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전략회의 온도차…삼성은 '축소'·LG는 '적극 대응'
삼성, 검찰 삼바 수사로 경영 시계 주춤…LG, 경쟁력 집중 위한 사업구조 개편 등 활발
입력 : 2019-06-13 16:31:01 수정 : 2019-06-13 16:44:28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각각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의 위기관리 대응 방식이 대조를 이뤄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13일부터 시작하는 글로벌 전략회의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양국의 압박이 거세지는 데다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검찰 수사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지난 5일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마무리한 LG가 구광모 회장을 중심으로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고동진 사장이 이끌고 있는 IT·모바일(IM)부문은 이날과 14일, 김기남 부회장이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20~21일 상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현석 사장이 맡고 있는 소비자가전(CE)부문은 국내에서 따로 회의를 열지 않고 추후 경영진 출장 일정에 맞춰 지역별로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상·하반기로 나눠 두 차례 열리는 삼성전자 정례 회의다. 이번 전략회의는 반도체 수요 둔화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경쟁 심화 등 주요 제품 업황 하락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에 대한 대응 방안에 관한 이야기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회의는 참석 인원을 줄이는 등 조촐히 진행될 예정이다. 상반기는 하반기에 비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올해 참석 인원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글로벌 현안 대응을 위해 해외법인 임원들 상당수가 참여하지 못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수사가 전략회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삼성 계열사 임직원 8명을 구속했고 지난 11일에는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을 소환해 수사했다. 이번 수사의 방향이 승계 문제와의 연결점을 찾는 쪽으로 흐르고 있어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부문들이 사업 구상 회의를 연 것만으로도 수사와 관련돼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면서 “전략회의 축소도 현 상황과 어느 정도 맞물려 있지 않겠느냐”고 분석했다. 
 
대외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극적인 전략회의를 열 수 밖에 없는 삼성과는 달리, LG는 지난 5일 구 회장이 주재한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마무리했다. 지난달 13일 LG생활건강을 시작으로 21일부터는 LG전자가, 28일에는 LG디스플레이 등 전 계열사가 순차적으로 보고회를 열고 본부장들이 중장기 사업 방향을 발표했다. 보고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경쟁력 집중을 위한 사업 재편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방안이 집중 논의 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로 LG는 쉴 새 없이 사업구조를 개편하며 ‘선택과 집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인수합병(M&A)에 보수적이었던 LG는 지난해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업체 ZKW를 인수한 이후, 올해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LG화학의 미국 듀폰 OLED 재료 기술 인수를 추진하면서 미래 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문을 빠르게 정리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전자결제대행(PG) 사업부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LG전자는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 청산, 멤브레인(수처리용 여과막) 사업 양도 등의 절차를 밟고 있다. LG화학은 액정표시장치(LCD)용 편광판, 유리기판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이고, LG디스플레이 역시 일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 체제에 들어선 이후로 LG에 변화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에 대한 고민을 통해 내린 결론일 것”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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