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야학시설 보조금 관리 '허술'
사용목적 벗어난 변경신청도 승인…내부 분란에 학생 수 급감
입력 : 2019-10-13 21:17:09 수정 : 2019-10-13 21:17:09
[뉴스토마토 김종연 기자] 경기도 용인의 한 야학 대표가 운영비 명목으로 지급된 보조금을 자신의 인건비로 변경하는 등 최초 지급결정 취지와 다른 사용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내부 고발자들에 의해 각 기관에 민원이 제기된 상태인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대거 빠지고 경영이 악화됐음에도 감독기관은 허술한 보조금 관리로 수습에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에서는 감사원 결과 이후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용인시의 한 야학은 장애인들 약 30명을 대상으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야학은 용인시로부터 프로그램 운영비 4000만원과 인건비 6000만원 등 약 1억원 가량을, 용인교육지원청에서는 인건비 3100만원, 수용비와 임차료 등으로 2400만원 등 총 5500만원의 보조금 지급결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 야학 대표는 지난 4월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은 5500만원 중 1200만원에 대해서 예산용도 변경을 신청했다. 우편비와 사무비품비, 컴퓨터수리비, 정수기렌탈비, 교통비, 다과비 등 500여만원을 줄였다. 또 교재교구비 580여만원 중 480만원 가량을, 사무용품비는 28만원 가량 각각 줄이는 등 총 984만원을 사용계획에 없던 단시간근로자 인건비로 변경했다. 해당 인건비는 무보수였던 대표가 수령자로 됐다. 단시간근로자 인건비는 야학 대표가 자신을 상대로 ‘단시간근로 표준계약서’를 작성한 뒤 4월1일부터 월 82만원씩 12개월을 수령하려 했던 것이다. 실제 4월에는 지방세 등을 제외한 75만원 가량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기도 했다. 
 
용인교육지원청은 이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당초 예산 변경안을 승인하면서 사태가 불거지게 됐다. 교육지원청은 장애인들의 평생교육을 보장하기 위해 시설의 운영을 원활하게 해준다는 목적을 갖고 보조금 지급결정을 했다. 하지만 보조금 변경신청 내역을 보면 이런 결정 취지와는 다소 어긋난 항목이 있음에도 교육지원청은 이를 승인했던 것이다.
 
시설 관계자에 따르면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학생들과 직원들이 불만을 품게 됐고, 30여명이 다니던 이곳은 현재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두 차례에만 4~5명이 수업을 듣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는 설명이다. 수요자보다 공급자에게 투입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커지면서 보조금을 지급할 명분이 사라진 셈이다.
 
이 시설 대표는 보조금 변경에 대해 “야학은 재정운영이 적자구조였다. 그래서 야학 후원금을 매달 납부했다. 야학에서 진행한 체험학습에서 점심과 현수막 등도 내가 사비로 진행했다”며 자신의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8월까지 후원금으로 매달 10만원 가량 입금한 통장내역을 전하기도 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예산이 변경됐던 980만원 중 사용 금액은 회수해 교재교구, 간식비 등으로 다시 편성해 승인했다”면서 “강사인건비는 시청에서 지급되는데, 시청에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면 (운영비와 인건비 등의) 예산이 지원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일시적이라면 지켜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방법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시도 보조금 부정수급이나 유용, 사용 등에 대해 자체적인 감사를 하지 않고 감사원의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임금 문제와 시설 정상화 등 현안 해결 과제가 눈앞에 있지만 다소 방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용인시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감사 중이다.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잠시 수업이 중단됐었다가 다시 운영되는 부분도 있다”며 “상반기 지도점검 당시 일부 서류 등 미비점을 개선하라고 명령했었으나 시정되지 않고 있다. 조치할 때까지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었으나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시설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런 문제를 용인시와 교육지원청에 지속적으로 제기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감독기관은 제때에 조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해당 시설 대표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 시설 대표는 “전에 일하던 직원이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다. 학생들을 동원해 나를 해임시키려고도 했다. 이 때문에 인사위원회를 열어 그들을 징계했다”며 보조금 지급중단과 관련해서는 “교육지원청은 변경 승인이 나기 전에 집행해 절차상 위반이 돼 환수된 것이고, 용인시에서는 보조금 지급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담당 공무원이 바빠서 지급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또 교육지원청의 보조금 변경신청과 관련해 “교육청에서 변경하라고 통보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시 변경신청을 해서 교재비 등으로 돌려놓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최근 대전에서도 장애인 야학시설이 보조금을 받고도 학생들의 식비를 유용하고, 인근 학교에서 급식 후 남은 잔반을 주기적으로 얻어다가 학생들에게 줬다가 적발돼 대표가 사임하는 등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해당 야학시설이 지난 4월 교육지원청에 냈던 보조금 변경신청서(왼쪽). 이 내역에는 운영상에 소요되는 비용을 대부분 인건비로 변경시켰다. 오른쪽은 지난 9일 야학 대표가 사무실 앞에 붙여놓은 내부고발 직원들의 해임과 정직 처분 통보서. 사진/독자제공
 
김종연 기자 kimstomat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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