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제3의 왜란'에 대응하는 법
입력 : 2019-08-05 07:00:00 수정 : 2019-08-05 07:00:00
서명수 슈퍼차이나 대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건 말 그대로 '사생결단의 전쟁'이다. 압도적일 것으로 믿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다른 국가의 경제를 망가뜨리려는 시도는 제국주의 고유의 속성과 다름없다. 일본의 전면적 경제보복이라는 전쟁은 표면적으로는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반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일 국교 수립 이후 형성된 한일관계의 근간을 뒤집겠다는 '제국주의로의 회귀' 욕망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선 파장이 심각하다. 제국주의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패전국이 아니라, 동북아 패권자로서의 대일본제국 부활에 대한 욕망이 근저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우리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일본 정부의 조치가 우리 경제를 공격하고 우리 경제의 미래성장을 가로막아 타격을 가하겠다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는 사실"이라면서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며 우방으로 여겨왔던 일본이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이 참으로 실망스럽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라는 일본의 조치가 지금까지의 한일관계를 급변시키는 전환점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쟁이 발발한 이상 전쟁의 책임이나 장수의 전략적 효용성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일단 이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 한국 경제를 무너뜨리고 한국 정부를 교체하고 한국의 국격을 무너뜨려 자신의 발아래 무릎 꿇리려는 일본과 타협할 카드는 없다. 우리가 이 전쟁에서 질 수 없고, 져서도 안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본이 도발한 이 전쟁은 경제보복이 아니라 두 나라에 쌓인, 깊고 깊은 침략과 식민지배의 역사, 그 역사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 제국주의의 뻔뻔한 얼굴이 투영돼있기 때문이다. 이 전쟁에서 당당하게 이기지 못한다면 일본은 다음에는 '독도에 대한 무력도발'을 할지도 모른다.

이번 전쟁은 임진왜란과 식민지배에 이은 '제3의 왜란'이다. 중국의 사드보복 역시 강대국이 자행한, 어처구니없는 안보를 매개로 한 경제보복이었지만 관광분야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대한 비교역적 방식의 경제보복으로만 국한됐다. 이번 일본의 도발과는 차원이 달랐다. 왜구는 13세기 이래로 끊임없이 우리나라 서남해안 일대를 노략질해 온 해적들이었다. '사무라이'라는 칼잡이로 탈색한 왜구들은 나름대로 국가체제를 정비한 후 '정한론'이라는 논리로 무장, 침략전쟁을 일으켰다. 그게 임진왜란이다. 당시 조선 조정은 왜구를 과거의 해적 정도로 치부하고 과소평가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결과는 참담했다. 신무기와 실전경험으로 무장한 왜군을 상대하기에 우리는 턱없이 부족한 병력과 미증유의 전쟁에 대비하지 못했다. 조선의 국토는 철저하게 유린당했다. '달콤한 조선정복의 기억'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한 일본은 메이지 유신으로 다시 무장, 서구열강의 흉내를 내면서 한반도를 제국주의의 희생양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베 총리의 도발은 일찍부터 예견됐다. 일본의 거듭된 경제도발은 과거의 군국주의 일본, 제국주의 일본으로 돌아가겠다는 공식선언과 다름없다. 우리 정부가 남북문제에 집중하면서 한미동맹이 다소 이완되는 분위기를 틈타 아베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더니 동북아에서 미국을 대신해서 대중국 압박의 첨병을 자청했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미국이 직접적 개입을 자제하는 것은 미국의 묵시적인 사전 동의하에 이뤄진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어떤 전쟁도 어느 일방의 완전한 패배나 완전한 승리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의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일본의 경제에 서서히 상처를 내고 있다. 집단주의적 사고에 익숙한 일본국민은 그 정도의 상처와 불편은 감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전쟁은 치명상을 입거나 어느 일방의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때 멈출 수 있다. 장기전이 되면 일본 역시 견디지 못한다. 무엇보다 이 전쟁이 한일 간 일대일 전쟁이라는 성격을 넘어 글로벌 쟁점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물론 전쟁이 터진 이상 피해는 어쩔 수 없다.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고 국민이 피해를 본다면 일본과 일본 경제, 일본 국민도 우리보다 몇 배의 피해를 보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당장 일본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소재와 부품산업을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우위에 있는 제조업을 바탕으로 산업경쟁력을 재정비하고 대체 수입처를 발굴한다면 장기적으로 일본이 내세우는 제조업 기반은 세계시장에서 무너질 것이다. 앞으로는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의 반일감정을 이용하는 정치적 선동과 미국의 중재를 이끌어내려는 외교적 노력에만 의존하려는 태도를 지양한다면, 이 전쟁은 승산이 있다. 국가적 위기는 늘 대한민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왔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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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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