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팅 "호기심 좇다 나온 짜릿한 음악, 내 인생 최고의 장면"
"찰나의 모든 순간들, 음악적 영감…'희망 노래' 기원은 열린 눈과 귀"
"음악, 노래, 연주는 '경계 없는 언어'…케이팝도 즐겨 들어"
1996년부터 한국 찾아 "서울 가을 기대, 시내 산책하고 싶어"
입력 : 2019-09-20 08:11:01 수정 : 2019-09-20 08:11:01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여기 타임머신이 있어요. 딱 3번만 돌아갈 수 있죠. 자, 어느 순간으로 갈래요?"
 
황당무계하고 얼토당토 않는 질문임을 안다. 알면서도 물어보고자 했다. 일흔을 앞둔 나이, 음악 한 세월만 40여년. 이 '거장'은 과연 어떤 삶의 파노라마를 펼쳐낼까. 어떤 순간을 인생의 최고로 꼽을까. 
 
더폴리스(The Police)를 결성했던 1977년? 이 세상 가장 아름답고 로맨틱한 스토킹 송 '에브리 브리스 유 테이크(Every Breath You Take)'를 만들었던 때? 아님, 영화 '레옹' 주제곡의 고독한 전주를 떠올렸거나 18번째 그래미상을 치켜들었을 때?
 
답은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아주 간단하고 명료했다. 20일 서면으로 만난 '살아있는 전설' 스팅(68)은 "호기심을 따라가며 음악을 만든 그 순간 순간이 인생 최고의 장면"이라 했다. 그는 "3가지로 한정할 수 없지만, 흥미를 자극하는 음악을 만드는 것 만큼 짜릿한 일은 없다"며 "이렇게 긴 시간 동안 활동하며 사람들과 그 여정을 함께 해온 것 역시 멋진 일"이라고 덧붙였다.
 
스팅. 사진/유니버셜뮤직코리아
 
찰나의 순간들은 일흔을 앞둔 그의 눈에 여전히 반짝인다. 잠에서 깨거나, 창문 너머를 바라볼 때,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모든 순간들이 여전히 음악의 영감이고 재료다. "눈과 귀를 열어 놓으면 돼요. 깨어 있는 마음을 갖거나 무엇인가와 연결됐다는 느낌을 갖는 것도 중요하죠."
 
70년대 결성된 밴드 더 폴리스의 보컬이자 베이시스트였던 그는 80년대 중반 솔로로 전향, 재즈부터 클래식, 레게, 월드뮤직까지 아우르며 세계적인 인기를 얻어왔다.
 
그래미 어워즈 18관왕에 오른 전설의 뮤지션이며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1억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했다. 평등과 빈곤, 인권을 노래하는 사회 운동가로서의 면모로도 지지를 받아왔다. 대표곡 '셰이프 오브 마이 하트(Shape of My Heart)'는 영화 '레옹'의 OST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무대에 서는 스팅. 사진/프라이빗커브
 
오는 10월5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페스티벌에 그는 헤드라이너로 선다. 1996년 시작으로 한국을 꾸준히 방문해 온 그는 한국의 가을 정취를 궁금해했다.
 
"서울의 10월은 어떤 계절인가요? 가을인가요? 한국의 겨울을 많이 겪어봤는데 얼마나 추운지 알거든요. 좀 더 따뜻한 날에 가게 돼 기대되네요."
 
그는 "서울은 상당히 흥미로운 문화를 가진 도시"라며 이번 내한 때는 "시내에서 산책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냥 걷는거죠. 춥지 않다는 게 참 기뻐요."
 
이번 공연은 가장 최근 낸 앨범 '마이 송스(My Songs)' 발매를 기념한 월드 투어 일환이기도 하다. 'My Songs'는 지난 40년 간 음악적 오리지널리티는 유지하되 '지금의 스팅'이 부르고 연주한 앨범. 오리지널 사운드를 오케스트라로 완전히 새롭게 변주했던 지난 2010년의 '심포니시티스(Symphonicities)'와는 또 다른 접근이다. 
 
대중들이 잘 알고 있는 곡들을 중심으로 그는 솎아냈다. 원곡과 새로운 버전의 곡을 비교하며 들을 수 있게 하고자 했다. 
 
"이번 앨범은 새로운 드럼 소리처럼 원곡에 비해 조금 더 현대적인 사운드가 더해졌다는 게 특징이에요. 바로 '오늘' 만들어진 음악처럼 들리게끔 말이죠."
 
새 앨범은 발매 직후 유럽과 미국에서 열렬한 반응을 얻고 있다. 이미 앨범 수록곡 '이프 유 러브 섬바디 셋 댐 프리(If You Love Somebody Set Them Free)'는 미국 빌보드 댄스 클럽 송 차트 1위에 올랐다. 그는 "빌보드 1위 결과는 정말 신나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며 "오랜 팬들부터 젊은 세대까지 제 음악 청중이 되고 있다. 그 점이 정말 기쁘다"고 했다. 
 
스팅. 사진/뉴시스·AP
 
40여년간 꾸준히 음악을 해온 그에게 음악은 무엇일까. 연주와 노래는 무엇일까. "음악, 연주, 노래. 모두 '경계가 없는 언어'라고 생각해요. 편견이 없는 영역이죠. 제가 클래식, 재즈, 블루스, 케이팝 등 다양한 장르를 접하는 것처럼요."
 
이 거장의 '경계 없는 음악'은 전반적으로 밝고 희망찬 분위기의 곡들이 많다. 그것은 꼭 세상을 '경쾌한 축복'처럼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꼭 순탄치않은 삶의 순간이 그에게도 있었을 터. 고난이나 역경에도 밝은 노래를 쓸 수 있는 스팅 만의 힘은 무엇일까.
 
"저는 늘 긍정적인 삶을 살려 노력해요. 삶이 순탄치 않아도, 눈과 귀를 열어 놓죠. 그러다 보면 음악적 소재가 잡히고, 이를 밝음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돼요. 물론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제가 느낀 흥미와 호기심의 마음으로 제 음악을 대해준 팬들과 유기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일지도 몰라요. 정교하고 세련된 감각을 지닌 팬들은 제게 아주 큰 행운이에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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