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두번할까요’ 이정현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몰라요”
데뷔 이후 첫 멜로-로맨스 장르…“나도 카메라 앞에서 웃고 싶어”
“포기했던 결혼 영화에서 웨딩 드레스 입은 뒤 멋진 남자와 결혼”
입력 : 2019-10-18 06:00:01 수정 : 2019-10-18 06: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정말 별의 별 루머에 시달린 적이 많았던 여배우다. 차라리 남자 연예인과의 스캔들이라면 웃고 넘길 일이었다. 이 여배우를 가장 많이 시달린 건 신들렸다란 결코 달갑지 않은 루머. 워낙 과격하고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 굴곡을 선보이는 캐릭터만 데뷔 이후 도 맡아 왔다. 연기뿐만 아니라 무대에서도 그는 연기 못지 않은 강렬함을 선보였다. 콘셉트라고 하기엔 너무 강했다. 한때 대한민국에 신드롬을 일으켰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루머에 힘만 더 실어줬다. 물론 지금은 전부 웃으며 얘기하는 그는 배우 이정현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출연작 모두가 쎄고 강하고 충격적인 캐릭터들로만 가득했다. 이정현 역시 사실 그래서 부침이 좀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건 배우로서의 능력치 수치에 대한 지점이 아니다. 결혼을 앞둔 달달한 연애 시기에 이젠 자신도 카메라 앞에서 좀 편안한 감정으로 연기의 색깔을 한 번 정도는 바꿔봐도 될 듯싶었단다. 참고로 이 영화를 촬영할 당시 썸을 타고 있었고, 촬영이 마무리될 즈음 그 상대와 가정을 꾸렸다. 그 남자가 바로 지금의 남편이다. 그리고 이정현에게 달달한 이미지를 선사할 영화가 바로 두번할까요.
 
배우 이정현. 사진/KTH
 
최근 광화문 한 카페에서 영화 두번할까요개봉 전 이정현과 만났다. 주변에서 다들 의아해 하는 지점이 바로 이정현의 로맨스 장르 도전이다. 사실 이정현은 예전부터 이런 장르를 기다려 왔다. 하지만 그의 쎈 연기 스타일 때문인지 출연 제의 작품은 온통 어두운 감정의 영화들뿐이었다고. 그래서 이 영화 출연 제안이 이정현에겐 배우 인생에서 사실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기쁜 순간이었단다.
 
너무 기분 좋았어요(웃음). 내가 촬영장에서 이렇게 기분이 좋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행복했죠. 항상 전 촬영장에서 기분이 우울하고 다운돼 있어야 했거든요. 전 의외로 촬영 현장에도 일찍 가고, 현장이 너무 즐거워요. 너무 어린 나이에 꽃잎이란 영화로 데뷔를 했고. 그래서 저한텐 현장이 놀이터 같은 느낌이거든요. 이런 성격인데 항상 카메라 앞에선 우울하고 힘든 캐릭터만 하니 좀 힘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두번할까요가 너무 즐거웠죠.”
 
이정현이 말랑말랑한 멜로/로맨스 장르를 기다렸다고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배우다. 배우는 선택을 당하는 입장이다. 이미 언급한 바와 같다. 어둡고 쎈 느낌의 감정을 가진 캐릭터만 도맡아 연기를 해온 이정현이다. ‘두번할까요와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이 됐을까. 연출을 맡은 박용집 감독이 직접 이정현에게 출연 제안을 했단다. 도대체 어디에서 두번할까요의 여주인공 선영의 모습을 이정현에게서 보았을까.
 
배우 이정현. 사진/KTH
 
사실 저도 놀랐어요. 시나리오를 받자 마자 진짜 너무 빨리 읽고 한 시간 뒤에 바로 출연 결정했으니까요(웃음). 그래서 소속사에선 너무 없어 보이니깐 좀 이따 연락 드리자라고 할 정도였죠. 하하하. 나중에 감독님과 미팅에서 여쭤봤죠. ‘도대체 왜 저한테 이걸 주셨어요라고 여쭤 보니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속 모습에서 선영의 느낌을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거기에 남자 주인공이 권상우 오빠란 말에 그 자리에서 확실히 결정했죠(웃음)”
 
공교롭게도 이 영화 출연 제안을 받기 얼마 전 권상우 주연의 탐정: 리턴즈를 너무 재미있게 봤단다. ‘두번할까요에는 권상우 외에도 그와 함께 탐정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춘 성동일까지 출연한다. 이정현 입장에선 즐겁기 그지 없었단다. 여기에 배우 이종혁까지 합류했다. 권상우 이종혁 두 사람에게 모두 사랑을 받는 역할을 연기했다. 밝고 가벼운 역할인데 멋진 두 남자에게 사랑까지 받는 인물을 연기한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며 웃는다.
 
아주 행복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고 할까요. 하하하. 우선 상우 오빠와 종혁 오빠 둘 다 저와 너무 좋은 호흡이었죠. 두 분 모두 엄청난 딸 바보인 것도 너무 부러웠죠. 거기에 두 분다 완벽한 공처가 애처가에요. 두 오빠를 보면 너무 결혼을 하고 싶고 그런 마음이 절로 들어요. 그래서 저도 너무 착한 남편을 만났고요. 이 영화 촬영 초반에 소개팅으로 만났는데 촬영 막바지에 결혼을 결정했죠. 너무 기분 좋은 지금이에요.”
 
배우 이정현. 사진/KTH
 
영화에선 애드리브를 의심케 할 정도로 권상우 이종혁과의 호흡이 눈길을 끈다. 기본적으로 멜로가 주된 정서이지만 코미디에 가까울 정도로 이들이 만들어 내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정현 권상우 이종혁 성동일 등 충무로에서 내로라하는 연기파들이 모두 모였고, 이들 모두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다. 몇몇 촬영 장면에선 웃음이 터져 NG가 나기 일쑤였다고.
 
우리가 첫 촬영이 설렁탕 먹는 장면인가 그랬어요. 진짜 상우 오빠가 제 앞에서 후루룩 쩝쩝거리며 먹는 데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서 정말 혼났어요(웃음). 차 사고 장면에서 오빠가 절 번쩍 들어 올릴 때는 제가 의도치 않게 좀 놀라서 온 몸이 뻣뻣한 상태로 들렸는데 그게 또 묘한 웃음을 만들어 내더라고요. 시사회에서 그 장면이 나올 때 웃음이 터지는 거 보고 다행이다싶었죠. 하하하.”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판타지를 그린다. 결혼식이 아니라 이혼식이 소재다.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이혼식이다. 그리고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다. 이 과정에서 전 남편 권상우’, 그리고 권상우의 친구이자 새로운 남자이면서 썸을 타게 되는 이종혁이 나오게 된다. 현실에서도 멋들어진 남편을 만나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즐기는 이정현이지만 영화에선 두 번이나 결혼을 한다. 사실 이정현은 결혼을 포기하고 있었다고.
 
배우 이정현. 사진/KTH
 
사실 저 진짜로 결혼 포기했었어요. 저희 직업이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좀 어렵고, 같은 직업의 동료와 만나서 행복하게 사시는 분들도 많죠. 상우 오빠도 그렇고. 그런데 전 이상하게 같은 연예인 동료는 만나기 싫었어요. 그냥 연기나 열심히 하자 싶었는데 영화에서 감독님이 골라주신 웨딩 드레스를 입고 난 뒤 결혼식을 올렸죠(웃음). 내가 늙고 못생겨 져도 날 사랑해 줄 영원한 내 편이 생긴다는 게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요즘 저요? 그냥 매일 매일 순간 순간이 행복해요. 그래서 두번할까요도 정말 행복하게 찍었어요. 저의 행복 나눠드릴 테니 많이 보러 와주세요(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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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