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회의원 '종북의 상징' 표현…불법행위 아냐"
"정치적 이념 비판한 것…악의적인 인신공격으로 단정 어렵다"
입력 : 2019-06-17 13:52:32 수정 : 2019-06-17 13:52:32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전직 의원을 ‘종북의 상징’이라고 표현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당한 박상은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대법원이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임수경 전 민주당 의원이 박상은 전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표현행위자가 타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한 때에 그 표현행위의 형식과 내용 등이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과장을 넘어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행위를 함으로써 그 인격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면서도 “한편, 정치인이나 공직자 등의 언행은 그 사회적 영향력 등으로 인해 보다 광범위하게 공개·검증되고 문제제기가 허용돼야 하고, 비판적인 표현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이를 쉽게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거나 법적인 책임을 져야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는 인천에서 열린 미술 행사에 참석해 당시 송영실 인천시장을 비판하며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임 모 국회의원’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성명서를 발표했다”며 “성명서를 통해 사용한 ‘종북의 상징’은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대표적 인물’이라는 취지로 사용됐다고 보여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상황이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면서 국회의원인 원고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이나 정치적 이념을 비판한 것으로 모멸감을 주기 위해 악의적으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을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성명서를 발표한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이 성명서를 통해 원고를 ‘종북의 상징’이라고 지칭한 것은 의견표명으로서의 허용한계를 벗어나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의견표명으로 인한 불법행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어,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파기환송 이유를 설명했다.
 
임 전 의원은 지난 2013년 인천광역시 산하 인천아트플랫폼이 개최한 ‘정전 60주년 기념 2013 평화미술프로젝트’ 행사에 참여했고, 박 전 의원은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에 대해 ‘천안함 46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임 모 국회의원을 대동해 행사를 치르는 송 시장’이라고 언급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임 전 의원은 자신을 임 모 의원으로 지칭해 ‘종북의 상징’이라고 표현한 박 전 의원으로 정치인으로서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2억원을 청구하는 손배소를 서울남부지법에 제기했다.
 
1,2심은 박 전 의원이 임 전 의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원고일부승소 판결했다. 1심은 “성명서는 원고에 대한 피고의 의견 내지 논평을 표명한 것에 불과할 뿐 그 자체로서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만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피고는 어떠한 구체적인 논거를 제시하지 않은 원고를 종북으로 지칭했는데, ‘종북’이라는 말이 대체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북한의 주체사상을 신봉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이 표현은 원고에 대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2심 역시 “피고는 국회의원인 공적 인물로서 가지는 국가·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자신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지닌 국회의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함에 있어서는 악의적 비난 내지 모함에 그치지 않도록 충분한 검토를 거쳐 합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상대방의 인격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의 정제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며 “성명서가 주로 원고가 아닌 당시 인천광역시장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고, 원고와 피고의 국회의원으로서의 공적인 지위 등을 고려하더라도 종북이라는 표현의 의미, 사용 경위, 내용 등에 비춰  의견표명으로서의 그 허용한계를 일탈해 원고에 대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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