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KPI 재편 가속화…"소비자 중심으로 지표 개선"
우리·KEB하나·신한은행 등 소비자 수익률 비중 확대
DLS사태 반면교사…금융당국, 금융소비자보호 주문
입력 : 2019-09-15 12:00:00 수정 : 2019-09-15 12: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은행권이 영업점과 직원의 성과를 판단하는 ‘핵심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 개편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국의 금융소비자 보호 강조와 해외금리연계 파생상품(DLS·DLF) 손실 사태가 겹치면서 단순히 상품 판매량을 늘리는 등 실적 쌓기에 치중하기보다 수익률 등 소비자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지표를 개선하고 나선 모습이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백아란기자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입찰 공고를 내고 ‘KPI시스템 재구축’을 위한 사업자 선정에 돌입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17일까지 사업자를 모집한 후 내년 상반기 안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KPI시스템은 웹 프로그램을 ASP에서 JAVA로 구현하고, 신규 업무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여기에는 프라이빗뱅커(PB) 등 상품판매 인력을 대상으로 고객 관리 지표를 신설하고, 비이자이익 목표치를 현재의 100%에서 94%로 축소하는 방안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고객에게 안정적으로 수익을 가져다주고 관리한 PB 등에게 성과급이나 승진 기회를 더 주는 형태로 KPI를 조정하는 것이다. KEB하나은행 또한 올해 하반기부터 PB 등 자산관리 부서를 대상으로 KPI를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KEB하나은행은 고객수익률 비중을 현행 5%에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은행의 KPI 개선 배경에는 최근 대규모 투자손실로 문제가 된 DLS·DLF 사태와 금융당국의 소비자보호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파생상품 판매 수수료가 은행 비이자 이익에 반영되는 만큼, 실적을 위해 무리한 판매를 자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DLF의 경우 고객의 손실률이 100%에 달하지만 상품 판매사인 은행은 고객 손실 여부와 관계없이 1% 내외의 수수료를 수취했다. 결국 상품 판매만이 실적으로 연결되는 현재의 평가구조를 반면교사 삼아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개편할 필요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소비자 친화적·맞춤형 금융시스템 구축을 위한 금융소비자 보호 종합방안'을 발표하면서 실적위주 보상체계로 인한 소비자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KPI 개편을 유도하기로 한 상태다.
 
DLS사태에서 한발 빗겨난 은행들도 올해 하반기부터 실적 위주의 보상체계로 활용됐던 KPI를 바꾸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자산관리(WM) 부문 평가 시 고객 수익률의 비중은 종전 10%에서 30%까지 확대하는 등 PB의 성과 평가 방식을 바꿨다. 개편된 KPI는 자산관리 전담 복합점포인 신한PWM 프리빌리지 서울센터와 강남센터에 우선 적용됐으며, 연말까지 시범 운영한 후 나머지 PWM센터에 확대·도입될 예정이다.
 
이밖에 기업은행은 최근 노사협의회를 통해 스마트뱅킹 등 일부 경영평가 지표를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과당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영업 관행을 개선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올해 하반기 스마트뱅킹과 급여이체 영업 목표치를 각각 50%, 30.5%까지 감축한 이후 2020년까지 해당 지표를 폐지할 계획이다. 또한 퇴직연금과 수익증권, 신탁의 경우 실적 조정 등을 통해 경영목표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부터 PB 인사평가 시에는 고객수익률도 반영할 방침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존의 KPI가 영업실적 등 단기성과 중심으로 구성돼 소비자 관련 항목 비중이 미비한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앞으로는 자산관리나 퇴직연금 수익률과 같이 고객에게 직접적인 혜택으로 작용하는 부문의 비중이 상향 조정되는 등 은행 전반적으로 관련 지표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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