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인사통'과 정보경찰의 '10여년 지기 인연'
'노조와해' 법정 선 인사 담당 임원 "'6천만원 받은 경찰관, 2006년부터 알았다"
입력 : 2019-06-18 17:04:23 수정 : 2019-06-19 14:05:14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노조와해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삼성전자서비스 임원과 정보경찰의 10년 인연이 공개됐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재판장 유영근) 심리로 열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최평석 전 전무 등 32명에 대한 공판에서다. 최 전 전무는 이날 법정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사분규 중재 비용으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현금과 상품권·골프권 및 핸드폰 등 6000여만 원 상당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 모 전 경정을, 2006년 다른 계열사인 삼성전자로지텍에서 인사업무를 할 때 처음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노조와해가 삼성전자서비스 계열사 차원이 아닌 그룹 차원에서 훨씬 이전부터 추진돼 왔음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그간 법정에서 공개된 데 이어, 그룹 내 다른 계열사 노사분규에도 같은 정보경찰관이 개입해 온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최 전 전무는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재판장 유영근)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전 전무 등 32명에 대해 진행한 속행 공판에 피고인이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최 전 전무는 1981년 삼성전자 신입사원으로 입사, 인사·생활가전을 거쳐 2006년 자회사인 삼성전자로지텍에 인사그룹장으로 입사해 상무 승진 후 20106월까지 인사팀장으로 근무하고, 같은 해 7월 다시 삼성전자서비스에 인사팀장으로 입사해 전무 승진 이후 줄곧 인사 업무를 담당해 온 인사통이다. 20136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삼성전자서비스 불법파견·위장도급 규탄기자회견 후 설치한 종합상황실 실장을 맡아 고 염호석씨 건등 이번 사건이 언론에 불거진 지난해 3월까지 줄곧 노조상황과 파업동향을 파악하고 대응하는 업무를 총괄해왔다.
 
“김 전 경정은 화물연대 파업 당시 도움 준 분’”
 
최 전 전무는 김 전 경정을 언제 어떻게 처음 알게 됐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2006년 삼성전자로지텍에서 화물연대 관련 노사 이슈가 있었는데, 당시 상사인 전 모 상무에게서 도움 준 분이라고 소개받았다고 답했다. 당시 삼성전자로지텍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노사분규에도 김 전 경정이 개입했던 것이다. 최 전 전무는 그 이후에도 김 전 경정과 몇 번 연락한 기억이 있고, 그 뒤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 다시 만났으나, 언제 다시 만난 지는 10년도 넘은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사진/뉴시스
 
"노조원 사망 사건 때도 유족과 협의 맡아"
 
검찰이 제시한 증거와 최 전 전무의 이날 법정 증언에 따르면, 김 전 경정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사분쟁 전후 3차례 발생한 노조원 사망 사건에 모두 개입해 사측과 유족 간 장례절차 합의에 참여하고 합의금을 직접 건네기도 했다.
 
고 염호석씨 사건 판박이인 20131031일 천안협력사 소속 노조원 고 최종범씨 자살 사건 발생 당시 노조가 최종범열사투쟁위원회를구성해 서초사옥 농성을 벌이자, 당시 노원경찰서 정보과장으로 있던 김 전 경정이 먼저 최 전 전무에게 전화해 농성을 해제하려면 노조와 합의가 필요하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정보경찰관 신 모씨를 소개해줬다. 검사가 김 전 경정은 당시 전혀 상관이 없는데 왜 연락을 한 것이냐고 묻자 최 전 전무는 그전에 저하고 친분이 있었는데, 그 사건이 이슈가 되고 서초사옥 앞에서 두 달 정도 투쟁해 사회적으로 시끄러운 사건이라 그랬던 것 같다고 하고, ‘삼성전자 본사에 연락해도 되는데 굳이 증인에게 할 필요가 있었냐는 질문엔 어쨌든 해결 당사자는 우리 협력사인데, 당시 노조에서 협력사 사장을 만나길 원치 않아 저한테 한 것 같다고 답했다. 결국 최 전 전무 측은 김 전 경정에게 소개받은 신씨의 중재로 그해 1220일 노조와 합의서에 서명했다.
 
2014517일 양산협력사 조합원인 고 염호석씨가 사망하자 이번엔 최 전 전무가 김 전 경정에게 도움을 청했다. 김 전 경정은 최 전 전무의 부탁을 받고 다음날인 518일 르네상스 호텔에서 최 전 전무와 함께 염씨의 아버지를 직접 만나 염씨의 유언대로 노조장을 진행하는 대신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설득하고 합의금 6억 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검찰은 당시 김 전 경정이 개입한 정황에 대해 최 전 전무 외 삼성 측 다른 인물과의 커넥션을 의심하고 있다. 검사가 김 전 경정이 직접 개입한 이유가 뭔지묻자 최 전 전무는 제가 부탁한 것 외에 왜 적극적으로 했는진 모른다고 했고, ‘증인 외 삼성 측 다른 사람의 요청을 받고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질문엔 그건 잘 모른다고고 했다. 김 전 경정은 염씨 아버지에게 장례 합의금을 직접 건네는 등 상당히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했다.
 
2016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앞두고 623일 성북협력사 수리기사 사망사건이 또 발생하자 노조가 장례투쟁을 기획했고, 당시 유족과의 합의 과정에도 최 전 전무의 부탁으로 김 전 정경이 동행해 합의룰 중재하고 직접 합의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삼성 “김 전 경정은 노사 양보 이끌어낸 중재자’”
 
검찰은 결국 김 전 경정이 노사 중재자가 아닌 사측 대리인으로 활동해 노조를 무력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최 전 전무는 제 기억으론 양쪽에 다 양보를 얻어내서 중간정도에서 합의하는 그런 중재를 했다고 강조했다.
 
김 전 경정은 2014년 고 염호석씨 사건 이후 노조가 전면 투쟁에 나서자, 본인이 먼저 최 전 전무에게 연락, 그간 개별·권역별 교섭 외 새로운 교섭방식인 블라인드 교섭을 제안해 그해 623일 기준단체협약을 이끌어냈다. 최 전 전무는 그 이유에 대해 당시 40여개 정도 노조 있는 협력사가 있고 다들 상황이 다르다보니 교섭이 전혀 진척도 안 되고 난항에 있어 자꾸 자살사건이 나왔다. 여러 어려움을 겪으니 노조도, 저희도 답답함이 있었는데 그래서 제안하지 않았나 싶다고 추측했다. 검사가 경찰이 껴서 하기보다는 어차피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이 위임받아 교섭했으면 노조와 중앙교섭을 하면 되는데 왜 경찰이 개입하느냐고 재차 묻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던 상황이었고, 경총은 각 개별 협력사를 지원하는 형태였기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블라인드 협약을 통한 단체협약과 임금교섭 등 2014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진행된 이 사건 노사 협상엔 언제나 김 전 경정이 있었다. 합의와 결렬을 반복하는 협상 과정의 중요한 길목에서 김 전 경정은 1500만원, 300만원, 500만원 그리고 1000만원 3차례 등 현금 총 5300만원을 그룹 노사전략 자문위원으로 있던 송모 전 고용노동부장관 정책 보좌관을 통해 최 전 전무에게서 전달받았다.
 
김 전 경정과 노조 측의 협상 채널은 사내 문건에서 핫라인으로, 김 전 경정은 노조와의 물밑접촉을 담당하는 외부관계자로 기록됐다. 2016년 강경훈 당시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 부사장 임단협 유효기간은 4월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통일시켜라’, ‘종료시켜라’, ‘반영되도록 해라등 명령형 어미로 지시한 요구사항은 김 전 경정에게 전달됐고, 김 전 경정은 강 전 부사장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반영한 노사합의를 이끌어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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