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온라인 게임 불법 환전, 체계적 관리 필요하다
입력 : 2019-08-13 08:00:00 수정 : 2019-08-13 08:00:00
휴대폰으로 문자 메시지가 들어왔다. 사이버 도박 광고 문자다. 장식용으로 특수문자가 잔뜩 들어간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이다. 광고라고 무시하려다 대체 어떤 경제가 있어 이런 문자가 끊임없이 들어오는지 궁금해졌다. 현실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이런 불법 사이버도박이 돌파구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인터넷 도박으로 집을 날렸다느니, 폐인이 됐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뉴스를 검색해보니 불법 환전상들은 게임 외에서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해 홍보를 하거나 전용 온라인 방송 채널을 오픈하고 모바일 메신저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인터넷 방송을 통해 BJ가 시청자에게 돈을 받고 수억 원 대 대리 게임을 해 구속된 사례도 나왔다. 과연 온라인 게임에서의  불법 환전 문제를 방치해야 할 것인가.
 
웹보드 게임은 우리나라 인터넷 도입과 그 역사를 같이 하고 있다. 지금은 분리됐지만 네이버와 한게임이 한 회사였던 시절, 게임 포털 사이트였던 한게임의 고스톱이나 포커는 국민 게임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인터넷의 대중적 흥행과 대규모 트래픽을 이끌어 낼 뿐만 아니라 인터넷 수익모델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고스톱과 포커의 재미를 위해 게임 머니 배팅을 하게 되고 게임 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사행성 문제가 크게 떠오르게 됐다. 
 
2007년 게임산업진흥법이 개정되면서 게임결과물의 환전업 금지 조항이 신설됐다. 이 규정은 온라인 게임과 일반 사행 행위 간의 경계선을 명확히 해 게임의 사행성화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게임 내에서 사용자가 획득한 보상물을 게임 시스템 밖에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면 사실상의 사행 행위가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의 도입으로 환전, 환전알선, 재매입 행위를 독자적 범죄 구성요건으로 할 수가 있게 돼 불법환전은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환전상들은 진화해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성업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온라인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메신저와 인터넷 방송 기술을 활용하며 불법적인 지능형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수법도 다양해 불법 프로그램이나 짜고 치는 ‘짱구방’ 등을 활용하는 방법 뿐만 아니라 이제는 게임 머니를 사고 파는 중계상 역할을 하려고 차명계좌와 대포폰도 활용한다. 
 
게임회사들도 불법 환전을 막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한 회사는 게임 내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이용자 간 쪽지, 채팅, 프로필 이미지 광고 악용 방지 등 게임머니 불법 환전 광고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는 기능을 모두 차단하고 불법환전 의심 사용자를 모니터링 하는 전담팀을 운영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하며 의심 이용자를 수사의뢰하는 등 노력 중이다. 사행성을 노리는 게임 이용자와 불법 환전 상의 연결고리가 되는 불법 환전 광고를 원천 차단해야 하지만 구글, 유튜브, 트위터, 인스타그램과 같은 해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사용되기 때문에 차단이 쉽지 않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하는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는 이 시대에 게임 회사에만 불법 환전 문제를 맡겨놓을 사안이 아니다. 외부 플랫폼을 이용해 불법 환전을 하기 때문에 게임 내부에서는 현금 거래내역을 알기 더 어렵다. 따라서 이런 플랫폼들과 불법 환전과 관련된 광고 게시물을 차단하도록 공조할 필요가 있으며 불법 환전 사이트가 확인될 경우 불법 유해정보사이트로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도록 방송통신위원회 및 경찰청이 운영하고 있는 접속 제한 서비스와 협조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이런 절차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조직적인 불법 환전 사이트 관리 프로세스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신종 수법의 불법 환전 시도가 확인될 경우 게임회사뿐 아니라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초기에 제거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설날과 추석 명절에 가족, 친척이 모여 삼삼오오 모여 고스톱을 치던 시절이 있었다. 20년 전 인터넷으로 처음 고스톱을 치면서 언제 어디서나 명절의 즐거움을 느낄 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제는 수천 억 규모로 성장한 웹보드 게임 분야에서 지능적으로 변화하는 불법 환전이 존재하는 한, 게임은 사행성 문제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건전하고 올바른 게임 문화 조성하기 위해서 게임회사, 정부 및 수사기관, 학계의 공조 체계 구축을 통해 불법 환전을 근절할 방안을 구체화해야 할 때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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