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중소조선, 불황 타개책은 혁신적 운영관리”
서용석 KEIT 조선해양 PD "통합된 리딩회사 의견 반영률 높아질 것"
벙커링 인프라 갖춰 LNG추진선 발주 급증 전망
2025년 일본-중국 노선 자율운항선박 건조 가능성
입력 : 2019-08-28 06:00:00 수정 : 2019-08-28 06:00:00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조선업계가 장기불황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비정상적인 발주는 얼마되지 않아 선복량 과잉으로 발주시장 침체를 야기했다. 중형조선소들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대부분의 중형조선소가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다. 생존을 위한 일감 확보가 절실하지만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의 장벽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원과 연구개발(R&D) 등 중소조선소 지원 방안에 대한 의견도 엇갈린다. 
서용석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조선해양 피디는 1994년부터 2016년까지 23년간 삼성중공업 R&D센터에서 근무하던 조선·해양 R&D 부문 대표 전문가다. <뉴스토마토>는 서용석 피디를 만나 조선업계 현황과 향후 발주 전망, 불황 타개책 등에 대해 들어 봤다. 
 
KEIT와 피디의 역할은 뭐가 다른가. 
 
KEIT는 산업통상자원부의 R&D 전담기관으로 300여명의 산업 전문가들이 속해 있다. 산업기술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국가 혁신 역량 제고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설립됐다. 올해 예산은 1조5000억원 정도다. 이 중 조선해양 부문은 1267억, R&D 예산은 약 440억원이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면 R&D 과제를 기획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피디의 역할이다.
 
발주시장이 침체된 이유는 뭐라 생각하나.
 
조선업계는 산업 특성상 세계 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경제가 침체되면 물동량이 하락하기 때문에 선박 투자도 줄어든다. 하지만 현재 발주시장은 2013년 대폭 증가했던 발주량으로 침체를 겪고 있다. 조선업계는 2007년 호황기를 거치고 2013년에 또 한번의 호황기를 보냈다. 복기해보면 그때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규제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다. 당장 어떤 규제도 강제화되지 않았으나 황산화물(SOx), 선박평형수처리장치(BWTS) 등에 대해 검토하면서 업계는 향후 굉장한 임팩트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2013년 발주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선발주를 나선 것이다. 이후 선복량은 급격히 늘어났고 수급 불균형으로 발주 시장은 침체기에 들어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박 발주가 줄어들었을 때 해양 일감이 나왔다. 유가 급등으로 그동안 검토되지도 않은 해양 프로젝트들이 쏟아졌다. 국내 조선사는 상선 일감이 줄자 해양으로 눈을 돌리면서 해양 수주 비중을 높인다. 하지만 수주낭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마어마한 리스크로 돌아왔다. 공정차질 발생으로 예상보다 많은 수험료를 내야 했다. 여기에 미국이 셰일가스를 본격적으로 개발하면서 유가 급락을 야기했고 이로 인해 해양플랜트의 발주량도 크게 떨어졌다. 
 
공급과잉 문제는 지금도 여전하다. 다만 환경규제가 강화돼 폐선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발주량도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선사들이 효율적인 선박 운항·관리를 위해 신기술이 추가된 신조선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선박이 신조된 후 리세일링되기까지 10~15년이 필요했으나 최근에는 8년 정도로 줄어들었다. 특히 20여명의 선원이 타는 만큼 선박 관리나 운영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선박은 보다 쉽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것이다. 
 
해운·조선업계가 스마트선을 개발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선원의 역할을 스마트화해 운항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최신 기술들을 통해 운항 과정에서의 낭비 요소와 비용을 줄이려는 것이다. 
 
올해 신조 발주량이 크게 줄었다. 발주 전망은.
 
최근 뉴스를 보면 삼성중공업이 액화천연가스(LNG)추진 원유운반선 10척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봐야 한다. 탱커를 LNG추진선으로 발주한다는 것은 연료주입(벙커링)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IMO의 SOx 배출규제 대응방안은 저유황유, 배기가스 세정장치 스크러버, LNG추진선 등이 검토돼 왔다. 저유황유는 연료가격, 스크러버는 유지보수, LNG는 초기투자 비용 및 인프라 등이 단점으로 논의되고 있다. 그럼에도 LNG추진 원유운반선이 발주된 것은 선사들이 벙커링 인프라를 갖춘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앞으로도 LNG추진선 발주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용석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조선해양 PD. 사진/뉴스토마토
 
중형조선소 상황은 더 안좋다. 돌파구는 뭐라 생각하나.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현재 중형조선소 대부분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고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R&D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이에 우리는 조선소 건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사업을 기획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R&D보다 RG(선수금환급보증) 등 즉각적인 금융지원이 더욱 시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분은 맞다. 그렇지만 중형조선소가 수주를 못하는 이유는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탓이다. 
 
원가에 인건비나 기자재 비용이 많이 차지 한다. 선사들은 한국에서 선박을 건조할 경우 재판매할 때 일본이나 중국에서 건조한 배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실제로 수주하는 선박 수는 제한적이다. 선사들이 높은 가격을 감수하고라도 국내 중형조선소에 발주할만한 경쟁력이 없는 것이다. 가격경쟁력이 뒤쳐지는 만큼 다른 부분에서 채워야 한다. 
 
이는 결국 생산성 향상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선박, 기자재 관리 능력이나 생산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거나 R&D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 다면 당장 정부가 금융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중형조선소 생존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독자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작업현장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예를 들어 근로자들이 하는 일부 공정을 기계화, 자동화로 대체하거나 업무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는 경력직원 균형 배치 등이 필요하다. 조선소는 철판이 들어와 선박을 만들어 내는 일련의 과정이 존재한다. 이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동시에 선박을 문제없이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경험과 노하우, R&D를 통합하는 혁신적인 운영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추진하는 사업 중에는 조선소 건조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사업도 있다. 오는 9월 예비타당성 조사가 추진될 예정인 한국형 스마트 야드(K-Yard) 개발사업이 바로 그 것이다. 중형조선소를 대상으로 진행될 사업이며 조선소 자체의 공정 수준을 높이자는 취지다. 
 
'조선 빅2' 체제가 코 앞이다. R&D 분야 변화를 전망한다면.
 
우선 R&D 분야에 대해 말하자면 경쟁사가 많을 수록 기술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현재 국내 조선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LNG 화물창이다. 조선사들이 건조하는 LNG선에 들어가는 화물창은 모두 프랑스 GTT사의 특허 제품이다. LNG선을 건조할 때마다 매번 GTT에 로열티를 내고 있다. 이에 조선 3사와 한국가스공사가 협업해 한국형 LNG화물창 KC-1 개발에 성공했다. SK해운이 신조발주한 선박 2척에 KC-1을 장착하는 등 성과도 있다. 
 
또 이와 별개로 조선 3사는 각자 LNG화물창을 개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KCS, 대우조선해양은 솔리더스(SOLIDUS), 현대중공업도 독자 화물창을 개발 중이다. 각사마다 시스템 개발이나 제품 제조 방식이 다르며 서로의 장단점을 분석해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서로 장단점을 보안해 개발할 수 있도록 경쟁사가 많은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선소를 운영하는 입장은 다를 것이다. 설계, 구매, 인력, 건조 등의 업무를 맡는 관리 운영은 조선소별로 업무가 흩어지는 것보다는 하나로 통합되길 원할 것이다. 우선 설계를 표준화해 반복 생산할 경우 원가를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분명하는 것은 어떤 업무든지 앞으로 통합된 리딩 회사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되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전경. 사진/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자율운항선박은 언제쯤 시장에 출현할 것 같나.
 
해외에는 자율운항선 건조를 위한 기자재나 시스템은 이미 갖춰져 있다. 예산이 들어가니 국내에서도 기초적인 기술이나 기자재 개발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런 주장은 업계 상황과 맞지 않다. 유럽이나 일본은 지난 몇 십년 동안 단계적으로 스마트선을 개발해 왔으나 우리는 그동안 선박 건조에만 심혈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우리도 자율운항선 건조 목표를 세우고 있다. 유럽에서는 100TEU(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을 대상으로 2020년 시범 운항 예정이고 아직까지 연안 내에서만 오가는 정도다. 하지만 우리는 좀더 큰 규모의 상선을 건조할 계획이다. 현 시점에서 2025년이면 1000~2000TEU급 컨테이너선이나 중형 탱커를 대상으로 일본이나 중국을 오가는 자율운항선을 건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자율운항선이 외항을 오가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 현재는 선박내에 일정 수준의 선원이 탑승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내 조선사가 건조한 스마트선이 실제 운항되는 시기는 머지 않았다고 본다. 스마트선 관련 기술과 시스템은 국내에서 만들고 일부 기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와 2025년 부분 자율운항선박을 건조할 것이며 2030년 이후에는 선원이 전혀 타지 않는 완전자율운항선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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