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30주년 인터뷰①)'이방인' 이승환의 여전히 '젊은 음악'
5년 만에 정규 12집 'FALL TO FLY 後'…"60년대 모타운 기반의 편안한 음악"
'바운스'로 돌아온 가왕 조용필처럼…"대중음악인 생명력 연장되는 선례되길"
입력 : 2019-10-16 06:00:00 수정 : 2019-10-16 06: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14일 2시반경,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인근의 공연장 구름아래소극장. 가수 이승환(55)이 5분짜리 신곡 '백야(白夜)'를 틀자 취재석이 들썩였다. 하나 같이 '왜 이게 타이틀곡이 아니냐'는 반응들.
 
'백야'는 오케스트레이션을 가미한 이승환표 모던 발라드. 이승환 보컬이 후렴으로 치달을수록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같은 대곡 느낌이 난다. 
 
현재 세계적인 영화음악 감독으로 활약하는 박인영이 웅장한 사운드로 완성시켰다. 그는 1999년 이승환 밴드에서 건반 연주자였던 인물. 현악과 미성보컬이 주가 되는 곡은 후반부 헤비메탈 기타 사운드가 균열을 일으키는 '소리 실험'으로 마무리된다.
 
가수 이승환 12집 'FALL TO FLY 後'. 사진/드림팩토리
 
"1999년 이후 줄곧 타이틀 곡 선정에 '헛발질' 했다"는 그가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6집 '그대는 모릅니다'를 밀었지만 '세가지 소원'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8집(2001) '잘못'을 타이틀로 택했지만 '사랑하나요'가 떴죠. 이번에도 제가 선정을 잘못한 걸까요…."
 
농담 반 섞어 얘기했으나 사실 그는 '자아'가 뚜렷한 뮤지션이다. 대중 취향에 맞추기 보단 줄곧 그때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음악을 맨 앞에 배치시켰다. 자기 색이 분명한 곡들은 굳이 알리려 하지 않아도 대중에, 세상에 닿아왔다.
 
"사실 차트 순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가수라서요. 어떤 곡이든 저는 '늘 이승환이야' 외치고 있었다 생각합니다."
 
가수 이승환. 사진/드림팩토리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이승환이 12집 'FALL TO FLY 後'로 돌아왔다. 지난 2014년 11집 'FALL TO FLY 前'에 이어 5년 만에 선보이는 연작 앨범이다. '백야'를 비롯해 총 10곡이 수록된 신보는 여전히 왕성한 '실험 뮤지션'으로서의 이승환을 정의한다. 
 
발라드와 로우템포 모던록에 뿌리를 둔 음악적 갈래는 60년대 모타운(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유행한 소울 등 흑인 음악을 가리켜 일컫는 말)과 정통 스탠더드 팝, 록 오페라로까지 나아간다.
 
"나이가 들어도 젊은 음악을 하는 현재진행형 현역 뮤지션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대중음악계 가수들의 생명력이 연장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백야'를 대신한 타이틀곡은 모타운 사운드가 부각되는 '나는 다 너야'. 경쾌한 재즈풍 멜로디가 맑은 그의 음성에 겹쳐지는 곡. 사랑의 유효기간이 지날 무렵 느껴지는 연인에 대한 죄책감, 소중함을 담은 노래다. 어릴 적부터 즐겨 들던 모타운 사운드를 빈티지 악기들을 동원해 완성했다. 
 
그는 "절박하거나 간절하기 보다는 소소한 행복을 그린 노래"라며 "예전에는 '귀 기울여야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다면 '이번에는 가볍고 편하게 들어도 좋을 음악'"이라 했다. 
 
지난 2015년 '바운스'란 젊은 음악을 들고 왔던 '가왕' 조용필이 겹쳐진다.
 
가수 이승환. 사진/드림팩토리
 
"조용필 선배님처럼 젊은 음악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조금 더 트렌디한 음악을 타이틀곡으로 세우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노쇠한 음악인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는 선배의 음악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떤 이는 '자본이 부릴 수 있는 최대의 미학'이라 그의 음악을 평가하지만, 그가 가용 물량을 총동원하는 건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을 대중음악 스탠다드'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번 음반 녹음에는 CJ밴스톤, 알렉스 아이, 에드 케미, 매트 채임벌린, 크리스 체니 등 세계적인 음악인들이 참여했다. 앞서 전작 때도 그는 3년 간 1820시간, 3억8000만원의 녹음비를 투자해 앨범을 완성했다.
 
이날 '백야', '나는 다 너야'를 비롯해 신곡들을 들려주던 순간. 이승환은 미국 캐피톨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던 '작업기' 영상을 틀어줬다. 
 
30년 동안 가요계의 '이방인'이었다던 그가 흑백 화면으로 흘러간다. 음원차트, 음악방송등 기존 음악 시스템과 거대 담론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 만의 음악을 공들여 다듬는 그가 거기 있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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