문투자자를 중심으로 유럽계 투자자 비중이 확대돼, 투자자 저변이 넓어졌다는 평가다. 실제로 유럽계 투자자 비중은 작년 12%에서 올해 25%까지 늘었다. 
 
기재부는 외평채 발행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확충하고 향후 대외충격에 대한 대응여력을 유지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를 토대로 국내 기업의 해외차입이 원활해지고 경제 전반의 외화조달 비용이 낮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민간 부문 외화채권의 준거금리로 작용하는 외평채 금리 하락에 따라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의 외화 차입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통상 민간·공공기관 해외채권 발행금리는 외평채 금리에 추가 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기준이 되는 외평채 금리가 하락하면 한국물 금리수준도 전반적으로 하락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미중 무역갈등 등으로 국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해외투자자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재확인했다"며 "런던과 뉴욕에서 진행된 로드쇼에서 대다수 해외투자자들은 한국경제 펀더멘털이 여전히 견조하다고 평가했으며, 이러한 평가가 외평채에 대한 견조한 수요로 이어져 성공적인 발행을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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