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법정 입찰비리' 전 법원행정처 과장 '징역 10년' 선고
"공무원 공정성과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 훼손하는 중대 범죄"
입력 : 2019-06-14 19:05:18 수정 : 2019-06-14 19:05:18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대법원의 전자법정 사업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게 뇌물을 받고 법원 내부 정보를 유출해 수주를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법원행정처 공무원들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행정처 정보화운영과장으로 입찰사업을 담당하면서 행정처 공무원 출신 업체 대표 남 모씨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강 모씨는 징역 10, 남씨는 징역 6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재판장 송인권)14일 전자법정 입찰비리 사건에 가담한 전직 행정처 공무원과 사업 수행 업체 직원 18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강씨에 대해 징역 10년 및 벌금 72000만원과 추징금 35000여만원을, 남씨에 대해 징역 6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강씨에 대해 오랜 기간 전자법정 사업을 담당했을 뿐 아니라 해당 부서 과장으로서 사업내용을 잘 파악하고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면서 법원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업체 담당자로부터 2014년부터 장기간 반복적으로 35000만원이 넘는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고 부부동반으로 10여회에 걸쳐 해외여행까지 다녀왔는데, 남씨는 수주에 도움을 받으려고 카드를 주고 현금을 주며 해외여행경비도 부담했다고 범죄 사실을 언급했다.
 
이어 뇌물죄는 공직사회 청렴성과 공무원이 처리하는 직무수행 공정성 및 일반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기대에 비춰 볼 때 누구보다 청렴해야 할 법원 공무원으로서 직무 관련 뇌물을 수수한 자체만으로 실제 수수액을 떠나 죄책이 가볍지 않은데, 4년이 넘는 기간 35000만원 넘게 수수해 온 것은 구체적 경위와 이유를 막론하고 용납될 수 없는 매우 중대한 범죄로,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남씨에 대해서는 법원 공무원 퇴직 후 인맥을 이용해 전자법정 관련 법원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법원 공무원들에게 장기간 반복적으로 뇌물을 공여, 그 대가로 30여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입찰을 방해해 다수 전자법정 사업을 수주하고, 이 과정에서 청탁 및 알선 명목으로 다른 업체에게 거액의 뇌물을 공여하게 했다면서 장기간 반복적 횡령으로 4명의 법원 공무원에게 공여한 뇌물 합계가 무려 69000만 원 상당에 이르고, 입찰방해로 수주한 계약금액만 290억 원이 넘으며, 다른 업체에게 공여케 한 뇌물이 45000만원 상당으로, 횡령으로 취득한 금액도 15억 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서 무거운 실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행정처 정보화관리국에서 입찰 사업 실무를 담당했던 손 모씨 역시 징역 10년 및 벌금 52000만원, 추징금 18500여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손씨에 대해 “2015년부터 장기간 29000만 원이 넘는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고, 남씨 뿐 아니라 다른 업체 관계자인 정 모씨에게도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법원 내부정보를 10여회 유출했다면서 뇌물수수에 이르게 된 경위, 수단 및 방법, 부정처사 내용 및 관련 입찰방해 가담 정도를 고려하면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큰 걸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탄원서 중 형제들의 것을 읽었다. 대학 때 집이 어려워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아 학비를 조달했고, 용돈도 본인이 직접 아르바이트와 막노동을 해 조달했단 내용이었다면서 그와같이 성실한 대학생활을 마친 피고인이 이 사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게 지금도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 외 다른 실무자였던 전 행정처 전산직 공무원 유 모씨는 징역 6년 및 벌금 12000만원에 추징금 6700여만 원을, 일부 행위에 가담한 이 모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및 벌금 1000만원 등을 선고받았다.
 
사건을 처음 언론에 제보한 이 모씨는 그 역할을 인정받으면서도, 입찰방해 가담횟수 19, 부당수주 계약금액 115억 원, 뇌물공여액 4억 원 등의 범죄 사실과, 그 지위 및 범행에서 수행한 역할을 보면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다는 이유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남씨·이씨와 함께 법원 사업 계속 수주를 목적으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는 손 모씨는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으나, 노모가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사실을 참작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그 밖에 뇌물 공여 및 타 업체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며 입찰방해를 한 혐의 등을 받는 업체 측 정 모씨는 징역 3년을, 윤 모씨는 징역2년에 집행유예3년을 각각 가담 정도에 따라 선고받았다.
 
그 밖에 업체 측 피고인들은 가담 정도에 따라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자법정 입찰비리는 대법원 현직 공무원들이 전직 대법원 공무원이 만든 업체와 결탁해 뇌물수수·공여 및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세금을 빼돌린 사건으로, 그 규모가 700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언론 보도를 통해 불거지면서 관련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내 위치한 법원행정처. 사진/뉴시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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