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첨단소재 '극일', 구호보다 실질적인 지원 필요
입력 : 2019-08-01 06:00:00 수정 : 2019-08-01 07:57:45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예고한 날짜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한달 가까이 우리 정부는 공식 채널을 통해 일본의 통보가 부당함을 알렸고, 국민들은 일본제품과 여행 등을 불매하며 힘을 보태고 있지만, 아베 정부는 이를 무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불어민주당도 지난주 반도체 소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중소기업을 방문해 현장 최고위원회를 여는 등 핵심 소재를 국산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여당이 특정 기업을 방문했다는 것은, 해당 산업 또는 기술육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일 게다. 
 
사실 이 곳뿐 아니라 다른 몇몇 기업들의 이름도 소재 기술력을 가진 곳으로 한동안 오르내렸다. 그리고 이같은 정보가 가장 활발하게 유통되는 곳이 증시다. 거론된 기업들의 주가는 일본과 갈등이 시작된 이후로 꽤 올랐다. 
 
주식투자자들은 대개 이런 뉴스에 민감한 편이다. 일단 매수 버튼부터 누르는 투자자들도 많다. 정부가 지원한다는데, 정책 호재에 주가가 오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주가는 기대감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도, 신규 사업 추가도, 해외시장 진출도, 모두 지금보다 실적이 더 늘어날 것이란 기대를 갖게 만든다. 
 
하지만 주식시장에 오래 몸담은 경험 많은 투자자들은 이런 종류의 호재에 휘둘리지 않는다. 실제로 그 호재가 기업의 실적을 얼마나 늘려줄 재료인지 사실관계를 하나하나 따진다. 
 
반도체 소재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실제로 갖고 있는지, 그 기술력을 상용화할 수 있는지, 해당 시장 규모가 충분히 큰지, 수요처가 요구하는 수준의 수율을 맞춰줄 수 있는지, 필요한 만큼 양산할 수 있는지, 설비가 모자라다면 증설할 여건은 되는지, 지금 증설해서 시험가동을 거쳐 양산하려면 얼마나 오래 걸리는지, 안정적으로 받아줄 수요처가 있는지, 이익률은 얼마나 될지, 따질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실제 기술력이 있다고 해도 투자자는 의심한다. 양산까지 너무 오래 걸리는 것은 아닐까? 생산설비를 갖췄는데 그 사이 일본과 갈등이 해소돼 그때 가서 기업도 정부도 나 몰라라 하는 건 아닐까? 정권이 바뀌면 외교 스탠스도 달라질 텐데 지금 정부만 믿고 무리해서 투자하는 것이 옳은 결정일까? 
 
중소기업에게 이런 의사결정은 기업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사안이다. 물론 단번에 몇 계단 도약할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자칫하다간 존폐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주가는 현실을 앞질러 달린다. 예상실적에 기대감의 크기까지 곱해서. 늘 그랬다. 하지만 정부는 달라야 한다. 확고한 의지와, 의지를 증명할 예산 등 각종 혜택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곧 발표하겠다고 했던 그 방안은 그 무엇보다 기업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내용이어야 할 것이다. 
 
오래 전 예약한 여행을 취소할 정도로 온국민의 마음은 넘쳐나는데, 그래도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 신기루를 보고 주식을 투자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정부의 지원도 구호가 아닌 기업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실체가 있는 것이기를 바란다. 그래서 이번 위기가 진짜 ‘극일’ 할 수 있는 기회로 변하기를 희망한다. 
 
 
김창경 증권부장/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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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경

<매트릭스>의 각성한 네오처럼, 세상 모든 것을 재테크 기호로 풀어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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