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윤상 "뮤콘은 '벽없는 축제'…한국 대중음악 깊이, 해외에 알릴 것"
YB·데이브레이크가 '뮤콘' 성공 선례…"'BTS 현상'과는 다르게 봐야"
입력 : 2019-09-19 18:59:25 수정 : 2019-09-19 18:59:25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짧지 않은 시간을 대중음악계에서 보냈습니다. 곡도 쓰고, 노래도 하고, 프로듀싱도 했는데…. 이렇게 무거운 직책이 주어질지는 몰랐습니다."
 
'서울국제뮤직페어(MU:CON·이하 뮤콘) 2019' 예술감독 윤상이 자리에 앉더니 무거운 '고백'부터 내려놨다. 19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하우스에서 열린 '뮤콘' 쇼케이스 이후 기자들과 만난 그는 "무대에 서는 뮤지션들이 주인공이기에 '음악감독'이라는 칭호는 적절치 않았던 것 같다"며 "예술 감독이란 칭호 역시 거창한 표현이라 생각했지만, 전 장르에 걸친 아티스트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기에 그런 타이틀을 주셨지 않나 생각했다"고 예술감독으로 임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봄 평양 공연 '봄이 온다' 당시에도 음악 감독을 맡았던 그는 "감독이란 직책은 공연에 따라 그 성격이 아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당시(평양공연)는 조용필 선배부터 20대 후배 뮤지션들에 이르기까지를 연결하는 '현장 소통'을 해야했다. 이번에는 스테이지에 관여하지 않는 '예술 감독'으로서의 '소통'을 고민했던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했다.
 
'뮤콘 2019'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윤상.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올해 뮤콘은 PD, 기자, 음악평론가 등 전문 위원팀을 꾸려 심사하던 기존의 방식을 탈피했다. '뮤지션의 뮤지션'인 윤상에게 300여팀에 가까운 뮤지션 검토를 맡겼다.
 
그의 선정을 거쳐 올해 무대에는 장르와 연령, 국적 불문의 76팀이 오른다. 한국 대중음악사의 '불멸 보컬리스트' 정미조부터 밴드 새소년, 트로트 그룹과 월드뮤직 밴드까지, 다양한 국내 뮤지션들이 해외 시장에 알려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정미조 선생님의 경우는 저도 라이브 영상을 보다가 크게 혼난 기분이었습니다. 일흔이 넘으셨음에도 무대 매너나 말씀하는 게 대단하신 분이세요. 함께 연주하시는 분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평소 틈틈이 새로운 음악을 찾아듣지만 예술감독 역을 맡으면서 알게 된 뮤지션들이 적지 않다. 그는 "채널 몇 개에만 귀를 귀울이면 새로운 음악 파악이 가능했던 몇년 전과 지금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새롭고 멋진 팀들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됐다. 앞으로의 이들 성과가 굉장히 궁금하다"고 했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케이팝이 세계적 흐름이 된 것과 관련한 소신도 전했다. 그는 "방탄소년단이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던 초기, 저 역시 한국 대중음악의 활동 영역이 점차 넓어지는 게 아닐까란 기대를 했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BTS 현상'은 이례적이라는 '아미'의 말들이 맞았던 것 같다"고 했다. 또 "BTS의 성공에 고무돼 다른 뮤지션들의 성공이 준비돼 있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며 "'뮤콘'을 통해서는 한국 대중음악이 지닌 음악적인 깊이와 다양성을 세계에 소개하고자 한다. '뮤콘'이 지향하는 것과 'BTS 현상'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얘기했다.
 
'뮤콘 2019' 예술 감독에 선정된 윤상. 사진/한국콘텐츠진흥원
하지만 음악계에선 '뮤콘'과 같은 행사가 일회성이라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고 해석한다. '뮤콘'을 계기로 한 두 차례 해외 시장에서 공연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해외 진출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했던 밴드들 역시 '뮤콘 이후의 단계'가 실제적으로 없다며 아쉬움을 얘기하기도 했다. 
 
기자가 이와 관련한 물음을 전하자 윤상은 "저 역시 그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있었고 예전의 사례들을 '뮤콘' 관계자들에게 물어봤었다"며 "BTS는 이례적인 현상을 끌어냈지만, 비아이돌이 그렇게 활동하기까지는 무리가 있는 것 같았는데 그건 아직까지 '케이팝 자체의 한계성'이라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밴드 데이브레이크와 YB 등 '뮤콘'을 통해 세계로 가고 있는 밴드들을 거명하며 "2~3차례에서 그칠 수도 있지만 그 이후 단계를 만들어가는 뮤지션들도 있다. '뮤콘' 역시 참여 횟수에 제한이 없는 만큼 앞으로 지속적인 기회를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뮤콘이 '벽이 없는 축제'라 했다. "직접 예술감독으로 참여해보니 '벽'이 없어요. 그래서 더 알려졌으면 합니다. 이들의 등장만으로 차트나 시청률이 확 올라가는 그런 분위기가 되길 바랍니다."
 
뮤지션으로는 언제 돌아올까. 턱에 팔을 괸 그가 짧은 침묵 후 대답을 내놨다.
 
"7집 녹음을 준비하다가 뒤엎은 적이 있어요. 아직 제 '(음악의) 언어'가 어떤 것일까 찾고 있는 단계죠. '뮤콘' 예술감독 같은 역할을 하면서 그런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언어를 내고 싶어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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