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환율과 '포치'
입력 : 2019-08-12 06:00:00 수정 : 2019-08-12 06:00:00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미국은 2020년 대선이라는 정치적인 이유와 그동안 누적된 막대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에 포괄적인 관세 인상을 선언했다. 자유무역 시대에 우방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하는 일방적인 관세 인상은 다른 국가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내수보다 수출입 비중이 더 많은 한국은 이 상황에서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는 국가 중 하나다. 중국은 대미 관세 인상으로 맞받아치고, 미국은 다시 금리인하 카드를 꺼냈다. 중국은 달러 대비 7위안 이상을 용인하는 '포치'로 역공했고, 이에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이는 각국이 금리와 환율을 조정해 자국의 이익을 늘리거나 적자를 줄이고자 하는 몸부림이다.
 
환율은 자국 화폐와 타국 화폐의 교환 비율이다. 달러, 위안화,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의 가치는 전통적으로 세계경제 상태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다. 미국 달러 가치 변동은 압도적으로 각국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변수다.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내외부 변수는 국내총소득, 경제성장률, 금리, 주가, 채권가격, 금가격, 주택가격, 경제정책, 전쟁 가능성 등 매우 다양하다.
 
국내외 상황은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K-stat)를 통해 환율과 밀접한 통계자료 몇 가지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무역 의존도는 70.4%이며 수출 의존도는 37.3%, 수입 의존도는 33.0%다. 수출상품 구조는 중화학제품 52.8%, IT제품 26.5%, 경공업제품 18.8%, 1차산품 1.8%다. 10대 수입상품은 원유(14.2%), 반도체(9.35), 천연가스(4.2%), 석탄(2.9%), 무선통신기기(2.4%), 정밀화학원료(2.3%), 반도체제조용장비(2.3%), 컴퓨터(2.3%), 자동차(2.1%)다. 또한 2019년 현재 한국의 10대 무역국은 중국(24.2%), 미국(13.6%), 베트남(8.5%), 홍콩(6.0%), 일본(5.3%), 인도(3.0%), 대만(2.8%), 대만(2.8%), 싱가포르(2.5%), 멕시코(2.1%), 말레이시아(1.7%)다. 이를 통해 과거와는 다르게 미국보다 중국 경제에 따라 한국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는 미 달러화의 가치절하(평가절하)를 의미한다. 자국 내 경제상태가 예상보다 개선되지 않고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으니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자구책이다. 이론적으로 미국의 달러가치 하락은 원화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을 뜻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은 8월 들어 역설적으로 올랐다. 이 상황은 미국보다 현재 한국의 경제상태가 더 나쁘거나 미래에 악화될 것을 예상하기 때문에 원화가치가 더 가파르게 하락하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본은 한국에 일방적으로 전략물자를 까다롭게 허가하는 규제를 의미하는 백색국가 배제를 공표했다. 이러한 여러가지 대내외적인 상황으로 원달러 환율은 2년 7개월 만에 1200원을 돌파했고, 하루하루 등락이 심해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국내 경제에 나쁜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북미에서 국산 자동차 판매가 증가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경기둔화 속에 단비가 될 수 있다. 일본처럼 외국 관광객이 증가할 수 있고, 주식시장에 해외 투자자본이 다시 몰려올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다르게 현재 거주자 외화예금 703억달러,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 약 4000억달러, 금 약 50억달러에 달한다. 경상수지도 감소 추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최대 수입품인 원유가격의 상승은 관련 사업과 제품에 원가 상승으로 국내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다.
 
각종 매체에서는 금 가격 급등에 따라 트럭으로 은괴를 구입하고 있고, 달러를 사재기한다는 기사들이 매일 발표되지만 서민들의 피부에는 와닿지 않는다. 실물경제는 침체되고 있지만 고가주택 가격은 하락하지 않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보다는 외교·정치 문제로 인한 급격한 환율 변동이 기업과 가계에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 경제 주체들의 불안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변동성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고, 정치인은 국란에 버금가는 현재 상황에 정쟁을 멈추고 한뜻으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때다.
 
이효석 한국인재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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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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