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아베 도발은 2차 가해다
입력 : 2019-07-29 06:00:00 수정 : 2019-07-29 0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아베 총리의 경제 도발이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게 2차 가해가 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후세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어떤 일본 총리보다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드는 '헌법 개정'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은 역사적 아이러니다. 지난 2006년 9월에 처음으로 총리가 된 이후 1년 동안 재임했고 다시 2012년 12월 총리가 된 후 3번째 연임을 하고 있다. 오는 연말이면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마저 갱신하게 된다. 아베는 집권 이후 줄 곧 '한국 때리기'를 자행해왔다. 한국이 아닌 미국이나 중국 때리기를 했다는 이야기는 잘 들어본 적이 없다. 자신의 장기 집권의 수단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 때리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노린 것이다. 지난 21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 개정 가능선인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자민당을 포함한 연립 여당은 과반 의석을 얻었다. 연금과 소비세로 주춤거렸던 아베 내각은 한국에 대한 명분 없는 '수출 규제 조치'로 보수층 유권자 결집에 성공한 셈이다. 제국주의의 피해국인 한국에 대한 일본의 몰염치한 도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인 독도 인근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항공기에 대항해 일본 자위대의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억지 주장으로 말이다. 이것은 씻을 수 없는 역사적 1차 가해에 이어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들을 향한 명백한 2차 가해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2차 대전의 전쟁 범죄 국가인 독일의 태도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보다 지도자에게 있다. 역대 독일 총리들은 2차 대전 당시 주변국에 저지른 범죄와 피해에 대해 회피하지 않았다. 수많은 무고한 유대인들이 히틀러의 비틀어진 광기에 이유도 없이 가스실에서 사라졌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 하나였다. 일본은 우리 국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 통치하면서 수많은 우리 국민들을 전쟁터로 또는 군수공장으로 내몰았다. 그럼에도 반성 한마디 제대로 하지 않고 있지만 독일은 달랐다. 2016년 독일 베를린에서 특별한 전시회가 열렸다. 나치시대 박해받던 유대인들이 그렸던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행사였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개막식에 참석해 과거사를 반성했다. '희생자들의 숱한 사연과 큰 고통은 독일과 독일인들의 기억에 내내 남아 있을 것이다'라며 사과하고 또 반성했다. 2차 대전이 끝난 지 70년이 넘었지만 당시 저질렀던 만행을 잊지 않고 참회하는 모습이다. 메르켈 총리뿐만이 아니다. 동방정책으로 유명한 빌리 브란트 총리는 나치에 희생된 폴란드 유대인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반성했다. 국가 리더에 대한 평가와 존경은 그의 행동에서 비롯된다.
 
한국갤럽을 포함한 세계 49개국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실시한 조사(자세한 사항은 조사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글로벌 리더 12명에 대한 호감도를 물어보았다. 교황을 포함해 미국, 러시아, 중국, 독일, 영국, 이스라엘 등 11개국의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제외하고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대한 호감도가 45%로 가장 높았다. 국제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메르켈 총리가 1등을 한 사실이 그리 놀랍지 않다. 그런데 2차 대전 피해국이자 이웃나라인 프랑스에서 메르켈 총리에 대한 호감도는 58%로 평균을 훨씬 웃돌았다. 네델란드는 67%,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있었던 폴란드는 43%였다. 아직도 전범 국가 독일에 대한 앙금이 남아 있겠지만 독일 총리에 대한 호감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아베 총리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신뢰도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한국리서치가 한국일보의 의뢰를 받아 지난 5월 24~26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무선RDD전화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2.2% 자세한 사항은 보도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가능)에서 '아베 총리에 대한 신뢰'를 물어본 결과 우리 국민 10명 중 9명 정도(92.4%)가 아베 총리를 신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은 이웃나라 일본의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없다는 결과다. 2차 대전 당시 무려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한 독일이 오늘날 국제 사회의 지도자 국가로 우뚝 선 데는 과거는 물론이거니와 현재와 미래까지 사과와 반성을 준비하는 독일의 지도자 덕분이다. 최장수 총리 기록 갱신을 눈앞에 둔 아베 총리가 가장 가까운 이웃인 우리 국민들에게 바닥 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과거 고통의 기억이 사라지지 않은 국민들에게 아베 총리의 도발은 그냥 단순한 '한국 때리기'가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최소한 기대마저 송두리째 내팽개친 씻지 못할 2차 가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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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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