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도 바뀌는 건설업계②)"직접 사업 발굴하는 디벨로퍼, 해외 육성 정책 벤치마킹 필요"
"디벨로퍼가 부동산 시장 주도하며 국가 경제 기여"…해외 사업 체질 개선도 필요
입력 : 2019-08-19 06:00:00 수정 : 2019-08-19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국내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업계에선 건설사들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크다. 국내 주택 시장에서 도급 사업에 집중하는 건설사들이 직접 땅을 매입하고 부동산 개발에 나서는 디벨로퍼로 변모해야 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더불어 해외에서는 시공 위주의 수주를 벗어나 수익성 높은 기본설계(FEED)나 시장 규모가 커지는 민관협력투자개발사업(PPP)에 진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는 산업 불황을 타개하려면 디벨로퍼로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민간 시장의 발주 물량을 기다리지 말고 직접 사업을 발굴해 먹거리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부동산 규제로 도시정비사업 물량은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수익성도 도급보다 자체 개발사업이 더 높다. 원가 절감에 유리하고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난관은 부동산 규제다. 국내 디벨로퍼 사업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 공급에 치우쳐 있는데,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외에도 적용한다며 추가 규제에 나설 경우 자체 주택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디벨로퍼가 비주거 부문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라 장담하기도 어렵다. 비주거 부문에는 상가, 지식산업센터, 오피스, 호텔, 리조트 등이 있는데 국내 경기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제나 연관 산업의 성장이 따라주지 않으면 비주거 부문의 사업도 키우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에 업계는 국내 부동산 규제 완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택 사업으로 얻은 수익을 기반으로 디벨로퍼 역량을 향상시키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디벨로퍼를 육성할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데 여러 의견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디벨로퍼에 관한 지원책이 미흡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6월 부동산서비스산업진흥법이 시행되면서 정부가 부동산 서비스 사업자에 금융·행정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근거는 마련됐다. 그러나 아직 업계가 실감할만한 지원방안은 부족하다는 게 주된 반응이다.
 
반면 외국은 정부가 디벨로퍼 기업을 밀어주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국내·외 부동산개발업 운영현황 및 개발방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의 역사를 60~70년 가량 축적한 미국은 1960~1970년대에 주택 대량생산에 기업 진출을 장려하면서 부동산 개발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 또 경제 불황기나 부동산시장 침체기에는 소득세 등 세제 완화 정책으로 부동산 개발업 부양에 나섰다. 
 
싱가포르는 도심중심지역 등 부지에서 도시 계획 규제를 완화해 주거, 상업, 오피스 시설을 혼용한 복합시설을 늘리고 폭넓은 대규모 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또 인허가 제도 간소화 등 부동산 개발 과정 전반에 걸쳐 정부가 디벨로퍼의 편의를 봐준다. 
 
이 같은 차이는 GDP 중 건설, 부동산업 등의 비중으로 나타난다. 지난 2016년 기준 싱가포르의 GDP에서 부동산 개발 관련 산업 비중은 19.48%, 미국은 16.35%인 반면 한국은 12.39%에 그쳤다. 
 
디벨로퍼 단체인 한국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는 “외국에선 디벨로퍼가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며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데 국내는 규제 위주”라며 “우리나라도 각종 세제 혜택이나 금융 지원, 인재 육성 등 디벨로퍼의 성장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라고 언급했다.
 
해외 수주의 지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건설경기가 좋지 않을 경우 해외 판로를 확장해 먹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데 수익성이 높은 기본설계(FEED)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인프라 민관협력사업(PPP) 부문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초 국토부가 고시한 ‘5차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해외 사업의 97%가 시공에 편중돼 있다. 시공은 수익성이 낮은 분야다. 반면 기본설계는 부가가치가 높지만 선진 외국계 건설사들이 꽉 잡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 설계 역량 향상의 필요성을 절감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흥국의 PPP 시장 규모도 커지면서 PPP 분야 진출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PPP시장은 지난 2005년 403억달러(약 49조원)에서 2015년 1199억달러(약 145조67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확장했는데 국내 업체의 수주 실적은 초라하다. 2017년 기준 3건으로 총 16억달러(약 2조원)에 그쳤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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