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AI패권 경쟁에 조급증은 도움 안돼
입력 : 2019-09-25 06:00:00 수정 : 2019-09-26 13:19:08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아마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각국에서 굴지의 기업들로 높은 인지도를 쌓은 IT기반 기업이라는 점, 그리고 현재 공통적으로 인공지능(AI)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 네이버, 카카오에서 국내 통신3사, IT서비스3사 등에 이르기까지 IT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차세대 기술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AI 전쟁터에서 살아남고자 급히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대중들이 AI에 대해 인식하게 된 첫 순간은 아마도 스필버그 감독이 만든 영화 <A.I.>를 통해서였을 것이다. 이 영화가 개봉되던 2001년만 해도 AI라는 용어는 대중에게 무척 낯선 단어였다. 영화는 기술발전과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윤리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그 때문인지 당시만 해도 AI의 출현은 공상과학영화 속 머나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2016년, 바둑 두는 AI 알파고가 등장했다. 알파고가 쇼크로 다가왔던 이유는 국내에 AI라는 화두를 갑작스레 던진 까닭도 있지만 한편으론 그 실체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영화 <A.I.>에서 예쁘장한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던 AI와는 달리, 알파고는 정체를 숨긴 채 걸출한 바둑기사들을 차례로 물리쳐나갔다. 
 
AI는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 발전해 나가고 있는지 일반인들의 눈으로는 좀처럼 확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이미 일상 속에서 AI인지도 모른채 소비하고 있기도 하다. 스마트폰, 스피커 등을 통해 소비되는 구글 어시스턴트, 애플 시리, 삼성 빅스비, 네이버 클로버 등의 서비스가 대표적 예다. 최근 각국의 AI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그 중요성이 자칫 간과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AI는 이제 도로, 항만 인프라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이미 현재의 먹거리가 된 AI를 두고 미국과 중국 정부는 연간 수조원을 투자하며 치열한 패권다툼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중국 정부의 범국가 AI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올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올초 ‘미국 AI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캐나다도 이미 십여년전부터 AI 투자를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해왔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국내에서도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OS 경쟁에서 강렬하게 인식된 바 있다. 시장을 선도하는 것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라는 자명한 사실 말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강국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후에도 실천은 미미했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투자에 인색한 풍토 탓이다. 
 
IT강국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 우리나라이지만 사실 뒤돌아보면 핵심기술과 관련해선 시간과 금원을 충분히 투자하지 않다 뒤늦게 따라잡는 데 급급했다. 바야흐로 기술의 초격차 시대가 오면 이제 이마저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AI 투자에 뒤늦은 지금, 정부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속도감 있는 정책 마련도 중요하겠지만, 단발성 정책은 펴지 않길 바란다. 백년지대계를 세운다는 심정으로 기초과학, 기초산업에 대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교육 부문에선 컴퓨터 공학의 기초를 다지도록 지원하며 AI 인재가 양성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고, 또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AI 관련 벤처나 스타트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공공부문 시장을 열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AI경쟁력을 하루아침에 높이려는 조급증을 멀리할 때 기술 패권 경쟁의 대열에 한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을 것이다.
 
김나볏 중기IT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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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나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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