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어 인도마저'…고민 깊어지는 현대차
7월 인도 전체 차 판매량 30% 급감 등 9개월째 뒷걸음
경기 악화 영향 커…신차 효과 불구 감소세 불가피
"최소 1년 수요 둔화 지속 예상…단기가 내 구매력 상승도 미지수"
입력 : 2019-08-22 16:15:14 수정 : 2019-08-22 16:15:14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넥스트 차이나'로 공을 들이고 있는 인도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베뉴' 등 신차를 앞세워 판매량 급감은 막았지만 감소 추세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2일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지난 7월 인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20만790대로 전년 동월보다 30.98% 급감했다. 이는 한 달 판매 기준 18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보다 앞선 6월에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5% 판매량이 줄었다. 인도 자동차 수요는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째 뒷걸음질 치고 있다.
 
이처럼 인도에서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하락한 것은 전반적인 경기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올해 1분기 인도 GDP 증가율은 5.8%로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지난 5월 인도 시장에 출시한 소형 SUV '베뉴'. 사진/현대차
 
여기에 최근 스테이트뱅크오브인디아(SBI) 등 인도 주요 은행들이 자동차 딜러에게 대출 추가 담보를 요구하고 대출 기간도 단축하며 자동차 산업은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에서는 딜러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차량을 확보하는 등 판매 활동을 한다. 자동차 판매가 감소하고 있어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지 은행들이 대출 요건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시장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든 시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계속되는 수요 감소에 인도에 진출한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도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스즈키 마루티도 7월까지 누적 판매량이 전년보다 14.8% 줄었다.
 
그랜드 i10 니오스. 사진/현대차
 
현대차 또한  이 기간 인도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줄어든 29만8787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인도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6년 만에 처음이다.
 
회사는 지난 5월 인도 시장에 소형 SUV '베뉴'를 출시했는데 이 모델이 누적 판매 대수 2만5000여대를 기록하며 선전한 덕에 다른 기업보다 감소폭이 크진 않았다. 그럼에도 감소가 이어지며 인도법인은 이달 초 공장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만 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 산업 침체는 전세계적인 추세로 인도 또한 최소 1년은 수요 둔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인도의 경우 자동차 성장 잠재력은 있지만 아직 구매할 수 있는 인구가 많지 않고, 중국처럼 단기간 내에 구매력이 상승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또 다른 신차 '그랜드i10' 3세대 모델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이 모델은 현대차가 인도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델 중 지난해 가장 많이 팔렸다. 당초 업계에서는 회사가 이 모델을 연말이나 내년 초에 내놓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시기가 빨랐다. 그랜드 i10을 앞세워 판매량을 지키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차 출시로 단기적으로 점유율을 넓힐 수는 있겠지만 전체 수요가 줄었기 때문에 감소세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김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